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백악관·유럽 정상회의를 앞두고 주요 통화 대비 강보합을 유지했다. 시장은 지정학적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위험 자산 선호 심리와 달러 매수세 사이에서 균형점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2025년 8월 19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달러화 흐름은 전일 대비 뚜렷한 방향성을 드러내지 않은 채 회의 결과를 기다리는 투자자들의 관망세에 따라 달러 인덱스 98.122(+0.31%) 수준에서 움직였다. 이는 지난주부터 지속된 좁은 박스권 상단을 시험하는 구간으로, 시장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여전히 높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현지 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서 “전쟁 종식을 위한 어떠한 합의에서도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언급은 러시아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실질적 진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를 자극했지만, 동시에 합의 실패 시 발생할 수 있는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부각시켰다.
“현 시점에서 시장은 극도로 조심스러운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며 오클랜드의 독립 애널리스트 티나 탱은 “달러화는 다른 통화 대비 우위를 보이고 있고, 위험 자산 선호 정서는 여전히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화는 1.1667달러로 아시아장 들어 0.06% 강세를 보였으나, 지난 2주간 이어진 좁은 변동 범위의 중앙값 언저리에서 횡보했다. 같은 시각 파운드화(스털링)는 1.351달러로 0.1% 올랐고, 호주달러는 0.6495달러로 0.1% 상승, 뉴질랜드달러(키위)는 0.59245달러로 0.1% 강세를 기록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잭슨홀 심포지엄이 이번 주 최대 이벤트로 꼽힌다. 제롬 파월 의장은 경제전망과 통화정책 방향을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며, 금리 경로에 대한 힌트가 달러 방향성을 결정할 열쇠가 될 전망이다.
용어 설명 잭슨홀 심포지엄은 미국 와이오밍주 리조트 타운 잭슨홀에서 매년 8월 열리는 중앙은행가 회의로, 글로벌 통화정책의 ‘교향곡’을 예고하는 자리로 통한다. 투자자들은 이 회의에서 나오는 한마디, 심지어 연설문 단어 선택까지 분석해 향후 금리 전망을 가늠한다.
북반구 여름휴가 시즌으로 거래량이 줄어든 가운데, 이날 발표된 주요 경제지표도 많지 않아 시장은 사실상 ‘무중력 지대’에 놓인 상태였다.
암호화폐 시장은 전반적 약세를 이어갔다. 비트코인은 0.3% 하락해 3거래일 연속 약세를 보였으며, 이더(ETH)도 0.6% 내려 2거래일째 조정을 나타냈다.
엔·달러 환율은 147.835엔으로 전일 뉴욕장 수준과 거의 변동이 없었고, 이달 들어 형성된 상단 근처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반면 일본 증시는 강세를 이어가 니케이225와 토픽스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호주에서는 웨스트팩 소비심리지수가 8월 기준 3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호주달러 상승에 힘을 보탰다. 참고로 웨스트팩은행은 호주 4대 시중은행 중 하나로, 소비·기업심리 지표 발간으로 유명하다.
달러 인덱스(Dollar Index)란? 달러 인덱스는 미국 달러화를 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스웨덴크로나, 스위스프랑 등 6개 주요 통화와 비교해 산출하는 지표다. 지수 값이 오르면 달러 가치가 상대적으로 상승했음을, 내리면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국내 투자자들이 달러 선물, 해외 ETF, 금·원자재 투자를 결정할 때 참고하는 핵심 변수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와 ‘연준 긴축 사이클 종료 기대’가 동반될 경우 위험 자산 랠리에 불을 붙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반면 협상 결렬, 에너지 가격 급등, 연준의 추가 매파적 발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변동성 지수(VIX) 급등과 함께 달러가 다시 안전자산으로서 각광받을 여지가 있다.
궁극적으로 이번 정상회의 결과와 잭슨홀 연설이 교차하는 ‘8월 이벤트 리스크’를 무사히 통과하느냐에 따라 달러 방향성뿐만 아니라 글로벌 주식·채권·원자재 시장의 하반기 시나리오가 상당 부분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