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국부펀드의 중대 결정
노르웨이 정부가 보유‧운용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Government Pension Fund Global·GPFG)가 서안지구(West Bank)와 가자지구(Gaza)에 연루된 것으로 판단되는 이스라엘 기업 6곳을 포트폴리오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펀드 측은 윤리규범(Ethics Guidelines) 검토 결과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하며, 해당 기업의 실명은 지분 매각이 완료된 뒤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 8월 18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GPFG가 2조 달러(약 2,678조 원) 규모로 운용되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라는 점에서 국제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GPFG는 노르웨이 국립은행 투자운용부(Norges Bank Investment Management·NBIM)가 관리한다. NBIM은 “지난 8월 14일 기준, 이스라엘 상장사 38곳에 총 190억 노르웨이크로네(약 18억6,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6월 30일 대비 23개 종목이 줄어든 수치다.
■ 배제 대상 기업 ‘비공개’…5대 이스라엘 은행 포함 가능성
펀드는 구체적 사명을 아직 밝히지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이스라엘 5대 상업은행(Bank Hapoalim, Bank Leumi, Israel Discount Bank, First International Bank of Israel, Mizrahi Tefahot Bank)이 윤리감시기구(Council on Ethics)의 감시 대상에 올라 있다는 점을 근거로 ‘배제 명단’에 포함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번 발표와 별개로, GPFG는 벤치마크 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이스라엘 기업 6곳에 대한 지분도 이미 전량 매도했다고 덧붙였다.
■ 윤리 검토 배경
이달 초 현지 언론은 펀드가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 엔진을 정비·유지보수하는 방산 업체의 지분을 확대해 왔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로 인해 9월 8일 예정된 노르웨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금 운용의 윤리성 논란이 재점화됐다.
노르웨이 야당과 시민단체는 “점령 지역에서 활동하거나 이스라엘 군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는 모든 기업에서 철수(divestment)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옌스 스톨텐베르그(Jens Stoltenberg) 노르웨이 재무장관은 전면 철수를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더 많은 기업이 추가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며, 감시위원회와 NBIM 간 정보 교환 주기를 단축해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겠다고 설명했다.
■ ‘윤리부합성’ 점검 절차 강화
GPFG의 윤리 배제 메커니즘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감시위원회 권고에 따라 투자배제 또는 관여(engagement) 여부를 결정한다. 둘째, NBIM이 스스로 재무‧평판적 위험을 판단해 선제적으로 매각할 수 있다.
스톨텐베르그 장관은 “양 기관의 정보 공유가 활발해지면 ‘사전적 위험관리(divestment on risk grounds)’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외부 자산운용사 계약도 일괄 해지
NBIM은 지난주 이스라엘 자산을 위탁운용하던 외부 매니저 3곳과의 계약을 전면 종료했다고 밝혔다. GPFG가 ‘직접 운용 체제’로 전환하면서, 윤리 이슈에 대한 통제력 강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 용어 해설1
1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 국가가 외환보유액, 자원 수익 등을 바탕으로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조성·운용하는 기금. 노르웨이 GPFG는 석유·가스 수익을 재원으로 하며, 전 세계 주식·채권·부동산·인프라 등에 분산 투자한다.
디베스트먼트(Divestment): 특정 기업 또는 섹터에서 자산을 매각해 투자 비중을 줄이거나 완전히 철수하는 행위. 윤리, 환경, 정치적 이유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 기자 시각: 파급 효과와 전망
GPFG의 움직임은 단순한 ‘포트폴리오 조정’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세계 최대 규모라는 상징성 때문에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거버넌스(지배구조) 및 ESG 리스크 관리 기준을 재점검하는 ‘도미노 효과’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은행 섹터가 배제 대상이 될 경우, 금융업 전반에 대한 윤리 실사(Ethical Due Diligence) 요구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곧 자본 조달 비용 상승과 주가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노르웨이 의회가 올해 6월 ‘점령지 활동 기업 전면 철수’ 제안을 부결시킨 점은, 정치와 윤리·투자 간 균형을 찾으려는 현실적 고민을 반영한다. GPFG가 ‘부분적 투자배제’ 전략을 고수하는 배경에는 시장 효율성과 장기 수익률을 유지해야 한다는 책임이 놓여 있다.
향후 NBIM이 공개할 배제 기업 명단과 구체적 사유가 또 한 번 국제 여론의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발표 시점은 지분 매각 완료 직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환율 기준: 1달러 = 10.1890 노르웨이크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