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에서 굵직한 존재감을 과시해 온 차량 렌털업체 에이비스 버짓 그룹(NASDAQ: CAR)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리포트에서 무려 두 단계나 하향 조정되었다. BoA는 종전의 ‘매수(Buy)’ 의견을 단숨에 ‘시장 수익률 하회(Underperform)’로 낮추며, 주가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다는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2025년 8월 20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BoA는 투자 메모에서 “에이비스 버짓의 펀더멘털과 거시경제 환경이 현재의 주가 수준을 정당화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6월 한 달 동안 S&P500을 크게 앞지른 주가 급등을 ‘지속 가능하지 않은 과잉 랠리’로 규정했다.
BoA는 목표주가(Price Objective)를 종전 120달러에서 113달러로 낮췄다. 이는 2026년 예상 EV/EBITDA 7.5배를 적용해 도출한 수치다. EV/EBITDA는 기업가치(EV)를 세전·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지표로, 동일 업종 간 비교에 널리 쓰이는 밸류에이션 방식이다.
수요·가격 압력도 도마에 올랐다. BoA는 “미국 내 렌털 차량 요금(프라이싱)과 여행 수요가 2025년 하반기와 2026년까지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이 자체 실시한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향후 3개월간 여행 예산을 늘리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2024년 동일 조사 대비 유의미하게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BoA 애널리스트들은 “이러한 응답은 부드러운(soft) 가격 환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수입 자동차·부품에 부과될 수 있는 관세(tariff)가 수요를 한층 위축시킬 가능성도 거론했다.
“에이비스 퍼스트(Avis First)와 웨이모(Waymo)와의 차량 관리 파트너십과 같은 최근 전략은 명백히 긍정적이다. 그러나 단기 실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 BoA 리포트 중
BoA는 차량 감가상각비(vehicle depreciation)를 ‘스윙 팩터’로 꼽았다. 팬데믹(코로나19) 기간 중 중고차 가격 급등으로 감가상각비가 일시 급감했던 낙수효과를 재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감가상각비 감소가 완충재(tailwind) 역할을 하더라도 규모는 시장 기대보다 작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적 추정치도 대폭 수정됐다. BoA는 2025년 EBITDA 전망치를 9억 달러, 2026년은 10억3,000만 달러로 각각 하향했다. 이는 기존 추정치 대비 수백 만 달러가 깎인 값으로, 목표주가 산출 근거인 밸류에이션 멀티플 역시 낮춰 잡았다.
전문가 해설 — ‘언더퍼폼(Underperform)’과 ‘더블 다운그레이드’란?
보통 투자 의견 등급 체계는 ‘매수(Buy)·비중확대(Overweight)’, ‘중립(Neutral)·시장수익률(Market Perform)’, ‘매도(Sell)·비중축소(Underweight)’ 등 3~5단계로 나뉜다. BoA는 에이비스 버짓을 ‘매수’에서 곧바로 ‘언더퍼폼’으로 두 단계 낮췄는데, 이를 더블 다운그레이드(double downgrade)라고 부른다. 이는 기업의 펀더멘털 악화뿐 아니라 주가가 이미 과열되었다는 강한 경고 신호로 여겨진다.
EBITDA·EV/EBITDA 간단 정리
- EBITDA: 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의 약자로, 영업활동에서 현금 창출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 EV/EBITDA: 기업가치(EV)를 EBITDA로 나눈 값. 7.5배라면 시장이 해당 기업에 EBITDA의 7.5배 가격을 매겼다는 의미다. 성장주일수록 배수가 높고, 경기민감주일수록 낮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기자 시각
본격적인 경기 정상화 국면에서도 미국인의 여행 지출은 물가·금리 부담으로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에이비스 버짓은 팬데믹 기간 차량 부족에 따른 일시적 이익 레버리지로 사상 최고 실적을 누렸지만, 과잉 공급·가격하락·신규 관세 변수라는 삼중고가 동시에 닥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6월 공매도 비중이 20% 내외로 감소하며 숏 커버링 랠리가 주가를 끌어올렸으나, 실적 모멘텀이 둔화되는 시점에는 다시 밸류에이션 재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향후 1년간 수요 회복 속도·차량 감가상각 추세·관세 정책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