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 중심가의 구루쿨 스쿨 오브 아트 학생들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형 포스터를 들고 서 있다. 해당 사진은 양국 관계 악화의 상징처럼 자주 인용되는 장면이다.
2025년 8월 17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 관계자들로 구성된 대표단이 8월 25일부터 29일까지 뉴델리에서 예정돼 있던 협상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이는 인도 경제전문 방송사 NDTV 프로핏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처음 전한 내용으로, 협상은 추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NDTV 프로핏은 “새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양측 실무진이 계속해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공식 발표 시점이나 구체적 안건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 50%에 달하는 초고율 관세…무역 갈등의 불씨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 수출품 전반에 25% 포괄 관세(blanket tariff)를 부과한 데 이어, 8월 27일부터 추가 25% 관세를 발효하겠다고 예고했다. 두 차례 조치를 합산하면 총 50%의 관세로, 이는 미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포괄 관세’란 특정 품목이 아니라 모든 또는 대부분의 수출품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세율을 뜻한다. 달리 말해 기업이 무엇을 수출하든 동일한 비율의 관세가 부과된다. 보통 통상 압박이나 보복 조치로 활용되는 방식이다.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했다는 이유로 벌금성 관세를 매기는 것은 부당하다” — 인도 외교부
인도 외교부는 이달 초 성명을 내고 “EU와 미국도 러시아와의 교역을 이어가면서 우리만 비난한다”며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국가적 필수 사항”이라고 맞받아쳤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인도 상공부는 CNBC의 논평 요청에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 미국은 인도의 최대 수출 시장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4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 회계연도 기준 인도의 대(對)미국 수출액은 865억 1,0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한다. 즉, 한·미·EU를 모두 포함한 어느 단일 국가보다 미국 의존도가 높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첨예한 관세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의류·보석·IT서비스 등 인도 주력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한다. 반대로 미국 소비자 역시 의류·보석 가격 상승이나 공급망 지연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주요 용어 해설
러시아산 원유(Russian crude) — 국제 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WTI), 브렌트유와 달리 할인 조건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 에너지 수입국 입장에선 매력적인 공급원이다.
펜alty Tariff(벌금성 관세) — 상대국의 특정 행동에 제재하기 위해 부과되는 고율의 관세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안팎에서 논란이 된다.
◆ 전망 & 전문가 시각
국제통상 전문가들은 “50% 관세는 사실상 금수(禁輸)에 준하는 효과를 낳는다”면서도, 예정된 미·대선과 인도 총선을 고려할 때 정치적 수사에 그칠 가능성도 거론한다. 또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트너인 인도를 완전히 잃을 수 없는 만큼, 내년 초로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한다.
다만 양국 정부가 공식 루트를 통한 대화 일정을 잡지 못하면, 관세·비관세 장벽뿐 아니라 디지털세, 의약품 특허, 전자상거래 규제 등 다른 갈등 영역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올 수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들은 향후 공청회나 실무급 회의 개최 여부를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