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인선을 둘러싼 관측이 잭슨홀 심포지엄을 앞두고 뜨거워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경제 참모인 케빈 해싯(현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유력하다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2025년 8월 20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CNBC가 잭슨홀 특별판으로 진행한 ‘CNBC Fed Survey’에서 전문가 41명 가운데 1위(선택 비율 34%)가 “트럼프가 해싯을 지명할 것”이라고 답했다. 뒤를 이어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각각 2·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누가 연준 의장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는 판도가 달랐다. 워시가 가장 적합(응답 비율 28%)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월러, 제임스 불라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가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해싯은 이 문항에서 4위에 그쳤으며, 미셸 보먼 연준 부의장(은행 감독 담당)이 5위였다.
“트럼프는 팬데믹 기간 해싯이 보여준 충성심을 높이 평가한다.” — 리처드 스타인버그, 포커스 파트너스 웰스 선임 전략가
전문가들은 해싯의 전문성은 인정하면서도 연준 독립성 훼손 위험을 우려한다. 앨런 시나이 디시전이코노믹스 대표는 “정치적 목적으로 저금리를 압박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시각이 시장에 ‘연준 장악’으로 비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설문 응답자의 41%만이 “차기 의장이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답했고, 37%는 “대통령과 협조할 것”이라고 봤다. 22%는 판단을 유보했다.
트럼프는 “멍청이 파월”이라는 원색적 표현까지 써가며 제롬 파월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독촉했으나, 연준은 관세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을 이유로 버텨왔다. 반면 보먼과 월러 이사는 지난 7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을 내며 파월과 갈등을 드러냈다.
설문 참가자들은 연준이 9월과 12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치는 2025년 3.0%, 2026년 2.9%로 여전히 목표(2%)를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응답자 3분의 2는 “관세발 인플레이션의 실질 충격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연준은 세 갈래 난관에 끼어 있다. 정치권의 금리 인하 압박, 재정 부양책, 그리고 고용·물가 지표의 탄탄한 상승세가 동시에 작용한다.” — 리처드 번스타인, RBA 최고경영자
이에 따라 파월 의장이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연례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시장이 기대하는 ‘완화적(도비시) 시그널’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응답자의 69%는 파월이 중립적 메시지를, 14%는 도비시 발언을, 나머지 14%는 통화정책 자체를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러셀인베스트먼트의 더글러스 고든 전무는 “파월은 고용의 하방 위험과 인플레이션의 상방 위험을 모두 고려해야 해 균형 잡힌 톤을 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준 제도 개편‧목표물가 논쟁
응답자의 85%는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절차는 대대적 개혁이 필요치 않다”고 답했다. 다만 세부 제도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41%는 FOMC 위원들이 익명으로 금리 전망을 제시하는 ‘닷 플롯(점도표)’ 폐지를 원했고, 37%는 현행 유지, 19%는 점도표에 개별 인사의 이름을 연동하자고 제안했다.
인플레이션 목표와 관련해선 52%가 기존 2% 단일 목표 유지를 선택한 반면, 44%는 1.4~2.7% 범위형 목표를 지지했다. 평균물가목표제(AIT)에 대해서도 44%가 폐지, 37%가 유지 의견을 나타냈다.
용어 설명
닷 플롯(dot plot)은 연준 위원들이 향후 기준금리 예상치를 익명으로 점으로 표시한 그래프로, 시장이 ‘연준 내부 시각’을 가늠하는 지표다. 평균물가목표제(AIT)는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목표를 하회할 경우, 이를 보상하기 위해 일정 기간 목표 이상 물가 상승을 용인하는 방식이다. 팬데믹 초기 연준이 긴축을 늦춘 배경으로도 꼽힌다.
전문가 시각과 전망
이번 설문은 인사 가능성과 정책 방향 모두에서 ‘불확실성의 연속’을 확인해준다. 정치적 요인이 통화정책에 미칠 파장이 핵심 변수로 부각됐고, 물가와 고용 지표 간 괴리가 이어지는 한 연준의 딜레마는 해소되기 어렵다. 필자는 잭슨홀 연설에서 파월이 ▲성장률 둔화 ▲물가 기대 ▲정책 일관성 세 가지 키워드를 균형 있게 제시해, 시장에 ‘조건부 인하’ 프레임을 고착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결국 차기 의장이 해싯이든 워시든, 연준의 독립성을 두고 시장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과격한 금리 인하 압박이 이어질 경우, 장기 국채 금리 급등과 달러 약세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