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네디 장관이 전원 해임한 CDC 백신 자문위, 이해상충 비율 24년 새 최저치 기록

[워싱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의 이해상충 비율이 2000년 42.8%에서 2024년 5%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부 장관이 지난 6월 위원 17명 전원을 해임한 직후 발표된 JAMA(미국의학회지) 논문에서 확인된 수치다.

2025년 8월 1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해당 연구는 2000~2024년 ACIP 및 식품의약국(FDA) 산하 ‘백신‧생물의약품 자문위원회(VRBPAC)’의 이해상충(disclosure of conflict of interest) 신고 건수를 전수 분석해 도출됐다.

연구 책임자인 지니비브 캔터(USC 셰퍼센터)는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상당한 개선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공동저자인 피터 러리 전 FDA 보좌관은 “켄네디 장관이 이해상충 문제의 중요성을 지적한 것은 일리 있지만, 현 단계에서 그 비율이 ‘높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 ACIP·VRBPAC 이해상충 추이 세부 내용

ACIP: 2000년 42.8% → 2010년 15% → 2024년 5%
VRBPAC: 2010년 이후 매년 4% 이하, 10개 연도는 0%를 유지

가장 빈번한 이해상충 유형은 ‘연구비 수령’이었으며, 이는 자문위원 개인 소득과 직접 연결되는 컨설팅·로열티·주식보유보다 우려 수준이 낮다” – JAMA 논문

개인소득과 직결된 이해상충(consulting·royalty·주식)은 2016년 이후 두 위원회 모두에서 1%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수치는 백신 안전성·효능 판단 과정에서 재정적 압력이 실질적으로 줄어들었음을 시사한다.

■ 용어 설명: 왜 두 개의 자문위가 존재하나?

ACIP는 FDA가 승인한 백신을 ‘어떤 연령·집단’이 ‘언제’ 맞아야 하는지를 권고한다. VRBPAC는 백신 승인 여부 자체를 심사한다. 즉 VRBPAC이 “사용 승인”을 권고하면 FDA가 결정하고, 이후 ACIP가 접종 일정을 논의하는 구조다.


■ 켄네디 장관의 전원 해임 결정, 타당성 논란

켄네디 장관은 2007년 보고서를 근거로 “ACIP에 광범위한 이해상충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2025년 6월 17인의 위원을 전격 해임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이해상충 비율이 이미 역사적 저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보건후생부 대변인 에밀리 힐리어드는 “장관은 실제·잠재적 이해상충을 모두 제거해 공중보건 결정의 신뢰도를 제고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힐리어드 대변인은 또 “올해 초 ‘ACIP 이해상충 공개(Disclosure) 온라인 도구’를 도입해 투명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시스템은 위원이 제출한 모든 재정·연구 자산을 실시간 열람하도록 설계됐다.


■ 전문가 시각: 제도 개선, 어디까지 왔나?

미 콜럼비아대 공중보건대학의 카밀라 로브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연구비 수령 자체는 공공성을 위한 연구활동이지만, 제약사·바이오기업과의 직접 협업이 늘어날수록 오해 소지가 있다”며 “이번 결과처럼 낮은 수치를 유지하려면 이해상충 공개·자정 시스템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ACIP 이해상충 규정은 2003년 대대적 개정을 거치며 ‘△회의 참가 전 사전신고 △연 2회 이상 공개자료 업데이트 △회의록 내 이해상충 표시’ 등을 의무화했다. VRBPAC도 2012년부터 ‘모든 안건별 위원 개인 이해상충 서명부’를 공개한다.


■ 백신 불신 시대, 투명성의 경제·사회적 파급력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백신 신뢰도는 공중보건뿐 아니라 금융시장·산업계에도 직결됐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제약사의 임상·승인 일정은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좌우한다. 따라서 자문위 투명성이 곧 투자자, 나아가 국민경제의 안보와도 연결된다.

이번 JAMA 논문은 연구비가 주된 이해상충 항목이라는 점을 짚으며, “과학 발전을 위한 공적·민간 연구비는 필수지만, 관리·감독 장치를 통해 오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제언한다.


■ 전망과 과제

전문가들은 “낮은 이해상충 비율 유지가 곧 ‘제로 리스크’를 의미하진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자문위 개편 과정에서 ▲전문성 공백 ▲검증 절차 지연 ▲정치적 압력 가능성 등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켄네디 장관이 해임한 이후 ACIP는 일부 소아백신 일정 권고안을 예정일보다 한 달 늦춰 발표했다.

*정책결정 투명성은 신뢰를 낳고, 신뢰는 접종률을 높인다.” – 미국 질병협회 보고서(2024)

백신 공급망·접종률·공공예산이 얽힌 ‘복합 방정식’ 속에서 이해상충 관리와 전문성 유지는 앞으로도 양립해야 할 과제다. 미국 보건후생부는 연내 ACIP·VRBPAC 차기 위원 모집 공고를 내고, 이해상충 심사 기준을 추가로 강화할 예정이다.

경제·산업 측면에서, 자문위 결정 지연은 제약·바이오 섹터의 실적 가이던스, ETF 편입 비중, 심지어 보험사 손익계산서까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시장 참여자들은 제도 변화의 세부사항을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 결론

JAMA 연구 결과는 ‘백신 자문위=이해상충의 온상’이라는 과거 이미지를 일정 부분 반박한다. ACIP와 VRBPAC 모두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성과를 이뤄냈으며, 개인소득 연계 이해상충이 1% 미만이라는 점은 특히 고무적이다. 동시에 전문가들은 “낮은 수치를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 감시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