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ICE 선물시장에서 9월물 아라비카 커피(KCU25)는 장중 한때 2개월 최고가를 경신했으나, 장 마감 무렵에는 전일 대비 0.10% 하락한 0.35센트 내린 349.55센트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만기 로부스타 커피(RMU25)도 0.69% 떨어진 톤당 4,171달러로 약보합세를 기록하며 장 초반의 오름세를 대부분 반납했다.
2025년 8월 1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카를루스 파바루(Carlos Fávaro) 농업장관이 “브라질산 커피는 미국의 50% 추가 관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기존의 관세 부담 우려가 다소 완화된 것이 가격 조정의 직접적 배경으로 지목됐다. 시장은 파바루 장관 발언 이후 ‘커피만은 예외’가 될 가능성을 선반영해 매도세로 전환했지만, 정식 발표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시사와 함께 브라질 수입품에 50% 관세를 추진할 수 있다고 언급한 이후, 커피 업계는 관세 적용 여부를 큰 변수로 삼아 왔다. 로이터·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은 “관세가 현실화되면 세계 최대 산지인 브라질 커피의 대미(對美) 수출이 위축되고 현지 재고가 급증할 것”이라고 관측한 바 있다.
가격 하단을 지지하는 공급 차질도 부각되고 있다. 민간 기상 서비스 소마르 메테오롤로지아(Somar Meteorologia)에 따르면, 브라질 최대 아라비카 재배 지역 미나스제라이스 주는 8월 10~16일 동안 강수량 ‘0’을 기록했다. 건조한 기후가 체리 성숙을 더디게 하면서 생산량 감소와 품질 저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브라질의 원두(그린) 커피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8% 급감한 240만 포대(60㎏ 기준)를 기록했다.” – 브라질 커피수출협회(CECAFÉ)
CECAFÉ는 특히 아라비카 수출이 21% 줄고 로부스타 수출이 49% 급감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1~7월 누적 수출도 21% 감소한 2,220만 포대에 그쳐, 연간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 ICE 거래소가 집계하는 아라비카 재고는 2024년 3월 이후 최저치인 726,661포대까지 내려갔다가 소폭 반등한 731,739포대를 기록했다. 로부스타 재고 역시 6,907로트로 3주 만의 최저 수준으로 감소, 공급 우려를 키웠다.
다만 브라질 현지 수확 진척률은 약세 요인이다. 현지 조사기관 사프라스&메르카두(Safras & Mercado)는 8월 6일 기준 2025/26 수확 진행률이 94%라고 발표했다. 로부스타는 99%, 아라비카는 9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빠른 속도다. 브라질 최대 생산·수출 협동조합 쿠수페(COOXUPÉ)도 회원 농가의 수확률이 80.4%에 달한다고 공지했다.
글로벌 공급·수요 전망
국제커피기구(ICO)는 6월 전 세계 커피 수출이 전년 대비 7.3% 늘어난 1,169만 포대라고 밝혔다. 반면 2024/25 누적 수출은 0.2% 감소해 장기적 타이트(공급 부족) 기조가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베트남은 2023/24 생산량이 가뭄으로 20% 급감한 147만 톤으로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같은 해 수출도 17.1% 줄어든 135만 톤으로 집계됐다. 베트남 커피·코코아협회(VICOFA)는 2024/25 생산 전망치를 2,800만 포대에서 2,650만 포대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베트남 통계총국이 발표한 2025년 1~7월 수출은 6.9% 증가한 105만 톤으로, 회복 조짐도 엿보인다.
미국 농무부(USDA) 산하 해외농업국(FAS)은 6월 25일 보고서에서 2025/26 세계 커피 생산량이 사상 최대인 1억 7,868만 포대에 달할 것이라 전망했다. 아라비카는 1.7% 감소한 9,702만 포대, 로부스타는 7.9% 증가한 8,165만 포대로 예상됐다. 같은 기간 재고는 4.9% 늘어난 2,282만 포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스위스 상업무역사 볼카페(Volcafe)는 2025/26 아라비카 공급 부족(디피싯)을 850만 포대로 추정, 5년 연속 적자를 예고했다. 이는 USDA 전망과 대조되며, 투자자들은 어느 쪽 전망이 현실화될지 주시하고 있다.
아라비카·로부스타란?
한국 소비자에게 비교적 낯선 용어일 수 있는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는 커피 두 품종을 의미한다. 아라비카는 고산지에서 자라며 산미와 향이 뛰어나 고급 원두로 분류된다. 로부스타는 평지 고온다습 환경에서 재배돼 카페인 함량이 높고 쓴맛이 강해 주로 인스턴트 커피나 에스프레소 블렌딩에 사용된다.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은 아라비카가 약 60%, 로부스타가 40%를 차지한다.
시장 전문가 시각
뉴욕 소재 헤지펀드 ‘커피인사이트’의 리사 첸 애널리스트는 “미국 관세가 면제되면 브라질 물량이 시장에 계속 유입되면서 단기 하락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후 리스크가 더 큰 변수”라고 분석했다. 런던 ICE 중개사들은 “브라질·베트남의 수확 진행률과 달리, 중남미 일부 국가가 엘니뇨 영향으로 생산 감소를 겪고 있어 글로벌 수급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 파생상품 전문가는 “아라비카-로부스타 가격 차이가 최근 3년 평균보다 확대됐다”면서, 스프레드 거래(두 품종 가격 차이에 베팅)를 통해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2025 Barchart, Inc. 본 기사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필자 및 소속사는 관련 자산에 대한 직접·간접 보유 포지션이 없음을 명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