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평화협상 진전 소식에 국제유가 약세…WTI 0.98% 하락

[국제 원자재 시황] 19일(미국 동부시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9월물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0.62달러(-0.98%) 내린 배럴당 62.49달러에, RBOB 휘발유 9월물은 0.0011달러(-0.05%) 밀린 갤런당 2.1989달러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2025년 8월 19일, 나스닥닷컴이 인용한 바차트(Barchart) 보고에 따르면, 시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러시아산 원유의 수출 제약이 완화될 수 있다는 예상에 따라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8일 밤(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종전 시 안보 보장을 공동으로 논의하겠다”는 뜻을 확인받았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한 “영토 교환 문제는 추후 논의로 미뤘다”고 언급했다. 전쟁이 종결될 경우 서방의 대러 제재가 해제되고 러시아산 원유가 다시 자유롭게 거래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WTI 선물 차트

OPEC+이 8월 2일 회의에서 9월 1일부터 하루 54만7000배럴 추가 증산을 승인한 점도 약세 요인이다. 산유국들은 2026년 9월까지 2년여에 걸친 감산 조치를 완전히 되돌리겠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다만 7월 OPEC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2만 배럴 감소한 일일 2831만 배럴을 기록했다.

반면, 해상 원유 재고 감소는 유가 하락폭을 제한하고 있다. 에너지 분석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8월 15일 기준 선박에 7일 이상 대기 중인 해상 저장 원유는 전주 대비 12% 줄어든 8249만 배럴로 집계됐다.

RBOB 휘발유 차트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13일 주간 보고서에서 8월 8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가 304만 배럴 증가해 두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 재고는 여전히 5년 평균 대비 5.1%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가솔린 재고는 평균치를 0.25% 상회했지만, 중간유(디스틸레이트) 재고는 15.45% 부족한 상태다. 미국 주간 원유 생산량은 1332.7만 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0.3% 늘었으며, 2024년 12월 첫째 주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1만 배럴)를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베이커휴즈(Baker Hughes)는 8월 15일로 끝난 주에 미국 내 가동 원유 굴착기 수가 411기(전주 대비 변동 없음)라고 발표했다. 이는 2022년 12월의 627기에서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 용어 해설 및 배경

WTI: 미국 텍사스주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경질유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대표적 원유 벤치마크다.

RBOB 휘발유: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첨가제를 섞기 전 단계의 규제 대응 휘발유 선물을 의미한다.

OPEC+: 13개 OPEC 회원국과 러시아·카자흐스탄 등 10개 비OPEC 산유국이 협의체를 구성한 형태로, 산유량 조절을 통해 국제유가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EIA: 미 에너지정보청(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의 약어로, 미국 내 에너지 통계·분석을 담당한다.

해상 저장 원유: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항구에 정박해 하역하지 않고 일정 기간 대기하며 재고 역할을 하는 물량으로, 공급 과잉 여부를 가늠하는 지표다.


■ 기자의 시각

시장 심리는 ‘평화협상 → 제재 완화 → 러시아산 물량 증가’라는 단순 논리로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제재 해제까지는 다자간 조약 체결, 의회 승인 등 복잡한 절차가 남아 있다. 또한 러시아는 이미 암시장 및 우회 수출을 통해 일정 물량을 공급하고 있어, 실제 시장에 유입될 ‘추가 공급’ 규모는 제한적일 수 있다. 따라서 단기적인 가격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추세는 글로벌 재고 추이·미국 셰일 증산 속도·OPEC+의 협조 여부 등 다층적 요인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원유 및 여타 원자재 가격 방어 요인으로 작용한다. 달러 인덱스 하락은 비달러권 국가의 원유 구매력을 높여 수요를 지지한다. 이에 따라 현재의 하락 압력이 과도할 경우, 배럴당 60달러 선에서 기술적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평화협상에 따른 헤드라인 리스크는 단기 변동성을 증폭시키지만, 실물 수급 및 정책 변수를 감안하면 WTI 기준 60~70달러 박스권이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