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채굴 및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테라울프(TeraWulf)의 주가가 18일 미국 증시에서 10% 이상 급등했다. 세계 최대 기술기업 중 하나인 구글(Google)이 테라울프의 뉴욕주 레이크 마리너(Lake Mariner) 캠퍼스 확장을 위해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며 투자 규모를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2025년 8월 18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테라울프에 최대 14억 달러의 추가 백스톱(backstop)1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로써 구글의 총 지원 한도는 약 32억 달러로 확대됐다. 구글의 테라울프 지분율은 기존 8%에서 14%로 상승했으며, 추가로 약 3,250만 주를 취득할 권리를 확보했다.
“이번 합의로 구글과의 전략적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우리는 최첨단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공동 보폭을 맞출 것” — 폴 프레이저(Paul Prager) 테라울프 최고경영자(CEO)
지난주 테라울프는 AI 클라우드 제공업체 플루이드스택(Fluidstack)과 각각 10년간 지속되는 컴퓨팅 계약 두 건을 체결해 자사 레이크 마리너 데이터센터에 200메가와트(MW) 이상의 용량을 제공하기로 했다. 해당 계약 발표 이후 주가는 단숨에 90% 상승했으며, 이번 구글 투자로 상승세가 한층 가속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가와트(MW)는 전력 소비 혹은 공급 규모를 나타내는 단위로, 1MW는 100만 와트에 해당한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설비 용량을 MW 단위로 환산해 관리한다. IT 부하(critical IT load)가 커질수록 서버 랙 수, 냉각 장치, 전력 분배 설비도 함께 증설돼야 한다.
테라울프는 이번 발표로 핵심 IT 부하를 360MW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플루이드스택은 추가 옵션을 행사해 레이크 마리너 시설에서 160MW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회사 측은 계약이 확정된 매출 규모가 67억 달러에 달하며, 임대 연장 옵션이 모두 실행될 경우 최대 160억 달러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운영 개시 시기는 2026년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 나자르 칸(Nazar Khan) 테라울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플루이드스택이 초기 합의 직후 곧바로 확장 옵션을 행사한 것은 당사 인프라의 품질과 확장성을 잘 보여주는 증거”라고 자평했다.
백스톱(backstop) 구조란?
백스톱은 특정 자금 조달이나 프로젝트가 실패할 경우, 후원사가 자금을 투입해 부족분을 메워 주는 안전망 역할을 한다. 이번 사례에서 구글은 레이크 마리너 확장이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최대 32억 달러 범위 안에서 재원을 보장해 주겠다는 의미다. 이는 프로젝트 리스크를 대폭 줄여주며, 신용 비용을 낮추고 조달 속도를 높이는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
전환사채(Convertible Senior Notes) 발행도 추진된다. 테라울프는 4억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2를 2031년 만기 조건으로 사모 방식(private offering)으로 발행해 추가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회사가 추구하는 대규모 전력·설비 증설에 필요한 재원을 혼합 방식으로 조달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장 반응 및 업계 파급효과
구글과 같은 초대형 IT 기업이 비트코인 채굴·데이터센터 사업자에 직접 백스톱을 제공한 것은 이례적 행보로 평가된다. 특히 AI 학습용 GPU 수요 급증과 맞물려, 전력 인프라 확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대기업이 선제적으로 투자·제휴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전략이 가시화되고 있다.
“품질 높은 에너지 인프라와 숙련된 현장 인력이 결합하면, 지금이 바로 투자할 시기이고 레이크 마리너가 그 장소다.” — 폴 프레이저 CEO, CNBC ‘Power Lunch’ 인터뷰 중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합의가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테라울프가 초고밀도 AI 연산용 클라우드 시설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기회를 열어줄 것으로 본다. 데이터센터용 전력 수요는 2028년까지 연평균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며, 친환경·저탄소 전력원을 확보한 사업자의 착취적 우위가 강화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전문가 시각
본 기자가 취재·분석한 결과, 구글의 이번 투자는 단순 지분 참여가 아닌 전력·연산 자원의 장기 조달권 확보 측면이 강하다. AI 학습에 필요한 막대한 연산력을 내부 설비만으로 충당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외부 파트너 시설을 선점하는 전략은 향후 클라우드 및 AI 시장에서 결정적 경쟁력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비트코인 채굴 부문은 변동성이 극심해 규제·가격 리스크가 상존하므로, 구글이 어떤 형태로 자산을 분리·손실 방어할지 지속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또한, 2031년 만기 전환사채 발행으로 재무 레버리지(차입 의존도)는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다만, 장기 고정금리로 조달한다면 현 시점에서 금리 상승 리스크를 헤지(hedge)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테라울프가 AI 호스팅 계약으로 확정 매출을 확보했다는 점은 비즈니스 가시성을 높여, 신용평가 개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1 백스톱(backstop) :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조달되지 않을 경우, 특정 투자자가 잔여 물량을 모두 인수하거나 자금을 보충해 주는 보증 계약.
2 전환사채(Convertible Notes) : 일정 조건 하에서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 보통 이자율이 낮은 대신, 주가 상승 시 투자자가 주식 전환을 통해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