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이찌산쿄 ‘이피나타맙 데룩스테칸’, 광범위기 소세포폐암 대상 FDA 혁신치료제 지정

다이이찌산쿄 주식회사(Daiichi Sankyo Co., Ltd.)가 개발 중인 항체–약물 접합체(ADC) ‘이피나타맙 데룩스테칸(Ifinatamab deruxtecan)’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광범위기(extensive-stage) 소세포폐암Small Cell Lung Cancer 진행 환자를 위한 혁신치료제( 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BTD ) 지정을 받았다고 회사 측이 발표했다.

2025년 8월 1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지정은 IDeate-Lung01 2상 임상시험의 결과와, 이를 뒷받침하는 IDeate-PanTumor01 1/2상 임상시험의 데이터를 근거로 결정됐다. FDA의 혁신치료제 지정은 심각한 질환에 대해 초기 임상 결과에서 현존 치료 대비 의미 있는 임상적 개선 가능성을 보인 후보물질에 신속 허가·심사 등 규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회사 측은 “이번 BTD 획득은 광범위기 소세포폐암으로 고통받는 성인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현재 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로 사용되는 백금계(platinum-based) 화학요법 이후 재발·진행한 환자의 치료 선택지는 제한적이며, 예후도 불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후보물질 개요 및 기전

이피나타맙 데룩스테칸은 B7-H3 단백질을 표적하는 DXd 톡신 계열의 항체–약물 접합체다. B7-H3는 종양 미세환경에서 면역회피 및 종양 증식을 돕는 단백질로, 정상 조직에서는 낮게 발현되나 다양한 고형암에서 과발현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1 해당 ADC는 종양세포 표면의 B7-H3에 결합한 뒤, 세포 내에서 링커(linker)가 절단되면서 고유의 세포독성 약물(DXd)이 방출돼 종양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도록 설계됐다.

ADCAntibody–Drug Conjugate란, 특정 항원을 인식하는 단클론항체에 강력한 세포독성 약물을 연결해 ‘표적 정밀 폭격’을 가능하게 하는 차세대 항암 기술이다. 항체 부분이 원하는 종양세포를 찾아 결합하고, 독성 약물은 정상 조직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선택적으로 암세포를 파괴하는 구조다. 임상 현장에서는 효능은 높이되 부작용은 줄이기 위한 ‘스마트 폭탄’으로 비유되곤 한다.


• 임상시험 IDeate-Lung01 및 PanTumor01 핵심 정보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IDeate-Lung01 시험은 광범위기 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이피나타맙 데룩스테칸의 안전성·유효성을 평가하는 다국가, 다기관 2상 시험이다. 주요 평가변수는 객관적 반응률(ORR)·무진행 생존기간(PFS)·전체 생존율(OS) 등으로 설계됐다. 한편 IDeate-PanTumor01 1/2상 시험은 다양한 고형암 환자에 투여해 용량 탐색과 초기 효능을 검증한 연구다.

두 시험에서 관찰된 용량 제한 독성(DLT) 및 안전 프로파일이 수용 가능한 범위 내라는 점, 그리고 다수 환자에게서 확인된 종양 감소 효과가 FDA의 BTD 심사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풀이된다.


• 규제 및 산업적 함의

혁신치료제(BTD) 지위는 약물 허가 가속화, 선(先)상담, 심사관 배정 등 규제 인센티브를 수반한다. 이에 따라 다이이찌산쿄와 공동개발사 머크(Merck & Co., Inc.)는 임상·허가 일정 단축상용화 시점 선점이라는 전술적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이이찌산쿄 관계자는 “BTD 획득은 종양학 분야의 미충족 수요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회사의 파이프라인 포트폴리오 가치를 강화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전문가 해설: B7-H3 타깃의 의미

B7-H3는 면역관문 단백질 계열로, 종양 세포가 면역계 공격을 회피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기존 면역관문 억제제는 PD-1·PD-L1·CTLA-4가 주된 표적이지만, B7-H3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신흥 표적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퍼스트-인-클래스’ 후보물질 등장 시 시장 진입 장벽이 낮고, 차별화된 기회가 존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B7-H3는 정상 조직 발현률이 낮아 표적 선택성 측면에서 장점을 보유한다. 전문가들은 “ADC 기술과 B7-H3 표적이 결합하면 고효율·저독성 항암 전략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 소세포폐암 치료 환경

소세포폐암(SCLC)은 폐암 전체의 약 13%를 차지하지만 진행 속도가 빠르고 전이 가능성이 높다. 특히 ‘광범위기(extensive-stage)’로 분류되면 암세포가 흉곽 외부까지 퍼져 예후가 급격히 악화된다. 현재 1차 치료는 주로 에토포사이드·백금계 화학요법 또는 최근 승인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사용되나, 재발 시 살릴 수 있는 치료 옵션은 극히 제한적이다.

따라서 경구제·표적항암제·ADC 등 신규 기전에 대한 환자·의료진의 수요가 높은 상황이다. 이피나타맙 데룩스테칸의 BTD 지정은 해당 영역에서 의미 있는 전기로 평가된다.


• 공동개발 구조 및 사업 전략

이번 후보물질은 다이이찌산쿄가 발굴·설계했으며, 글로벌 제약사 머크가 후기 임상·상용화 단계에 참여하는 공동 개발·상업화 계약이 체결돼 있다. 머크는 이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로 폐암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어, 양사는 ADC + 면역항암제 병용 등 시너지 전략도 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이이찌산쿄는 ‘엔허투(Enhertu)’로 대표되는 DXd-ADC 기술 플랫폼을 보유해, 항암 ADC 시장에서 빠른 파이프라인 확장을 진행 중이다. 이번 BTD 획득은 회사가 DXd 플랫폼의 확장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사례로 해석된다.


• 기술 용어 해설

DXd: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한 고유 세포독성 페이로드(유도체)로, 톱오이스머레이스 Ⅰ 저해제 계열에 속해 있다. 기존 페이로드 대비 보다 강력한 종양 살상력짧은 혈중 반감기를 특징으로 하며, ADC 내부 링커가 절단됐을 때에만 활성화된다.

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BTD): 임상 2상 또는 그 이전 단계에서 중대한 질환에 대한 ‘기존 치료 대비 상당한 개선 가능성’을 시사한 경우, FDA가 심사 기간 단축·우선 검토·지속적 자문 등을 제공하는 제도. 2012년 미 의회가 ‘식품의약품안전 및 혁신법’(FDASIA)으로 도입했다.


• 향후 과제 및 전망

다이이찌산쿄와 머크는 3상 pivotal trial 설계를 신속히 확정해 규제당국과의 협의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ADC 특성상 안전성·내약성 관리가 관건이며, 임상 결과에 따라 조건부 승인 또는 PDUFA 우선 심사 혜택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ADC 분야에 자본과 기술이 집중되면서 M&A·라이선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이번 BTD 지정이 향후 ADC 기술 플랫폼 가치 재평가의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 맺음말

이번 FDA 혁신치료제 지정으로 이피나타맙 데룩스테칸은 규제 허들을 상당 부분 낮추며 상용화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아직 구체적 임상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ADC + B7-H3라는 조합은 현존 치료 공백을 메울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다. 향후 발표될 추가 데이터와 3상 임상 진척이, 소세포폐암 치료 지형도 재편 여부를 결정할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