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기술주가 21일 장중 일제히 급락했다. 전날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종합지수가 1.5% 넘게 밀린 여파가 즉각 전이됐고, 인공지능(AI) 투자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결과다.
2025년 8월 2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가 CHIPS Act(미국 반도체 지원법) 자금을 지원받는 인텔(티커: INTC)에 지분 참여를 결정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부가 주요 반도체·AI 기업의 주주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업계 전반을 흔들었다. 로이터는 “워싱턴이 해당 법으로 자금을 받는 다른 기업에도 동일한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주요 종목별 낙폭
“소프트뱅크가 9% 급락했고, 엔비디아 공급사로 알려진 어드밴테스트는 6% 하락했다”인베스팅닷컴 원문
일본 증시에서는 소프트뱅크그룹(9984)이 9% 넘게 빠지며 아시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엔비디아에 테스트 장비를 공급하는 어드밴테스트(6857)는 6% 하락했고, 도쿄일렉트론(8035) –1.8%, 르네사스(6723) –3.2%로 마감했다.
홍콩 시장의 ‘BAT’ 3인방, 즉 바이두(9888), 알리바바(9988), 텐센트(0700)는 각각 0.8~2% 약세를 보였다. 2분기 호실적을 발표한 샤오미(1810)는 낙폭을 제한하며 혼조세를 연출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SMIC(0981)는 국제 AI 시장 노출이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소폭 하락에 그쳤다.
대만에서는 엔비디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TSMC(2330)가 4% 가까이 밀렸고, 한국에선 SK하이닉스(000660)가 3% 넘게 하락했다. 최대 고객사 엔비디아의 주가가 3.5% 떨어진 영향이 컸다. 최대 메모리 경쟁사 삼성전자(005930)는 보합권을 유지했다.
AI 투자의 ‘냉·온탕’ — MIT 슬론 보고서 파장
이번 매도세의 근본 배경으로는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가 초기에 공개한 연구 결과가 꼽힌다. 보고서는 “95%의 조직이 생성형 AI 투자에서 ‘제로 수익’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시가총액 1위권 빅테크 기업들이 추진한 AI 파일럿 프로젝트 가운데 단 5%만이 가시적 가치를 창출했으며, 대다수는 ‘측정 가능한 성과 없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어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AI 버블이 형성되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투자 심리가 한층 악화됐다. 시장은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엔비디아 2분기 실적 발표가 거품론을 해소할 ‘촉매’가 될지, 아니면 회의론을 심화할지 주목하고 있다.
금리·통화정책 변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불확실성도 기술주 매도세에 불을 지폈다. 투자자들은 23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제롬 파월 의장이 내놓을 통화정책 발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미래 성장 가치를 선반영한 기술주가 가장 큰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 용어 설명
CHIPS Act: 미국 내 반도체 생산‧연구를 촉진하기 위한 2022년 제정법으로, 보조금뿐 아니라 정부가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권한을 포함한다.
잭슨홀 심포지엄: 매년 8월 말 미국 캔자스시티 연은이 주최하는 글로벌 중앙은행 연례 회의로, 연준 의장 발언이 향후 금리 방향의 ‘힌트’가 된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도가 높다.
기자 해설 — 회의론 속에서도 ‘선택적 차별화’ 가능성
전문가들은 AI 거품 논란이 단기 조정의 트리거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실제 수익 모델을 갖춘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옥석 가리기 국면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처럼 데이터센터용 GPU 판매가 즉각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기업과, 아직 Pilot 단계에 머무른 플랫폼 기업 간에는 향후 주가 경로가 크게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변동성 요인으로는 정부의 전략 산업 개입이 꼽힌다. 실제로 미국이 지분 취득 조건을 내세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주도한다면, 한국·대만·일본 등 동아시아 주요 생산국 기업들도 거버넌스 구조와 배당 정책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생성형 AI 상용화율과 금리 피크아웃 시점이 기술주 반등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향후 분기별 실적 가이던스와 각국 정책 변화를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