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크라이나에 ‘안보 보장’ 약속…구체적 형태는?

워싱턴 = 연합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5년 8월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회담을 갖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 진전을 모색했다. 두 정상은 환한 미소로 악수하며 지난 2월 발생한 공개 설전과는 상반된 모습을 연출했다.

2025년 8월 19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다수의 유럽 정상들이 화상 또는 대면 형태로 참여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직접 회담을 주선하고 자신이 동석하는 3자 회담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가장 주목할 만한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Security Guarantees)’을 유럽 국가들이 미국과 공조해 제공하겠다고 밝힌 대목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중대한 도약”이라 평가하며, 향후 7~10일 안에 서면 합의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재원으로 대규모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방식이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안보 보장의 윤곽

구체적 내용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이 대부분의 부담을 떠안을 것이라면서도 미국 역시 “우크라이나를 매우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상 ‘안보 보장’은 ‘의지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이라 불리는 다국적 감시체제가 평화협정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군사·재정적 의무를 진정성 있게 이행한다는 뜻이다.

Chatham House 인터뷰 장면

마크롱 대통령은 19일 프랑스 방송 TF1-LCI 인터뷰에서 (NBC News 번역) “우리가 준비 중인 첫 번째·가장 중요한 보장수십만 명 병력과 첨단 방공망을 갖춘 강력한 우크라이나군”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두 번째는 영국·프랑스·독일·튀르키예 등이 투입할 ‘리어슈어런스 포스(reassurance forces)’”라며, 전방 배치가 아닌 공중·해상·후방에서 억지 신호를 보내는 임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의 평화는 곧 유럽의 평화라는 전략적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 목표다.” — 에마뉘엘 마크롱


■ ‘리어슈어런스 포스’란?

‘리어슈어런스(Reassurance)’는 동맹국에 안보 확신을 제공하기 위해 실시하는 군사적 존재감 과시를 뜻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동유럽에 순환 배치군을 파견해 동일 개념을 적용해 왔다.


■ 신뢰와 의문이 교차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의 야르슬라바 바르비에리 연구원은 CNBC 인터뷰에서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감돌지만, 세부 이행 방식·병력 주둔지·참여국불확실성이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을 역임한 가브리엘리우스 란즈베르기스도 “유럽이 아직 ‘레버리지’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일부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잃을 수도 있다’고 언급하는 것은 유럽이 스스로를 약자로 규정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란즈베르기스 전 리투아니아 외무장관 인터뷰 장면

그는 또 “우리는 푸틴의 ‘허락’을 구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주둔시킬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지만, 현실적으로는 휴전 부재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안전보장을 구체화하기 어려운 난제가 남아 있다.


■ 평화로 가는 험로

푸틴 대통령의 보좌관 유리 우샤코프는 18일 “우크라이나·러시아 대표단 급을 격상해볼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푸틴 간 통화 내용을 전했으나, 직접 회담에 대한 확답은 내놓지 않았다.

홀거 슈미딩 베렌베르크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향후 정상회담이 평화 프로세스를 연장할 순 있겠지만, 러시아가 휴전 없이 협상을 지속하길 원하는 ‘러시아식 각본’이 유지되는 셈”이라며 “푸틴은 회담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어 실패 책임을 젤렌스키에게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 전문가 시각과 시장 파장

글로벌 국방 컨설팅업체 어뮤니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미국산 무기 대량 구매가 현실화될 경우 2026~2028년 사이 미 방산업체 수주액이 최대 850억 달러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유럽 재정 부담과 맞물려 유로화 약세·채권 금리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한편 뉴욕 증시에서 방산 대표주인 록히드마틴 주가는 회담 당일 2.3% 상승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안보 의존도를 이용한 미국·유럽 간 ‘방산-외교 패키지’가 강화될수록, 글로벌 공급망과 투자 흐름이 재편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 향후 전망

현재 계획대로라면 7~10일 내 구체적 서면 합의 초안이 공개될 예정이다. 하지만 휴전·영토 문제·병력 배치라는 3대 난제가 풀리지 않는 한, 문서화된 ‘안보 보장’이 실효성을 확보할지는 미지수다.

결국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안보는 ‘종이지도 위 약속’이 아닌, 실제 자원 투입과 국제 정치 역학 속에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