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발 — 대만 전자위탁생산(EMS) 대기업 폭스콘(Foxconn)이 일본 소프트뱅크(SoftBank)와 협력해 미국 오하이오주 로드스타운(Lordstown) 공장에서 데이터센터 장비를 제조하기로 했다. 이번 협력은 미국 인공지능(AI) 인프라 고도화를 목표로 한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의 핵심 단계다.
2025년 8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이미 로드스타운 부지를 매수했고, 폭스콘은 해당 부지를 운영할 합작법인을 설립해 생산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다. 양사는 서버 랙, 고속 네트워크 스위치, AI 가속용 모듈, 액침·수랭식 냉각 솔루션 등 고부가가치 장비를 우선 생산 목록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영 리우(Young Liu) 폭스콘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력, 부지, 그리고 ‘시간’이며 일정이 지나치게 지연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오하이오가 최적의 선택지라고 판단했고, 소프트뱅크 역시 같은 견해”라고 밝혔다.
폭스콘은 이달 초 공장과 설비를 3억7,500만 달러에 매각하기로 합의했으나, 당시에는 매수자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에 리우 회장이 직접 매수자가 소프트뱅크임을 확인하면서 거래의 윤곽이 공식화됐다.
“우리는 반 년 전부터 프로젝트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 Young Liu, 폭스콘 회장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란?
스타게이트는 소프트뱅크, 오픈AI(ChatGPT 개발사), 오라클(Oracle)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초대형 AI 인프라 구축 계획이다.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식 발표하며 화제가 됐으며, 최대 투자 규모는 5,000억 달러로 제시됐다. 프로젝트명 ‘Stargate’는 대용량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별문(閘)’ 수준의 연산·저장·전력 허브를 상징한다.
스타게이트를 통해 구축되는 차세대 데이터센터는 초고밀도 GPU 클러스터와 친환경 전력 시스템을 동시에 갖추는 것이 특징이다. 소프트뱅크는 통신·투자, 폭스콘은 제조·공급망, 오픈AI는 AI 모델·소프트웨어, 오라클은 클라우드·데이터베이스 역할을 담당한다.
소프트뱅크 침묵 속 시장 기대감 증폭
소프트뱅크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손정의 회장이 ‘AI 거대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하드웨어부터 서비스까지 밸류체인을 통합하려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번 거래로 얻는 대규모 제조 기반은 ‘Arm·클라우드·통신망’으로 이어지는 소프트뱅크의 AI 전략을 물리적으로 뒷받침할 전망이다.
로드스타운 공장의 의미
로드스타운은 과거 GM 전기차 공장이 있던 지역으로, 풍부한 산업 인프라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토지가격, 미시간·펜실베이니아 등 주변 주(州) 전력망과의 접근성 때문에 데이터센터 입지로 각광받고 있다. 폭스콘은 2022년 전기차 생산을 위해 해당 부지를 인수했으나, 글로벌 EV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했다.
분석 및 전망
전문가들은 AI 인프라 수요 급증이 “차세대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촉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GPUs·ASICs·고속인터커넥트·냉각시스템 등 특수 부품이 동반 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정부가 AI·반도체 공급망을 본토에 집중하려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이번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정책 수혜까지 기대할 수 있다.
한편, 프로젝트 성공 여부는 ▲전력 확보(친환경 전력·송전망) ▲공급망 안정성(부품·인력) ▲규제 리스크(수출·안보 규제)에 좌우될 전망이다.
※ 용어 설명
데이터센터 장비: 서버, 스토리지, 스위치 같은 하드웨어로, 클라우드·AI 운용의 물리적 기반.
액침 냉각: 서버를 특수 절연액에 담가 발열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방법.
GPU 클러스터: 대규모 병렬 연산이 가능한 그래픽처리장치 군집으로, AI 모델 학습·추론 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