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부동산 개발업체, 부채 상환 위험 급증…내년 만기 70% 늘어

홍콩(Reuters)─ 홍콩의 부채 부담이 큰 부동산 개발업체들과 이들에 자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 채권 만기 급증이라는 새로운 압박에 직면했다. LSEG와 로이터 집계에 따르면 2026년 만기가 돌아오는 개발업체 채권 규모는 올해 42억 달러에서 71억 달러로 약 70% 증가할 전망이다.

2025년 8월 1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로드킹 인프라스트럭처(Road King)가 채권 쿠폰 지급을 하지 못하며 2021년 중국 본토 부동산 부채 위기 이후 홍콩에서 처음으로 공식 채무 불이행을 선언한 개발업체가 됐다. 올해 초에는 엠퍼러 인터내셔널(Emperor International)이 첫 대출 연체를 기록한 바 있다.

분석가들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 회복 가능성이 희박하고 자금 조달 창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더 많은 개발사가 상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다. 홍콩에서 부동산 및 연관 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며, 상환 불이행이 늘면 HSBC를 비롯해 개발업체 익스포저가 큰 국내외 금융기관에도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


채무 불이행 우려 계속 확산

S&P 글로벌 레이팅스의 애널리스트 에드워드 찬은 “은행들이 중소형 개발업체 대출 규모를 축소하고 있어, 향후 12~24개월 동안 추가 디폴트를 배제할 수 없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개발업체가 주로 보유한 오피스와 리테일 자산 가치가 2019년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했으며, 매각을 통한 현금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개발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 ‘급매물’(fire sale)에 나설 경우, 시장 전반의 자산 가치가 추가로 떨어질 수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현금이 풍부한 대형 개발업체에도 부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주요 기업 만기 일정·리파이낸싱 현황

뉴월드 디밸롭먼트(New World Development)는 내년 1억6,800만 달러, 2027년 6억3,000만 달러의 채권 상환이 예정돼 있다. 회사 총 차입금은 1,800억 홍콩달러(230억 달러)로, 홍콩 금융시장에 가장 큰 위험을 안겨줄 수 있는 기업 중 하나로 분류된다. 뉴월드는 6월 112억 홍콩달러 규모의 차환(리파이낸싱)에 성공하며 디폴트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또 다른 자금난 기업 라이선 디밸롭먼트(Lai Sun Development)는 내년에 5억2,400만 달러어치 채권 만기가 도래한다. 뉴월드는 로이터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고, 라이선은 논평을 거부했다.


은행권 익스포저 및 충당금 확대

홍콩 개발업체의 부채 대부분은 은행대출이다. 현지 은행 항셍은행(Hang Seng Bank)은 올해 상반기 상업용 부동산 관련 손상차손으로 25억 홍콩달러를 반영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224% 급증한 규모다.

모회사 HSBC 역시 내부 모형 조정을 통해 ‘잠재적 신용위험’ 범주(아직 디폴트는 아니지만 위험도가 큰 대출)로 분류된 홍콩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가 60억 달러에서 181억 달러로 세 배 늘어났다고 밝혔다. HSBC는 해당 분류 증가는 절대적인 건전성 악화를 의미하지 않으며,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SBC 관계자: “문제 대출 분류가 늘었다고 해서 실질 부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시장 변동성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다.”

항셍은행은 공개 실적발표 외 추가 논평을 거부했으나, 당시 은행 측은 “신규 연체 노출 증가에 대비해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규제당국 및 시장 대응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홍콩 전체 은행 여신의 약 9%를 차지한다. S&P에 따르면 이 가운데 70%는 담보대출이며, 담보인정비율(LTV)은 45~55% 수준이다. 하지만 홍콩 금융관리국(HKMA) 총재 에디 유는 “홍콩 은행 시스템은 충분한 자본과 대손충당금을 보유하고 있어 변동성을 견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은행들은 개발업체의 대출을 즉시 회수하거나 담보자산을 압류하지 않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부실자산이 표면화될 경우 연쇄적으로 시장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JLL 홍콩 조지프 창 의장은 “은행들이 시간을 벌어 시장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개발업체에 대한 대출을 지나치게 축소하면 경제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용어 해설

LSEG: 런던증권거래소그룹(London Stock Exchange Group)의 금융정보 데이터 플랫폼으로, 각종 채권·주식·파생상품 통계를 제공한다.

S&P 글로벌 레이팅스: 전 세계 국가와 기업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대표적 국제 신용평가사. 신용등급은 자금조달 비용과 투자자 신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Loan-to-Value(LTV) Ratio: 담보가치 대비 대출액 비율. 일반적으로 LTV가 낮을수록 금융기관의 손실 위험이 낮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 데이터가 가리키는 바처럼 채무 상환 부담은 구조적 문제다. 금리 고공행진, 자산 가격 하락, 자금시장 위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단기 회복은 쉽지 않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아시아 내 대체 자금조달이나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등장할 경우 급격한 연쇄 디폴트는 피할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한다.

결국 핵심 변수는 자산 가치 안정 여부, 은행권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그리고 중앙정부의 부동산 부양 의지다. 투자자와 채권자는 채무구조조정(RS, 리파이낸싱)을 통한 유동성 개선 여부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