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미국 최대 가전·전자제품 전문 유통업체 베스트바이(Best Buy)가 자사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에 제3자(3rd-party) 판매자가 직접 입점·판매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를 공식 개설했다.
2025년 8월 1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한층 다양한 상품 구색을 확보해 최근 수년간 둔화된 매출 흐름을 반전시키겠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날부터 온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는 기존에 없던 맞춤형 비디오게임 컨트롤러 등 테크 액세서리는 물론, 시즌 장식용품·스포츠 기념품 등 비(非)기술 카테고리 제품까지 확인·구매할 수 있다.
■ 아마존·월마트 방식 차용…“고객이 있는 곳으로 간다”
이번 플랫폼은 아마존, 월마트가 이미 검증한 ‘수수료 기반 오픈마켓 모델’을 벤치마킹했다. 판매자가 재고를 확보·판매·배송까지 모두 책임지고, 베스트바이는 판매 대금 중 일정 비율을 commission으로 취득하는 구조다. 제이슨 본피그(Jason Bonfig) 최고고객·제품·풀필먼트 책임자는 “모든 의사결정은 고객과 그들의 기술 수요를 최우선으로 한다”며 “소비자가 전자제품을 마켓플레이스에서 거래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우리 역시 고객이 있는 곳으로 채널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존 온라인·오프라인 매장에선 구형 카메라용 배터리, 구형 스마트폰 케이스 등 일부 수요가 꾸준한 제품이 빠져 있었다”며 “이번 플랫폼이 이러한 빈틈(assortment gap)을 메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대형 유통망을 감당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중소 제조사의 혁신 제품도 손쉽게 온라인 진열대를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매출 하락세·관세 부담…돌파구 찾는 베스트바이
베스트바이의 연간 매출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IT 기기 교체 수요 급증 이후3년 연속 감소세다. 주택시장 침체, 소비양극화, 기기 교체주기 장기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회사는 올해 5월 실적 발표에서 2026 회계연도(2025년 2월 종료) 매출 전망치를 411억~419억 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직전 회계연도(415억 달러)와 유사하지만 팬데믹 전후 고점에는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관세 인상까지 겹치며, 전자업체들이 연구·개발보다 비용절감에 집중하게 된 점도 악재로 꼽힌다. 제프리스(Jefferies) 소속 리테일 애널리스트 조너선 마투셰프스키는 “기술이 한 단계 도약할 때 베스트바이는 대형 할인점이나 순수 온라인 경쟁사보다 유리하다”면서도, 최근 시장환경에서는 그 ‘도약’이 지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 ‘광고+수수료’ 고수익원…하지만 품질 리스크도 상존
코리 배리(Corie Barry) 최고경영자(CEO)는 5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마켓플레이스를 올해 핵심 전략으로 꼽으며 “새로운 이익 흐름(stream)은 현 시장 환경에서 더욱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플랫폼 내 판매자는 검색 결과 상위 노출 등 광고 슬롯을 구매할 수 있고, 이는 리테일 미디어 사업을 확대하려는 베스트바이에게 또 다른 고부가가치 수단이 된다.
“판매자가 비용과 재고 리스크를 떠안기 때문에 유통사는 높은 이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 저스틴 맥팔레인, 알릭스파트너스 글로벌 리테일 그룹 전무
다만 그는 “포장 훼손·구성품 누락·배송 지연 등 판매자 품질관리 문제가 소비자 불만으로 직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카테고리·상품 수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희석돼 이용자가 ‘과잉 선택지 피로’를 겪을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 출범 시점 판매자 500곳…베스트바이 반품 정책과 동일
본피그 책임자에 따르면, 출범 초기 입점 셀러는 약 500곳이다. 회사는 사전 심사를 통해 ‘고객 경험’을 충족하는 업체만 선별했다. 모든 셀러는 베스트바이와 동일한 반품·환불 규정을 따라야 하며, 소비자는 제품을 판매자에게 직접 보내거나 인근 베스트바이 매장에 반품할 수 있다.
■ 비슷한 흐름 타는 美 유통업계
베스트바이는 로우스(Lowe’s)·노드스트롬(Nordstrom) 등 지난해 마켓플레이스를 도입한 유통업체들과 합류했다. 올해 말에는 화장품 전문 체인 울타뷰티(Ulta Beauty)가, 타깃(Target)도 기존 플랫폼 ‘타깃 플러스(Target Plus)’ 확대를 예고했다. 이는 광고 수익 극대화와 무재고(자산 경량화) 모델이라는 공통 목표를 공유한다.
■ 알아두면 좋은 용어 설명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란? 아마존·쿠팡 등과 같이 다수 판매자가 동일 플랫폼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을 지칭한다. 플랫폼 운영사는 수수료·광고·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수익을 얻고, 재고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리테일 미디어(Retail Media)란? 유통사가 보유한 온라인·오프라인 채널과 소비자 데이터를 활용해 판매자 또는 브랜드에게 광고 공간을 제공하는 비즈니스다. 최근 미국 소매업체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 해설: 베스트바이의 이번 행보는 온라인 채널 경쟁력 강화를 통한 ‘옴니채널(Omni-channel)’ 전략 가속화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리테일 미디어, 구독형 멤버십(예: Totaltech) 등 비(非)판매 부문 수익원을 함께 키워 마진을 방어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다만, 플랫폼 품질 관리 실패 시 단기간 수익보다 장기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수 있어, 셀러 등급제·실시간 리뷰 모니터링 등 후속 보완책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