【뉴욕·실리콘밸리】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Intel)이 소프트뱅크 그룹으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7,000억 원)의 자본을 유치한 지 며칠 만에, 또 다른 대규모 기관투자가들과 할인 발행(discounted price) 형태의 지분 투자(equity infusion)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5년 8월 2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CNBC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대형 투자자들과 주당 할인 가격으로 신규 보통주를 발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 직후 인텔 주가(나스닥: INTC)는 7% 하락했으며, 회사 측은 로이터 통신의 논평 요청에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소프트뱅크의 최근 투자는 주당 23달러에 이뤄졌으며, 이는 8월 18일 월요일 종가(23.66달러) 대비 소폭 할인된 수준이다. 당시 시가총액 기준으로 소프트뱅크의 지분율은 2% 미만이었으나, 인텔 입장에서는 대규모 현금이 유입돼 설비 투자 및 연구개발 재원을 확보하는 데 숨통이 트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 미 정부 “현금 보조금 대가로 지분 요구”
같은 날 미 상무부(Department of Commerce) 장관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은 바이든 전 행정부가 승인한 현금 보조금(cash grants)의 대가로 인텔에 대한 정부 지분 참여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인텔뿐만 아니라 다른 반도체 기업에게도 동일한 조건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해당 보조금은 2022년 제정된 CHIPS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라 집행된다. 이 법은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을 촉진하고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527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 및 세액 공제를 제공한다. ※ 용어 설명CHIPS Act는 Creating Helpful Incentives to Produce Semiconductors의 약자로,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연구 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연방 법률이다.
❚ 인텔의 과제: AI 칩 시장 경쟁력 확보
인텔은 최근 수년간 이어진 경영 판단 착오와 생산 공정 지연 탓에 엔비디아(Nvidia)가 지배하는 인공지능(AI) 가속기·GPU 시장에서 사실상 입지를 잃었다. 2023년 이후 AI 서버 수요가 급증하며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2조 달러를 넘어섰지만, 인텔은 1x·2x 나노 공정 미비 등 경쟁력 약화로 같은 기간 주가가 40% 이상 하락했다. 이번 자본 확충은 파운드리(위탁생산) 역량 강화와 차세대 공정 도입을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시장 분석가들은 “대규모 외부 자본 유치는 재무 건전성 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할인 발행’ 방식은 기존 주주에게는 희석(dilution) 우려를 안길 수 있다”고 진단한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글로벌 투자자의 전략적 지분 참여는 인텔이 장기적으로 AI·고성능 컴퓨팅(HPC) 분야에서 경쟁 지위를 회복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지분 투자·자본 확충 용어 간단 정리
Equity infusion(지분 투자)란 회사가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다. 할인 발행(discounted price)은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발행해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형태이며, Capital injection(자본 투입)은 주식·채권·현금 등 다양한 수단으로 회사 자본을 늘리는 행위를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이처럼 자본 확충은 연구개발(R&D)·시설 투자·운영 자금 등 기업 활동 전반을 지원한다. 특히 반도체 산업처럼 초기 고정비와 설비 투자 비중이 높은 분야에서는 대규모 자금 조달 능력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 향후 관전 포인트
CNBC 보도에 따르면, 인텔은 “협상 대상 기관 및 정확한 발행 가격·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는 연기금·국부펀드·대형 사모펀드 등 장기 투자 성향을 지닌 기관이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향후 투자자 구성이 확정되면, 미 정부의 지분 참여 조건·CHIPS Act 보조금 규모·주주 희석률 등이 재무 전망에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주주총회 및 규제 승인 절차를 거쳐 최종 발행 조건이 확정되면, 인텔은 파운드리 라인 증설과 1.8nm 이하 첨단 공정 연구에 집중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2026년 이후 인텔의 AI·GPU 상품군이 엔비디아·AMD와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본 기사는 원문(Reuter/CNBC)을 바탕으로 핵심 내용을 번역·정리했으며, 투자 판단의 최종 책임은 독자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