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펑자동차, 혼다와 합작 엔진법인 50% 지분 전량 매각 추진

[베이징] 중국 국유 자동차 제조사인 동펑자동차그룹(東風汽車集團, Dongfeng Motor Group)이 일본 혼다자동차(Honda Motor Co.)와의 합작사인 동펑혼다엔진유한공사(Dongfeng Honda Engine Co.) 보유 지분 50%를 모두 처분하기로 했다.

2025년 8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광둥(廣東)성 연합자산권거래소(Guangdong United Property Rights Exchange)에 공시된 매각 공고에서 동펑은 해당 지분을 전량 매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 매각 금액이나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매각은 동펑그룹이 내연기관(ICE) 차량 자산을 정리하고, 자본·인력·생산설비를 전기차(EV)·하이브리드·수소연료전지 등 신에너지차(NEV) 부문으로 신속히 전환한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동펑 측은 공시에서 “연료 차량 자산을 간소화해 신에너지 부문에 더욱 집중하겠다”라고 명시했다.

[합작사 배경]
동펑혼다엔진유한공사는 2003년 중부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漢)에 설립됐다. 이후 혼다 브랜드 자동차용 엔진뿐 아니라 일부 완성차 부품을 생산하며 혼다의 중국 내 핵심 생산 거점으로 기능해 왔다. 중국의 급성장하는 승용차 시장에서 혼다는 주로 광둥성 광저우(廣州)의 광기혼다와 우한의 동펑혼다라는 두 개 합작사를 통해 시장을 공략해 왔다.

동펑자동차그룹은 중국 국가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의 감독을 받는 대형 국유기업으로, 1969년 설립 이후 상하이, 우한, 광저우 등에 생산기지를 보유해 왔다. PSA스텔란티스·닛산·혼다·기아 등과의 합작사를 통해 승용·상용·신에너지차를 생산한다.

합작 파트너인 혼다자동차동펑혼다광기혼다(廣汽本田)를 통해 연간 약 150만 대 수준의 생산 능력을 확보했지만, 최근 중국 시장에서 토종 전기차업체의 급부상과 경쟁 심화로 판매 압박을 받고 있다.

“동펑의 이번 지분 매각은 엔진·내연기관 중심의 자산 구조를 과감히 정리함으로써 기업가치 재평가를 노리는 포석”이라고 현지 애널리스트들은 평가한다.

[시장 반응]
보도 직후, 도쿄증권거래소에서 혼다 주가는 장중 1.2% 상승해 시장 평균 상승률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반면 홍콩증권거래소에서 동펑자동차 주식은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동펑 측은 “중요 공시가 예정돼 있어 자발적으로 거래정지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자산권거래소는 중국 국유기업의 지분·자산 매각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설립된 플랫폼으로, 매도자는 시가 평가 보고서·감사보고서·법적 검토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잠재 인수자는 예치금 납부 등 요건을 충족해야만 경쟁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전문가 시각]
전문가들은 “동펑-혼다 합작 체제에 균열이 생긴 것은 아니지만, 동펑이 엔진 제조 자산 대신 배터리·전력전자·차량용 소프트웨어로 포트폴리오를 돌리려는 전략적 행보”로 분석한다. 내연기관 엔진 사업은 탄소중립 정책과 전동화 전환 속에서 점진적 쇠퇴가 예상된다.

또 다른 관측통은 “혼다는 이미 일본·미국·중국에서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어, 동펑 측의 지분 만으로 생산 역량이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향후 합작사 지분 구조 조정이 혼다의 중국 공급망 전략에 추가 조정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용어 해설]
합작법인(Joint Venture)은 두 기업이 공동으로 자본·기술·인력을 투입해 설립한 별도 법인을 의미한다. 중국 자동차 산업에선 외국 완성차 브랜드가 50:50 구조로 현지 국유·민영기업과 합작사를 세워 왔으며, 이를 통해 시장 진입·현지화·생산기반을 확보했다.

신에너지차(NEV)는 배터리 전기차(B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수소연료전지차(FCEV)를 통칭한다. 중국 정부는 2035년까지 NEV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에너지 절감·신에너지 자동차 발전계획(2021~2035)’을 추진 중이다.

[향후 전망]
동펑이 지분 매각 후 확보할 자금의 규모와 사용처에 따라 동사의 R&D 투자국제 제휴 전략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혼다가 동펑 측 지분을 추가 확보할지, 아니면 제3의 투자자가 참여할지에 따라 중국 합작 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중국 NEV 시장은 가격 경쟁이 극심한 만큼, 동펑이 확보한 현금이 원가 절감형 플랫폼·배터리 공동구매·소프트웨어 내재화 등 실질적 경쟁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이번 거래는 동펑그룹이 구조조정전동화 전환 속도를 높이려는 적극적 신호로 읽힌다. 이는 중국 전체 완성차 산업이 ‘내연기관 시대’를 뒤로하고 탄소중립·전동화·디지털화라는 새로운 가치사슬로 진입하고 있음을 재확인시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