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명품 하우스 발렌티노, 최고경영자에 리카르도 벨리니 선임

로마발(ROME) —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발렌티노(Valentino)가 새 최고경영자(CEO)로 리카르도 벨리니(Riccardo Bellini)를 선임했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벨리니 신임 CEO는 카타르 국부펀드 마이후올라(Mayhoola)에서 영입됐으며, 오는 9월 초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2025년 8월 2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인사는 지난주 사임이 발표된 야코포 벤투리니(Jacopo Venturini) 전임 CEO의 후임 인선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미국과 중국 핵심 시장의 수요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명품기업 전반에서 경영진·크리에이티브 총괄 동시 교체가 잇따르고 있다고 진단한다.


글로벌 하우스 연쇄 인사

오는 9·10월 파리·밀라노·뉴욕 패션위크에서는 샤넬(Chanel), 발렌시아가(Balenciaga), 로에베(Loewe),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베르사체(Versace) 등 다수 브랜드에서 새 디자이너가 첫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벨리니는 성명에서 “

“뛰어난 유산과 장인정신이 독창적 크리에이티브와 결합된 발렌티노에 합류하게 돼 영광”

라고 밝혔다.

벨리니의 이력

LinkedIn 프로필에 따르면, 그는 2025년 1월부터 마이후올라에서 매니징디렉터(MD)를 맡아왔다. 이전에는 메종 마르지엘라끌로에(Chloé) CEO, 디젤(Diesel)·프록터&갬블(Procter & Gamble) 리더십 포스트를 역임해 브랜드 재정비·매출 회복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발렌티노에선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함께 새로운 ‘투톱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구찌 출신인 미켈레는 2024년 말 발렌티노에 합류해 첫 컬렉션 준비에 돌입했다.


발렌티노와 지배구조 변화

1960년 발렌티노 가라바니(Valentino Garavani)잔카를로 잔메티(Giancarlo Giammetti)가 로마에서 설립한 발렌티노는 현재 마이후올라가 최대 주주다. 다만 2023년 프랑스 럭셔리 그룹 케어링(Kering)이 마이후올라로부터 지분 30%를 17억 유로(20억 달러)에 인수하며 최대 2028년까지 잔여 지분 전량 인수 옵션을 확보했다.

지난달 마이후올라는 양대 주주 간 발렌티노 매각 검토설을 부인했다. 케어링은 다음 달 루카 드 메오(Luca de Meo) 전 르노 최고경영자를 새 CEO로 선임할 예정이지만, 관련 소문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삼갔다.

환율 참고

기사 작성 시점 달러/유로 환율은 1달러당 0.8572유로다.(로이터 환율 기준)


업계 전문적 시각

전문가들은 “벨리니는 브랜드 리포지셔닝과 조직 재편에서 검증된 리더십을 보여 왔다”메종 마르지엘라 재도약 사례를 언급한다. 특히 중국 내 수요 회복 지연, 미국 소비 양극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격 정책 재조정·디지털 전환·Z세대 타깃 마케팅’이 벨리니 체제의 선결 과제로 지목된다.

Mayhoola는 카타르 왕가가 후원하는 투자 기금으로, 발렌티노 외에도 바렌시아가·팔라이스 은장(Palais Au “);
등에 투자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비상장 펀드 특성상 구체적 포트폴리오는 공개되지 않았다.

한편 ‘마이후올라–케어링’ 지분 구조는 향후 발렌티노의 인수·합병(M&A) 시나리오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케어링이 발렌티노 잔여 지분을 조기에 매입해 구찌·보테가 베네타·이브생로랑 등 계열 포트폴리오와 시너지를 꾀할 가능성을 주목한다.


용어 설명

• Mayhoola – 카타르 국부펀드로, 중동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유럽 럭셔리 패션하우스에 대규모 지분 투자해왔다.
• 케어링(Kering) – LVMH에 이어 세계 2위권 규모 프랑스 럭셔리 지주사. 구찌·이브생로랑·보테가 베네타 등을 보유.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 브랜드의 디자인·이미지·콘셉트를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 CEO와 동급 또는 그 이상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전망

벨리니 선임으로 발렌티노는 브랜드 리포지셔닝글로벌 리테일 전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케어링과의 협업 심화 시 글로벌 공급망·디지털 커머스·지속가능성 경영에서도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2025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미켈레와 벨리니의 첫 합작 결과물이 공개되면, 발렌티노는 ‘로맨틱 글래머’와 ‘맥시멀리즘’을 결합한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정체성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