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주요 증시는 20일 수요일 장중 약보합∼하락세를 보였다. 전날 미국 증시가 기술주 차익실현 매물에 밀려 하락한 영향을 그대로 반영했고, 일본과 한국 시장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2025년 8월 2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협상 기대감이 희미해진 가운데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 23일(현지 시각) 개막하는 잭슨홀 심포지엄에서의 제롬 파월 의장 연설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 S&P 500 지수 선물은 장 초반 0.2% 하락하며 아시아 시장 전반에 부정적 심리를 전달했다.
■ 기술주 급락 — 일본·한국 타격 심화
이날 기술(Tech) 섹터가 아시아 전역에서 두드러진 약세를 연출했다. 일본 닛케이225와 토픽스 지수는 각각 1.5%, 0.6% 떨어지며 전고점 대비 하락폭을 키웠고, 한국 코스피는 1.8% 내리며 한 달 반 만의 저점으로 후퇴했다.
개별 종목으로는 소프트뱅크그룹(9984.T)이 8% 넘게 빠지며 닛케이 하락을 주도했고, 메모리 반도체 업체 SK하이닉스(000660.KS)도 3.8% 미끄러지며 코스피에 부담을 줬다.
전날 뉴욕 증시에서 ‘매그니피선트 7’※1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가 동반 하락한 여파가 동조화 현상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 美 CHIPS 법 관련 지분 참여설, 반도체 투자심리 급랭
시장 불안을 키운 또 다른 요인은 미국 정부가 CHIPS 법(반도체산업 지원법) 자금을 수령한 기업에 지분 투자(equity stake)를 추진할 가능성
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워싱턴은 이미 인텔(INC)에 대한 지분 취득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삼성전자(005930.KS)·TSMC(2330.TW)에도 같은 요구를 검토 중이다. 이에 대만 TSMC 주가는 현지 시장에서 3.8% 급락했다.
■ 美 금리 불확실성 + 경제지표 → 기술주 ‘과열경계’
그간 ‘9월 연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급등했던 기술주는 최근 발표된 미국 경기지표가 혼조 양상을 보이자 재평가 국면에 들어섰다. 내구재 주문, 소매판매, 고용 관련 수치가 엇갈리며 연준이 매파적 스탠스를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떠올랐다.
■ 일본 무역수지 적자 전환, 증시 추가 압박
일본 증시는 거시지표도 악재로 작용했다. 7월 일본은 예상 밖 무역수지 78억 달러 적자를 기록해 직전 달 흑자에서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대(對)중국 수출 감소와 미국 고율 관세가 수출기업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미국은 8월부터 일본산 제품 관세를 15%로 인하했지만, 효과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 중국·홍콩, 통화정책 동결 속 ‘비(非)기술주’ 선호
반면 상하이종합과 CSI 300은 각각 0.4% 오르며 비교적 견조했다. 중국 인민은행(PBOC)이 5년물·1년물 대출우대금리(LPR)를 시장 예상대로 동결한 점이 안정감을 줬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은 기술주 대신 내수·소비 섹터로 이동했고, 이런 흐름은 광물·에너지 비중이 큰 호주 ASX200(+0.5%)에도 수급 호재로 작용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0.3% 하락했지만, 샤오미(1810.HK)는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에 힘입어 0.3% 하락에 그치며 방어력을 보였다. 바이두(9888.HK)·차이나리소스파워(836.HK)는 1%씩 미끄러졌고, AIA그룹(1299.HK)도 0.8% 하락하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경계감이 확산됐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협상설 & 미·중 관계 개선 기대감
최근 미·중 무역협상 분위기가 완화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정전 협정 가능성이 흘러나오면서 에너지·원자재 가격 변동성도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수입하는 중국·인도가 제재에서 한숨 돌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인도·싱가포르 — ‘관세 변수’와 증시 행보
인도 니프티50은 장 초반 소폭 하락했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거래를 이유로 대(對)인도 관세율을 50%까지 상향한 점이 투자심리를 억눌렀다. 애널리스트들은 “고관세와 원유 수급 차질이 인도 성장률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 지수는 0.3% 오르며 방어적 흐름을 이어갔다.
※ 용어 풀이
1 ‘매그니피선트 7’ —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메타 플랫폼스·테슬라 등 미국 대형 기술주 7개사를 통칭한다. 시가총액과 시장 영향력이 압도적이어서 지수 변동성에 큰 영향을 준다.
CHIPS 법 — 2022년 미국이 제정한 ‘반도체산업 육성법’. 자국 내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정부 지분을 받을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핵심 키워드로 꼽힌다.
LPR(대출우대금리) — 중국 상업은행이 우량 고객에게 적용하는 기준금리로, 인민은행이 매달 발표한다. 중국의 사실상 정책금리 역할을 하며 부동산·소비 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