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자동차 금융업계가 대규모 보상 부담에서 일부 벗어나면서 인수·합병(M&A)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영국 대법원은 이달 초 자동차 할부금융 판매 관행과 관련해 하급심 판결의 상당 부분을 뒤집었고, 이에 따라 업계가 짊어질 보상 규모가 기존 추정치(약 300억 파운드)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2025년 8월 1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판결로 보상 리스크가 완화되자 사모펀드가 장기간 보유해온 자산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통상적인 회수 기간을 훌쩍 넘겨 자동차 금융 회사를 보유해 온 탓에 자산 매각 압력이 누적돼 왔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법무법인 화이트앤드케이스(White & Case)의 하이더 주마보이 파트너는 “이제야말로 실제 매각 작업이 본격화될 시기“라며 “소유주들은 최종 보상안 세부 지침을 기다리면서도 매각 준비에 착수할 만한 확실성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주마보이 파트너의 견해는 로이터가 접촉한 다른 세 명의 기업 자문가들로부터도 동의를 얻었다. 다만 또 다른 세 명은 최종 보상 규모가 확정될 때까지 M&A 거래가 최소 내년 이후로 지연될 수 있다는 신중론을 유지했다.
시장에 나올 잠재 매물도 구체화되고 있다. 런던 소재 사모펀드 캐봇 스퀘어 캐피털(Cabot Square Capital)은 BNP파리바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블루 모터 파이낸스(Blue Motor Finance)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 모터 파이낸스는 2023회계연도에 매출 5,300만 파운드, 순손실 850만 파운드를 기록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바우포스트 그룹(Baupost Group)이 보유한 스타트라인(Startline) 역시 몇 개월 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스타트라인은 2023년 이자수익 및 기타 수익 1억 30만 파운드, 순손실 약 425만 파운드를 공시했다.
투자은행 훌리한로키(Houlihan Lokey)의 엘리엇 리더 이사는 “규제나 거시경제 변수 때문에 예정보다 오래 사모펀드 포트폴리오에 머문 우량 자산“이 많다며 “지금은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돼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에버셰즈 서덜랜드(Eversheds Sutherland)의 앤토니 월시 파트너는 “이번 판결이 자동차 금융 부문의 향후 M&A 활동에 길을 열어 준 것은 분명하지만, 본격적인 거래는 2026년경에나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상 제도와 시장 규모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은
브로커가 고객에게 제시하는 금리를 임의로 조정할 수 있었던 ‘재량 수수료(discretionary commission) 구조’가 적절히 고지되지 않았을 경우
보상을 제공하는 제도를 설계 중이다. 감독당국은 정확한 비용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90억~180억 파운드 범위의 중간값이 “더 현실적”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재량 수수료’란 대출 중개인이 고객에게 적용할 금리를 재량껏 높이고, 그 대가로 더 높은 커미션을 챙길 수 있게 설계된 구조를 뜻한다. 소비자에게 명확히 고지되지 않을 경우 과도한 금리 부담과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규제 당국의 집중 감시 대상이 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문가들은 성장성이 높은 시장이라는 점에서 잠재적 인수자들의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파이낸스&리스 협회(FLA)에 따르면 2024년 4월까지 12개월 동안 영국에서 판매된 신차의 약 80%가 할부금융을 통해 구매됐다. 2025년 상반기 신규 거래액은 전년 대비 6% 증가했으며, 6월 말 기준 소비자 자동차 금융 시장 잔액은 약 860억 파운드에 달했다.
훌리한로키의 리더 이사와 화이트앤드케이스의 주마보이 파트너는 잠재적 인수자로 대형 은행, 사모펀드, 프라이빗 크레디트 펀드 등을 꼽았다. 실제로 영국 은행업계에서는 산탄데르 UK의 TSB 인수가 성사되는 등 최근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는 6월 보고서에서 “이제 관심은 전문 대출기관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무디스가 거론한 잠재적 표적에는 알더모어(Aldermore)와 클로즈 브라더스(Close Brothers) 같은 자동차 금융 비중이 큰 기관이 포함됐다.
알더모어의 모회사인 남아프리카 공화국 금융그룹 퍼스트랜드(FirstRand)와 클로즈 브라더스는 이번 대법원 재판의 주도적 원고였다. 판결 이후 클로즈 브라더스 주가는 약 25% 상승했으나, RBC 캐피털마켓의 벤저민 톰스 애널리스트는 “보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 다른 은행들은 클로즈 브라더스를 인수 대상으로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퍼스트랜드 대변인은 알더모어 매각 계획이 없으며, 이번 판결이 자회사 전략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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