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 선물시장에서 코코아 가격이 일주일간 급락 후 숨 고르기를 나타냈다. 2025년 9월물 ICE 뉴욕 코코아(CCU25)는 전장 대비 10달러(+0.12%) 오른 파운드당 8,314달러에, 9월물 ICE 런던 코코아(CAU25)는 전장 대비 17파운드(+0.30%) 상승한 톤당 5,709파운드에 마감했다.
2025년 8월 1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반등은 월요일 기록한 최근 2개월 최고가에서 나타났던 급격한 차익실현 매도세가 일단락되고, 서아프리카 일부 지역에 산발적인 강우 예보가 제시되면서 단기적인 안도매수세가 유입된 결과다.
앞서 시장은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등 주요 산지에 ‘극심한 건조’가 이어지면서 10월 시작되는 2025/26 메인 크롭 생산 차질을 우려해 가격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는 “최근 강수량이 30년 평균을 밑돌고 있으나, 향후 며칠간 국지적 비가 예보돼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공급 측 불안 요인도 여전하다. 8월 14일 기준 미국 항만에 보관된 ICE 감시 코코아 재고는 2,234,877포대로 2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재고 축소는 통상 선물 가격에 상승 압력을 가중시킨다.
또한 코트디부아르 산지 출하 속도도 둔화 조짐을 보인다. 현지 정부 자료에 따르면 10월 1일~8월 10일 누적 선적량은 178만t으로 전년 대비 6.6% 증가했지만, 지난해 12월 기록했던 35% 증가율과 비교하면 확대 속도가 크게 줄었다.
품질 문제 역시 시장에 긴장을 더하고 있다. 4월부터 9월까지 진행되는 미드 크롭(소모작)의 경우, 현지 가공업체들은 “트럭 한 대당 5~6% 수준의 저품질 빈이 포함돼 있다”고 호소한다. 메인 크롭(10~3월) 평균 불량률 1%와 대조적이다. 라보뱅크(Rabobank)는 “늦은 우기로 인해 꼬투리 발육이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미드 크롭 생산량은 40만t으로 지난해(44만t) 대비 9% 감소할 전망이다.
아프리카 5위 생산국인 나이지리아도 생산 전망이 밝지 않다. 나이지리아코코아협회는 2025/26 시즌 생산량이 30만5,000t으로 1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6월 코코아 수출은 1만4,597t으로 전년 동월 대비 0.9% 증가했다.
수요 측 동향은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스위스 고급 초콜릿업체 린트&슈프렝글리(Lindt & Sprüngli)는 7월 상반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연간 마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벨기에 기반 글로벌 가공업체 바리칼레보(Barry Callebaut)도 7월 들어 석 달 만에 두 번째로 판매량 전망을 낮추며 “높은 원두 가격으로 완제품 수요가 둔화됐다”고 밝혔다.
각 지역 분쇄(Grinding) 지표도 비슷한 흐름이다. 7월 17일 유럽 코코아협회(ECA)는 2분기 유럽 분쇄량이 331,762t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아시아 코코아협회는 같은 분기 분쇄량이 176,644t으로 16.3% 줄어 8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북미 2분기 분쇄량은 101,865t으로 2.8% 감소해 아시아·유럽 대비 낙폭이 작았다.
한편 가나 코코아위원회(COCOBOD)는 7월 1일 2025/26 시즌 생산량이 65만t으로 8.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공급 부족 우려를 일부 완화시키는 요인이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2023/24 시즌 세계 코코아 공급부족이 49만4,000t으로 60년 만의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생산량은 13.1% 감소한 4,380만t으로 추정됐다. 재고/분쇄비(stock-to-grindings ratio)는 27.0%로 46년 만의 최저치다.
다만 ICCO는 2024/25 시즌에는 14만2,000t의 공급 흑자가 발생하고, 생산량은 7.8% 증가한 4,840만t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용어 해설1투자자 참고 :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원자재·선물 거래소 운영사로, 뉴욕·런던 선물 가격은 글로벌 코코아 기준가로 활용된다. ‘Grinding’은 원두를 분쇄해 코코아버터·파우더를 추출하는 공정이며, 초콜릿 수요를 가늠하는 지표다. 재고/분쇄비는 ‘재고 대비 소비’를 측정해 수급 타이트함을 보여준다.
기자 견해·전망: 공급 측 변수(서아프리카 기후, 재고 감소, 품질 저하)가 이어지는 한 단기 조정에도 불구하고 코코아 시장의 구조적 타이트함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유럽·아시아 소비 부진이 장기화한다면 2024/25 시즌 이후 ICCO가 예상한 흑자 전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들은 기후 데이터·분쇄 통계·재고 흐름을 면밀히 추적하며 포지션을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