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인플레이션 4% 임박: 금리 인하 속도에 제동 거는 영란은행

런던 (로이터) – 영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음 달 4%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영란은행(BoE)의 2% 목표의 두 배에 해당하며, 물가 상승세의 고착화 위험에 대한 중앙은행의 경계심을 더욱 키울 수 있는 수준이다.

2025년 8월 2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CPI)은 전년 동월 대비 3.8%를 기록했다. 이는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높은 연간 상승률로, BoE가 오는 9월 정점으로 예상한 4%에 성큼 다가선 셈이다.

지난 2022년 10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기록했던 40년 만의 고점인 11.1%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7월 지표는 18개월 만에 가장 강한 상승세다.

같은 기간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2.7%에서 머물렀고, 유로존 역시 2% 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영국 물가상승률은 2021년 5월 이후 거의 내내 BoE 목표를 웃돌고 있다.


물가 급등으로 2022년 대중의 신뢰가 흔들린 BoE는 노동시장이 약화되는 가운데서도 완만한 금리 인하 흐름을 더 늦출 수 있다는 시사를 내놓고 있다.

이는 경기부양을 노리는 키어 스타머 총리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에게는 부담이다. 두 사람은 취임 이후 다섯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를 경제 성과로 내세워 왔다.

BoE는 지난 8월 7일 기준금리를 0.25%p 인하했지만, 금통위원 중 절반 가까이가 반대했다.

캐서린 맨 위원이 3월 지적했듯, 미국 연구 결과(텍사스대 올리버 프페우티 조교수)는 인플레이션이 4%에 달하면 대중의 주의도가 두 배로 상승해 물가 충격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경고한다.

회계법인 RSM UK의 토머스 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4%’ 자체가 구조적 침체를 자동 유발하진 않지만, 소비자와 기업이 인플레이션에 훨씬 민감해졌다는 근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9월 지표가 철도 요금·학자금 대출 상환·일부 연금 산정 기준이 되는 만큼, 높은 물가가 제도적으로 고착될 위험을 지적했다.

‘일부 더 높은 인플레이션이 시스템에 깊이 박힐 실질적 위험이 있다’ – 토머스 퓨

실제 기업들은 비용 상승과 고객 이탈 위험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클리브던 패스너스스티브 하더먼 대표는 전기요금·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2022년 이후 다섯 차례 가격을 올렸으며 ‘추가 인상’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식품업체 님스(Nim’s)의 창립자 니미샤 라자는 ‘기회주의적 가격 인상’을 다수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공급업체가 애초 30% 올린 애호박 가격을 추가로 5% 인상하려 하자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없다’며 저항했고, 결국 인상을 막아냈다.


BoE, 인플레이션 ‘상단 고착’ 경보

BoE는 물가가 ‘높은 수준에서 멈춰 설’ 위험에 더욱 민감해졌다. 동시에 임금 상승세가 점진적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연간 임금 상승률은 약 5%로, 2년 전 8% 가까이에서 내려왔지만 BoE가 목표 인플레이션(2%)과 정합적으로 보는 3%를 여전히 크게 상회한다.

고용 둔화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은 인력 유지를 위해 분투 중이다. 독일계 슈퍼마켓 리들(Lidl) 영국법인은 경쟁사 알디(Aldi)에 맞춰 2년 새 다섯 번째 임금 인상을 단행했다.

그러나 다수 기업은 신중 모드다. 데이터 기업 브라이트마인은 7월까지 3개월간 민간부문의 평균 임금 합의가 3%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브라이트마인의 실라 애트우드 이사는 9월 물가가 4%에 이르더라도 2026년 초 임금 협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이후에도 4% 안팎이 이어지면 내년 봄 협상부터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영국 최대 노조 중 하나인 유나이트(Unite)의 사무총장 샤론 그레이엄은 ‘노동자에게 당장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며 ‘지금이 행동할 때’라고 촉구했다.


BoE는 물가가 12월 3.6%로 내려가고 2026년 평균 2.5%를 기록한 뒤, 2027년 2분기에야 목표치 2%에 복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은 ‘예상치를 웃도는 인플레이션 압력’ 가능성이 커졌다고 인정했다.

팬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로버트 우드 수석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26년 2.7%, 2027년 2.5%로 BoE 전망보다 높은 물가를 예상한다. 그는 리브스 재무장관이 자동차 연료세 동결을 해제하고 추가 증세에 나설 경우 물가 상승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봤다.

우드는 BoE가 이미 금리 인하 사이클의 막바지에 도달했다고 판단하지만, 대다수 경제학자는 노동시장 둔화가 추가 완화를 허용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로이터가 실시한 전문가 설문에 따르면 다수는 11월 추가 금리 인하와 2026년 초 재차 인하를 전망했다.

‘임금이 인플레이션에 반응할 위험은 늘 존재하지만, 최소한 지금은 2021년과 같은 상황이 아니다’ – 필립 쇼, 인베스텍 수석 이코노미스트

그는 실업률 상승, 노동 공급 확대, 에너지 가격 안정 등을 근거로 들며 ‘현 노동시장은 중기적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하기엔 너무 약하다’고 진단했다.


용어·배경 설명이해 돕기

영란은행(BoE)은 영국의 중앙은행으로, 한국의 한국은행 역할에 해당한다. 기준금리 결정과 물가 안정이 주 임무다.
• G7은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 등 선진 7개국을 뜻한다.
철도 요금학자금 대출 상환액은 물가 지표에 연동돼 매년 조정되며, 이는 가계 실질 부담과 직결된다.
• Unite·GMB·Unison 등 영국 노조는 임금 협상에서 정부·기업과 자주 갈등을 빚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