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들이 7주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미국 주식을 사들이며 시장에 강력한 매수세를 형성했다. 골드만삭스가 8월 18일(현지시간) 고객에게 발송한 노트에 따르면, 이들 펀드는 경기 민감도가 높은 지수와 금융 상품을 집중적으로 매수하며 9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베팅했다.
2025년 8월 1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5bp(0.25%포인트) 금리 인하가 단행될 확률을 약 85%로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은 이번 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연례 중앙은행 심포지엄을 앞두고 더욱 주목받고 있다. 행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통화정책 경로에 대해 추가적인 힌트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 전체가 그의 발언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골드만삭스 노트는 “헤지펀드는 위험자산에 대한 노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방어적 섹터를 대거 축소했다”고 분석했다. 건강관리(헬스케어)와 필수소비재(스테이플스) 종목이 대표적으로 네 차례 연속 순매도됐으며, 매도 규모는 지난 4개월 사이 최대치를 기록했다.
“유틸리티 섹터는 금리 변동에 민감하기 때문에 금리 트레이딩의 대리 지표 역할을 한다. 이번 매도는 연준이 실제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확신을 반영한다.”골드만삭스 보고서 중
보고서는 유틸리티주 전반에 대한 대규모 청산 역시 확인했다. 유틸리티, 필수소비재, 헬스케어는 ‘디펜시브(Defensive) 종목’로 불리며 경기 침체기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해 방어적 포트폴리오의 핵심으로 꼽힌다.
반면 금융주는 순매도 흐름이 ‘소폭’에 그쳤지만, 해당 섹터에서 총거래(매수·매도 합산) 규모는 2024년 11월 이후 가장 컸고, 최근 5년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를 나타냈다. 이는 포지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로, 금리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은행 순이자마진(NIM) 축소 우려와 동시에 소비·기업 대출 증가 기대가 혼재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미국 외 모든 지역에서 순매수가 발생했지만, 유럽은 유일하게 순매도가 기록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긴축 우려, 경기 모멘텀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 정책·시장 연동 메커니즘 설명
헤지펀드는 주로 ‘롱/숏 전략(가격 상승 예상 종목 매수·하락 예상 종목 매도)’을 통해 초과수익을 추구한다. 이 과정에서 S&P500, 나스닥100 같은 대표 지수선물이나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해 거시경제 이벤트에 포지션을 조정한다. 25bp 금리 인하는 통상적으로 할인율 하락 → 기업 가치 상승 → 주가 상승의 논리로 이어진다. 따라서 ‘금리 수혜’가 기대되는 성장주 및 경기민감주에 선제 매수세가 몰리게 된다.
환율·물가·고용 데이터의 복합적 영향
최근 미국 물가는 수입관세 영향이 헤드라인 지표에 아직 반영되지 않았으나, 고용시장 약화 조짐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구직건수·임금상승률 등 선행지표 둔화가 이어질 경우, 연준이 물가보다 고용을 우선 고려해 완화적 정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문가 시각
필자는 이번 헤지펀드의 공격적 매수를 단기 이벤트 플레이로 판단한다. 연준이 9월 금리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물가와 재정정책 변수에 따라 4분기 이후 ‘동결 또는 추가 인하’라는 두 갈래 길이 열려 있다. 시장이 전면적 랠리로 이어지려면, ① 기업 실적 개선 ② 소비지출 회복 ③ 지정학 리스크 완화가 동반돼야 한다. 특히 잭슨홀 회의에서 파월 의장이 디스인플레이션 진행 속도를 얼마나 강하게 언급하느냐가 향후 통화정책 가이던스를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용어 설명
• bps(베이시스포인트) : 1bp는 0.01%포인트를 의미한다. 25bp는 0.25%포인트에 해당한다.
• 잭슨홀 심포지엄 : 1978년부터 매년 8월 말 미국 캔자스시티 연은이 주최하는 세계 주요 중앙은행·학계·금융기관 회의다.
결국 ‘연준 선제 인하’라는 가정이 현실화될지 여부에 따라 헤지펀드 매수세가 장기 추세로 이어질지, 단기 과열 후 조정이 올지가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