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발(Reuters) — 비스와스 라가반(Viswas Raghavan) 신임 씨티그룹(Citigroup) 글로벌 뱅킹 총괄이 공격적인 인재 영입과 내부 협업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씨티그룹 투자은행(IB) 사업부가 월가 순위 반등의 실마리를 잡고 있다.
2025년 8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라가반은 취임 1년여 만에 경쟁사에서 15명 이상의 ‘스타’ 뱅커를 스카우트했고, 모든 임원에게 부문 간 협업을 의무화해 신규 딜과 수익 기회를 확대하라고 주문했다.
씨티그룹 투자은행 사업부 성과 개선은 CEO 제인 프레이저(Jane Fraser)가 추진 중인 ‘턴어라운드 전략’의 핵심 축이다. 프레이저는 2년 전부터 조직을 5개 사업부로 슬림화하고, 관리 계층을 줄이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해 왔다.
1. ‘슈퍼 뱅커’ 영입 러시
라가반은 JPMorgan Chase에서 영입돼 2024년 6월 합류했다. 이후 그는 골드만삭스·모간스탠리·Ares Management·HSBC 등 주요 경쟁사를 돌며 연봉·주식보상·보너스를 합해 수천만 달러 규모의 패키지를 제시, 고위 임원급 인재를 대거 끌어모았다. 본인 역시 2024년 총보수 2,260만 달러를 수령했다.
“그의 합류는 씨티가 최고의 인재를 끌어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Banking 프랜차이즈의 성장을 기대한다.” — 제인 프레이저 CEO
최근 3개월 사이 발표된 굵직한 인선만 살펴봐도 다음과 같다.
날짜 이름(전 소속) 직책 -------------------------------------------------------------- 2025.08.13 아밋 나야르(JPM)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테크 IB 공동대표 2025.08.07 기예르모 바이가울(JPM) M&A 공동대표 2025.07.29 판카즈 고엘(JPM) 테크 IB 공동대표 2025.07.21 비제이 바르가스(JPM) 북미 ECM(주식자본시장) 대표 2025.07.17 데이비드 프리들랜드(골드만) 북미 IB 공동대표 ...
투자은행 비즈니스는 ‘관계 중심 산업’인 만큼, 인맥과 전례(前例) 레코드가 풍부한 인재 영입이 직접 수수료 증대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 제이슨 골드버그도 “사람이 곧 차별화”라고 평가했다.
2. 내부 협업을 ‘의무’로
씨티 내부에서는 ‘강한 사일로 문화’가 오랫동안 유지돼 왔으나, 라가반은 M&A·IPO IB팀이 미팅할 때 서비스(기업금고)·자산관리·웨스스 매니지먼트 등 타 부서 책임자를 함께 소개하도록 지시했다. 역으로 서비스 부문이 대기업 고객을 만날 때도 투자은행 인력을 연결해야 한다.
이는 고객 접점(Contact Point)을 다변화해 크로스셀(cross-sell)과 업셀(up-sell)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월가에서는 드문 시도다. 보통 각 부서가 거래 관계를 ‘자산’처럼 관리해 수수료를 독점하려 한다.
‘사모펀드(Private Equity)’가 주도하는 대형 거래에서 씨티의 점유율이 낮은 것도 과제다. 사모펀드는 비공개로 자본을 모아 기업 인수·투자를 집행하는 기관투자자로, 딜 규모가 커 IB 수수료 파이 키우기에 필수 영역이다.
3. 성적표: 순위·시장점유율 지표
Dealogic 집계에 따르면, 2025년 들어 씨티그룹은 전 세계 투자은행 수수료 점유율 5%(전년 대비 +0.5%p)로 5위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M&A 부문이 4위(전년 7위)로 도약했고, 월가 ‘빅3’(골드만삭스·JPMorgan·모간스탠리)가 여전히 선두다.
올해 2분기 씨티 ‘뱅킹’ 사업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급증해 5개 사업부 중 성장률 1위였다. 10대 대형 수수료 거래 중 7건에 주간사로 참여한 효과다. 다만 ECM(주식)·DCM(채권) 점유율은 정체, 대출(Loans) 수수료는 6위→7위로 한 계단 밀렸다.
씨티 주가(티커: C)에 대해 웰스파고 애널리스트 마이크 메이오는 ‘강세’ 의견을 유지하며 “각 사업부 책임자의 실적 책임이 강화됐다”라고 진단했다. 프레이저는 2026년까지 유형자본수익률(ROTCE) 10~11% 달성을 공언했다.
4. 규제 리스크와 과제
씨티는 2020년부터 데이터 거버넌스·리스크 관리 미흡으로 제재를 받아 왔으며, 2024년 규제당국이 1억3,600만 달러 벌금을 부과했다. 라가반의 성장 전략과 별개로, 내부 통제·시스템 개선은 여전히 병행 과제다.
“씨티는 지난 25년간 IB 시장점유율을 잃어왔다. 이제 라가반에게는 점유율과 수익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명확한 미션이 주어졌다.” — 마이크 메이오, 웰스파고
5. 전문적 시각 *
*기자는 다음과 같은 관점으로 이번 변화를 해석한다.
첫째, ‘인재 확보→관계 네트워크 확대→딜 파이프라인 강화’라는 선순환 고리를 노리는 전략은 코로나 이후 글로벌 IB 업계가 저성장 구간에 접어든 상황에서 상당히 공격적이다. 둘째, 사일로를 깨는 협업 요구는 내부 정치·보상 체계 변화 없이는 지속 가능성이 낮다. 셋째, 규제 리스크는 외부 변수이지만 리스크 관리 체계 혁신 없이는 ROTCE 목표 달성이 장기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결국 프레이저와 라가반의 ‘투톱’이 인력·문화·리스크 세 축을 동시에 잡는 데 성공할 경우, 씨티는 전통적 디스카운트를 탈피해 ‘글로벌 톱티어’ 복귀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