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미국 산업정책의 패러다임이 요동치고 있다. CHIPS and Science Act(CHIPS법) 보조금을 받는 조건으로 미 연방정부가 인텔·마이크론·TSMC·삼성전자 등 수혜 기업의 비의결권 지분을 직접 확보하는 방안이 공식 테이블에 오른 것이다.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은 “국민 세금을 단순 지원금이 아닌 투자 자산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1980년대 이래 ‘시장 친화적’으로 일관했던 미국 산업정책의 대전환이자, 반도체 공급망·증시·거시경제 전반에 걸쳐 장기 구조 변화를 촉발할 제도 혁신이다.
1. CHIPS법 지원 체계의 변모
1) 기존 모델: 무상 보조·세액공제
2022년 통과된 CHIPS법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R&D 회귀를 목표로 527억 달러 보조금+390억 달러 투자세액공제를 약속했다. 자금은 직접 현금·세제혜택 형태로 지급되며, 정부는 ‘반드시 미국 땅에 공장만 지어 달라’는 수준의 최소 조건만 제시해 왔다.
2) 수정안: 지분 교환+수익 공유
트럼프 행정부는 “세금으로 대기업 증설 비용을 대신 내 준 뒤 과실은 민영화된다”는 비판을 거론하며 Equity-for-Grant 구조를 제시했다. 요지는 ·무상 보조금 → 소수지분 투자(10% 안팎)
·배당·매각 차익으로 재정 손실 최소화
·공적 자금이익을 공급망 튼튼히 하는 재투자 재원화의 선순환이다.
[표] 주요 수혜 기업·예상 지분 취득 규모
기업 | 보조금(억$) | CapEx(억$) | 정부 취득 지분 추정(%) | 투자 논리 |
---|---|---|---|---|
Intel | 79 | 100+ | ~10 | 파운드리 체질 개선·안보 |
TSMC US | 66 | 120 | 5 미만 | 서플라이 체인 다변화 |
Samsung TX | 47.5 | 170 | 3 미만 | 고성능 로직 확대 |
Micron | 62 | 150 | 7~8 | HBM·DRAM 전략 자산화 |
*지분율은 시장가 대비 보조금/투자규모·기업 협상력 등을 가정한 추정치
2. 글로벌 비교와 정책 레버리지
1) 역사적 선례
- GM·AIG 구제금융(2008): 의결권 우선주+워런트로 2014년까지 투자원금 회수·차익 225억 달러.
- Energy Dept. ATVM 대출: 테슬라 사례처럼 지분 대신 옵션·상환이자 구조. 정부 ‘엑시트’ 후 장부상 대규모 미실현손실.
CHIPS법 수정 모델은 두 선례의 ‘성공 회수+전략 관여’ 장점을 결합한다. 그러나 제조업 민간 통제 전통이 강한 미국에서 정부가 대규모 하이테크 지분을 직접 보유하는 사례는 전무하다.
2) EU·동아시아와의 차별화
EU Chips Act·日램프 업(디지털가전법) 등은 무이자 보조·대출·세액공제가 주류다. 중국은 국유펀드(빅펀드)로 30% 이상 전략지분을 확보해 경영과 기술을 사실상 통제한다. 미국은 ‘비의결권’ 카드를 통해 민간 주도 혁신 및 공공 위험 분담 균형을 노린다.
3. 거시경제·재정 파장
1) 재정수지 개선 vs. 시장 왜곡
S&P Global은 관세수입과 함께 지분배당·매각차익을 추산해 10년간 650억~900억 달러 재정 보전 효과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정부 보유 주식이 증시 변동 요인으로 직·간접 개입 변수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중립성 훼손 우려도 높다.
2) 채권·통화정책과의 인터플레이
정부 배당수입이 확정적일수록 만성적 재정적자→국채 발행 압력 완화를 통해 장기금리 하방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파운드리 증설 비용이 정부 재원으로 부분 충당되면 총수요 추가 부양이 겹쳐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점화될 여지도 있다. 연준은 “투자·재정 충격물”을 통화정책 시나리오에 새로 반영해야 한다.
4. 산업 지형 재편 시나리오(2025~2030)
시나리오 A — 공공·민간 윈윈
- 정부 참여지분은 2030년까지 단계적 매각, 총 1,000억 달러 회수 및 재투자.
- 인텔 파운드리 점유율 5%→15%로 3배 확대, 삼성·TSMC 美 로컬 생산 비중 10→25%.
- 첨단(PPA 2nm 이하) 공정 중 북미 비중 0%→15% 전격 상승.
시나리오 B — 지분갈등·정책 부메랑
- 정권 교체·의회 분열로 ‘지분 롤백’ 논쟁, 경영진 충돌·CAPEX 지연.
- TSMC·삼성, 관치 리스크 회피 위해 멕시코·베트남 대체 투자.
- 글로벌 공급망 조각화 심화로 칩 인플레이션·AI 서버 원가 20% 상승.
필자는 A 60% : B 40% 확률로 본다. 정부가 의결권을 보유하지 않는 한 대규모 운영 마찰은 제한적이지만, 정치 리스크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5. 주식·ETF·채권시장 장기 전략
1) 섹터·ETF 선택
- SOXX·SMH: 지분 참여 시 정부 보유분이 장기적으로 시장 유동물량 감소(=공급 축소 효과) → 밸류 프리미엄 요인.
- USAI(가칭): 美 온쇼어 반도체 ETF 기획 단계. 공적 SWF 성격의 정부 지분을 ‘앵커’로 활용할 경우 신규 벤치마크 탄생 가능.
2) 개별 종목 핸드북
공급망 다변화 수혜:ASML·Applied Materials·Lam Research
전력·클린룸 EPC:Bloom Energy·Fluor·Jacobs Solutions
옵션 전략: 인텔 2027 LEAPS 콜 50 달러 (+풋 스프레드로 헤지)
6. 리스크 요인
- WTO·동맹국 제소로 ‘국가보조금 ·정부경영’ 논쟁 재점화.
- 대선·의회 구도 변화로 정책 번복 or 지원 지연.
- 지분 평가손 발생 시 재정수지 불확실성 재부상.
- 중국 반도체 굴기 본격화→보복성 투자 제한.
7. 결론 및 제언
미국 정부의 CHIPS법 지분 참여 전략은 단순한 재정 테크닉을 넘어 “21세기 전략산업에 대한 공적 투자-민간 혁신 혼합모델”을 실험한다. 향후 1년은 ①의결권 제한 유지, ②지분 투명성, ③수익 재투자 루트가 투자자 신뢰를 좌우할 것이다. 투자자는 정치 일정·규제 세부안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자산배분 조정을 병행해야 한다.
ⓒ 2025 이중석 칼럼니스트 / 데이터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