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향 미디어 기업 뉴스맥스(Newsmax Inc.)가 2020년 미국 대선 보도와 관련해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Dominion Voting Systems)이 제기한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을 6,700만 달러에 전격 합의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1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뉴스맥스 주가가 장중 한때 9% 이상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2025년 8월 18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합의금은 2021년 델라웨어주 고등법원에 접수된 원고 측 청구액 16억 달러의 약 4% 수준으로 대폭 축소된 금액이다. 회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에서 "합의금은 향후 3개 회계연도에 걸쳐 분할 지급되며, 자체 영업수익으로 재원을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스맥스는
"자사 보도는 공인된 저널리즘 표준을 준수했으며, 2020년 대선과 관련해 쌍방의 주장을 국민이 들을 권리가 있다"
고 주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도미니언과의 법적 공방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 실익보다 소송 비용 부담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해 전격 합의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에 대한 우려와 합의 배경
이번 소송을 맡았던 에릭 데이비스(Eric Davis) 판사는 앞서 폭스뉴스(Fox News)와 도미니언 간 소송에서도 7억 8,700만 달러 규모의 합의를 이끌어 낸 바 있다. 뉴스맥스는 법원 문서를 통해 "재판부 결정이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했고, 자사 방어권을 제약했다"며 공정 재판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기자와 경영진의 개인 통신기록까지 포괄하는 과도한 증거 개시 요구, 절차적 불규칙, 유죄 추정에 가까운 분위기 등을 주요 문제로 지적했다.
크리스토퍼 러디(Christopher Ruddy) 뉴스맥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재판 과정은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었다"고 비판하면서, "델라웨어주에 법인 등록을 고려 중인 기업들은 이번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과 명예훼손 소송이란?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은 미국 및 캐나다 지방자치단체에 투표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업체다. 2020년 대선 직후 일부 보수 매체와 정치권에서 "도미니언 기계가 투표 결과를 조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회사는 명예훼손(defamation) 소송으로 대응했다. 명예훼손 소송은 허위 사실 보도로 인해 기업·개인의 평판이나 경제적 이익이 훼손됐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며, 미국 법원은 원고가 실제 손해와 "악의(malice)"를 입증할 것을 요구한다.
SEC 공시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투명성을 위해 상장사가 중대한 재무 또는 경영상 변동 사항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따라서 이번 합의 내용이 SEC에 즉시 공개된 것은 규정 준수 차원의 조치로 해석된다.
시장 반응과 향후 주가 전망
합의 발표 직후 투자자들은 소송 리스크 해소를 호재로 받아들여 매수에 나섰다. 전문가는 "초기 급등 이후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나, 법적 불확실성 제거가 향후 콘텐츠 투자·시청률 확대 전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합의금 지급에 따른 현금흐름 부담과 추가 소송 가능성은 중·장기 리스크로 지목됐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들은 "폭스뉴스가 거액 합의 후에도 광고주 이탈 등 브랜드 가치 훼손을 겪었다"면서, 뉴스맥스 역시 평판 관리 및 광고주 신뢰 회복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 시각
시장조사업체 라이트컨설트(RightConsult)의 미디어 애널리스트 김예진 연구원은 "합의금이 당초 청구액 대비 크게 낮아졌다는 점은 뉴스맥스에게 전략적 승리"라면서도, "미 대선이라는 고도의 정치적 사건을 다룬 보도의 후폭풍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률전문 매체 저스티스센트럴(JusticeCentral)은 "미연방법원에서 언론사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하기 위해서는 "실제적 악의(actual malice)"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며 "대기업 언론의 책임 범위를 둘러싼 판례가 계속 쌓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일정 및 전략
뉴스맥스는 "합의를 통해 경영의 불확실성을 제거했으며, 콘텐츠 강화 및 플랫폼 다변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치·경제 이슈를 보다 균형 있게 다루겠다"며 기사 심의 절차 강화 방침도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2024년 미국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보수·진보 진영 언론사 모두 "팩트체크" 역량 확충과 "법률 리스크 관리"가 핵심과제로 떠올랐다고 평가한다.
이번 합의가 미국 언론계 전반에 미칠 파급력, 그리고 표적 소송(SLAPP) 방지법 강화를 둘러싼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