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의 강세장은 당분간 멈출 줄 모르는 듯 보이지만, 이번 주 예정된 미·러 정상회담, 와이오밍 잭슨홀 중앙은행 심포지엄, 그리고 볼리비아 대선 결과는 투자자들에게 신중 모드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2025년 8월 1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리는 미·러 정상회담과 잭슨홀 미팅이 증시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 이벤트로 부상하고 있다.
로이터 도쿄 지사의 로키 스위프트, 뉴욕 지사의 수전 맥기·로드리고 캄포스, 런던 지사의 다라 라나싱헤· 나오미 로브닉 기자팀은 이번 주 다섯 가지 핵심 이슈를 정리해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고자 했다.
1. 전쟁 종식의 서막?
지난 금요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회동한 데 이어, 현지 시간 월요일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다. 핵심 의제는 우크라이나 평화협정의 윤곽이다.
시장 참가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키이우 정부에 러시아에 유리한 합의를 압박할 가능성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미 도네츠크 주 동부 지역 대부분을 러시아에 양도하라는 제안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상태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휴전합의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금융시장이 전쟁 종식 기대를 가격에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유럽 각국 역시 전쟁이 끝나더라도 러시아를 즉시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여, 방위 산업주의 선호도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2. 잭슨홀의 한 방
본격적인 북반구 여름 휴가철에 접어들면서 2분기 실적 시즌이 마무리됐고, 다음 주요 경제지표 발표는 9월 초에나 예정돼 있다. 그러나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연례 중앙은행 심포지엄은 여전히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다.
이번 행사에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참석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대한 실질 금리 인하 압박을 지속하는 가운데, 파월 의장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게 시사할 경우 증시는 급락할 수 있다. 반대로 지나치게 낙관적인 메시지가 나온다면 과열 심리가 증폭될 위험이 있다.
“강세장은 euphoria(도취) 속에서 끝난다”
라고 IBKR의 스티브 소스닉 전략가는 지적한다.
3.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저성장)와 물가 상승(고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뜻한다. BofA가 실시한 설문에서 글로벌 투자자의 60%가 향후 3개월 안에 미국발 스태그플레이션이 지배적 시장 환경이 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종목 바스켓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S&P 500 지수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소시에테 제네랄 전략가들은 다음 주 발표될 PMI 등 기업 신뢰도 조사가 관세정책이 미국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몰아넣고 있는지를 가늠할 선행 지표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다만 이들은 Fed의 금리 인하가 결국 증시 버블을 더 키우고, 거품이 꺼지는 시점은 빨라야 내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4. 이례적 긴축 테스트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 연착륙을 위해 일제히 금리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가운데, 일본은행(BOJ)만은 ‘금리 정상화’를 고수해 왔다. 그러나 실제 행보는 이론과 달리 속도 조절 국면이다.
오는 금요일 발표되는 일본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BOJ의 행보를 가늠할 핵심 열쇠다. 6월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3%를 기록, 3년 넘게 2%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다.
BOJ는 양적완화를 세계 어느 중앙은행보다 오래·강하게 실시했으나, 미국 관세 불확실성과 국내 임금·수요 중심의 ‘질 좋은 인플레이션’ 여부가 아직 확실치 않아 긴축 재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기초 인플레이션(내수·임금 중심 상승률)이 목표치에 미달하고 있다”는 논리를 들어 속도 조절을 정당화해 왔다.
5. 볼리비아에서 시작되는 선거 릴레이
일요일 밤 개표 결과, 중도 성향 상원의원 로드리고 파스가 볼리비아 대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번 선거를 시작으로 내년 말 브라질 대선까지 중남미 각국의 굵직한 선거 일정이 이어진다.
2022년 ‘핑크 타이드’라 불린 좌파 연쇄 집권 이후, 투자자들은 중남미 유권자들이 보다 시장친화적 우파로 회귀할지 주목하고 있다. 볼리비아 국채는 정치적 변화가 경제 위기 해법을 가져올 것이란 기대 속에 선거 전 이미 랠리를 보였다.
올 9~10월 아르헨티나 지방선거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급진적 경제 개혁이 얼마나 지지를 받는지 가늠할 시금석이다. 11월 칠레 대선, 내년 3월 콜롬비아 총선·5월 대선, 4월 페루 대선, 2026년 10월 브라질 대선까지 선거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해설
*잭슨홀 미팅은 미국 와이오밍주 휴양지 잭슨홀에서 매년 8월 말 열리는 국제 중앙은행가 회의다. 1978년 첫 개최 이후, 글로벌 통화정책 방향성을 좌우하는 발언이 종종 나와 금융시장의 ‘필수 관전 포인트’로 통한다.
*양적완화(QE)는 중앙은행이 국채 등 자산을 대규모로 매입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 장기 금리를 낮추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어려운 경제 상황을 일컫는다. 전통적 정책 수단으로는 해결이 까다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