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의 약 절반이 월급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다음 급여가 들어오기 전까지 통장이 ‘바닥’나는 현실에 놓여 있다. 이처럼 ‘페이체크 투 페이체크(paycheck to paycheck)’ 생활을 이어가다 보면 별도의 저축을 꿈꾸기조차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개인 재무 전문가 수지 오먼(Suze Orman)은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돈을 모을 여지는 반드시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2025년 8월 20일, 나스닥닷컴(Nasdaq.com) 보도에 따르면 오먼은 CNBC 인터뷰와 Oprah.com 기고 등을 통해 ‘타이트한 예산에서도 실천 가능한 5가지 저축 팁’을 제시했다. 그는 “‘못 해’라는 단어를 어휘에서 지워라”라며, 습관화된 소액 소비가야말로 재무 건전성을 갉아먹는 ‘작은 구멍’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기사는 오먼이 제안한 ①부정적 어휘 제거 ②우선순위 재정립 ③자동이체 활용 ④욕구와 필요의 구분 ⑤긴급예비자금 확충이라는 다섯 가지 전략을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생소할 수 있는 금융용어도 함께 풀이한다.
1. ‘할 수 없다’라는 말을 버려라
오먼은 CNBC 인터뷰에서 “저축할 수 없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는 ‘커피 한 잔, 10달러 점심, 스트리밍 플랫폼 중복 구독’ 같은 자잘한 소비를 예로 들며, “그 돈이 곧 은퇴 계좌로 들어갈 수 있는 씨앗 자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평균적인 외식 비용은 월 300달러에 달한다. 하루 10달러를 절약하면 1년 3,600달러, 우리 돈 약 480만 원이 모인다.
2. ‘나’를 최우선으로 배정하라
많은 이들이 “남는 돈이 없어서 저축 못 한다”고 말하지만, 오먼은 “지출 명세서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숨은 돈’(hidden money)이 보인다”고 주장한다. 그의 조언은 간단하다. 첫째, 전기·가스·물 요금 등 공과금 10% 절감을 목표로 한다. 둘째, 신용카드 명세서에서 불필요한 구독료·이자·수수료 항목을 점검해 즉시 해지한다. 실제로 Oprah.com이 인용한 소비자 조사 결과, 미국 가계의 평균 ‘불필요 구독료’는 월 133달러로 집계됐다.
3. ‘자동이체’로 기회를 선점하라
오먼은 “급여가 입금되기 전에 일정 금액이 자동으로 빠져나가도록 만들면, 그 돈을 실제 소득에서 제외한 채 생활하는 습관이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월 50달러(한화 약 6만7,000원)만 자동이체해도 장기적으로 큰 차이를 만든다고 분석했다. 특히 세후(稅後) 자금으로 운용되는 Roth IRA 계좌를 추천한다.
“50달러씩만 떼어 놓으면 정말 존재 자체를 잊게 된다. 대신 그 돈이 복리로 불어나 당신의 미래를 지켜 준다.” — 수지 오먼, CNBC 인터뷰 中
용어 설명: Roth IRA는 미국의 개인형 은퇴연금 계좌로, 불입 시에는 세액공제가 없지만 인출 시점에 세금이 면제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 개인형 퇴직연금(IRP)·연금저축과 유사하지만, 과세 시점·인출 규정에서 차이가 있다.
4. ‘욕구’와 ‘필요’를 냉혹하게 구분하라
오먼은 구매 전 “이것이 ‘원트(want)’인가 ‘니드(need)’인가?”를 자문하라고 조언한다. 약, 식료품, 주거비, 보험료 등은 분명한 필수 지출(need)이다. 그러나 최신 스마트폰 케이스, 디자이너 브랜드 의류, 희소성 굿즈 등은 대부분 욕구(want)에 가깝다. 이 단순한 질문 하나로 예산의 절제를 돕는 ‘심리적 방화벽’을 구축할 수 있다.
5. 긴급자금(Emergency Fund)을 8~12개월치로 확대하라
마지막으로 오먼은 “8~12개월치 생활비를 담보할 긴급예비자금을 갖추라”고 거듭 강조한다. 월 20달러(약 2만7,000원)라도 우선 시작해 ‘작지만 꾸준한 쌓기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수입보다 낮은 수준으로 사는 삶이야말로 재정 자립의 초석”이라고 재차 언급했다.
■ 생활 밀착형 저축 실천 가이드
① 지출 다이어트: 한 달간 모든 소비를 기록하고, 비(非)필수 지출을 10%씩 잘라낸다.
② 자동화: 급여일 다음 날 바로 별도 계좌로 자동이체 설정 후, 체크카드는 그 계좌에서만 사용한다.
③ 미니멀리즘: 집·차·가전·옷 등 생활 전반을 ‘작고 효율적인 것’으로 다운사이징한다.
④ 시장 조사: 전기·가스·통신 요금을 ‘경쟁사 견적’과 비교해 불필요한 프리미엄을 제거한다.
⑤ 지속 가능성: 6개월마다 저축률을 재점검해 단계적으로 비율을 높인다.
위 5단계를 충실히 지키면, 연소득이 6만 달러(약 8,000만 원) 이하인 가계라도 ‘저축 불능’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오먼의 핵심 메시지다. 그는 “고소득보다 중요한 건 습관”이라며, 모든 재정 목표는 일상의 작은 선택에서 시작된다고 밝혔다.
■ 전문가가 짚은 핵심 키워드
Paycheck to Paycheck — ‘급여일 이전 통장 잔액 0원’ 상태로, 비상금·저축·투자가 사실상 전무한 재정 구조.
Hidden Money — 커피, 구독료, 과도한 유틸리티 요금처럼 자각하지 못한 채 누수되는 소액 지출.
Emergency Fund — 실직·질병·사고 등 예측 불가능한 위험에 대비해 3개월 이상 생활비를 현금성 자산으로 확보하는 자금.
위 세 용어는 미국 현지 재무 코칭에서 자주 등장하지만, 국내 대중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다. 특히 ‘Hidden Money’ 개념은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한국 속담과 맥을 같이하며, 극단적 소비 줄이기 전략의 심리적 근거로 작용한다.
결론적으로, 수지 오먼의 5단계 솔루션은 ‘고정 관념 타파’(can’t → can)에서 출발해 ‘비상 자금 완성’으로 귀결된다. 그는 거듭 “수입 규모가 아닌 행동 전략”을 강조하며, 자동이체·욕구 절제·긴급기금 마련이라는 3대 원칙을 실천할 때 재정 스트레스가 크게 완화될 것이라고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