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16일(현지시간) 소폭 약세로 마감했다. S&P 500 지수는 전장 대비 0.20% 내렸고, 나스닥 100 지수는 0.43% 하락했다. 반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17% 올라 비교적 선방했다.
2025년 8월 16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시장은 미국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잠정치)가 예상보다 크게 하락한 점과 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된 점에 압박을 받았다.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이 3bp(0.03%p) 상승하며 4.318%에 안착한 것도 위험자산 심리를 억눌렀다.
소비 둔화‧물가 우려가 동반된 경제 지표
미국 7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5% 증가해 예상치(0.6%)를 소폭 밑돌았으나, 6월 수치가 0.6%에서 0.9%로 상향 조정돼 전체적으로는 중립적 평가를 받았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0.3% 증가해 시장 예상과 일치했다.
반면 미시간대 소비자심리는 58.6으로 3.1포인트 급락, 62.0을 기대했던 시장을 실망시켰다. 설문 결과, 1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은 4.9%, 5~10년 후는 3.9%로 각각 상승했고, 응답자의 58%가 “물가 때문에 지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답해 소비 둔화 우려를 키웠다.
“서비스 물가의 끈적한 상승세가 완전히 꺾였다고 확신할 만한 추가 데이터가 필요하다.” —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
연준 정책 기대치 재조정
연방기금선물 시장은 9월 FOMC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전일 93%에서 85%로 낮췄다. 10월 추가 인하 기대 역시 53%에서 40%로 후퇴했다. 이는 전일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연 3.3%(근원 3.7%)로 예상치를 웃돈 영향이 컸다.
※ PPI란 기업이 상품·서비스를 생산해 도매 단계에서 판매할 때의 가격 변동률을 뜻한다.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선행성이 있어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다.
트럼프-푸틴 앵커리지 회담 대기… 통상·유가 변수
투자자들은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회담 결과도 주목했다. 회담 내용에 따라 관세 정책과 국제 유가, 나아가 유럽 안보 지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경기 지표 부진
중국 7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7% 증가해 예상치(4.6%)를 하회했다. 7월 산업생산도 5.7% 증가해 예상(6.0%)을 밑돌았으며, 도시 실업률은 5.2%로 전월(5.0%)보다 높아졌다. 이는 미·중 무역갈등과 정부 규제 강화에 따른 경기 둔화를 방증한다.
관세 이슈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음 주 또는 그다음 주에 철강·반도체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며 반도체에 대해 최대 300% 관세를 시사했다. 동시에 중국과의 ‘관세 휴전’을 90일 연장하고, 인도산 수입품 관세를 25%에서 50%로 높이겠다고 밝히는 등 잇단 보호무역 발언을 쏟아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러한 조치가 시행될 경우 미국 평균 관세율이 2024년 2.3%에서 2025년 15.2%로 급등할 것으로 추정했다.
채권시장 동향
9월물 미 10년 국채선물 가격은 5.5틱 하락했고, 독일 10년물 분트 수익률은 2.788%로 7.6bp 상승했다. 영국 10년물 길트 수익률도 4.696%로 5.6bp 올랐다.
주요 종목별 움직임
‘매그니피센트 세븐’ 대형 기술주 가운데 Tesla가 1.49% 내렸다. 반면 Alphabet, Meta가 소폭 상승했고 Amazon은 보합권에 머물렀다.
다우지수는 유나이티드헬스(UNH) 12% 급등과 세일즈포스(CRM) 3.9% 상승 덕분에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 칩주 대부분은 하락했는데,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가 실적 가이던스 실망으로 14% 급락했고 KLA와 Lam Research가 각각 8.4%, 7.3% 빠졌다.
다만 인텔은 “미국 정부가 CHIPS법 자금으로 지분투자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에 2.7% 상승했다. 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0.7% 하락하자 Riot Platforms(-7.5%), Coinbase(-2.2%) 등 관련주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버핏·텝퍼의 ‘러브콜’
버크셔 해서웨이의 13F 보고서에 따르면 유나이티드헬스, 레나, DR호튼 지분이 새로 편입됐고, 이는 해당 종목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데이비드 텝퍼의 어팔루사 매니지먼트도 UNH 보유 비중을 늘려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실적·향후 일정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집계 결과, S&P 500 기업의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9.1% 증가해 실적 시즌 전 예상치(2.8%)를 크게 상회했다. 82%의 기업이 예상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18일에는 Palo Alto Networks와 XP Inc가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용어 정리
FOMC: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로, 연 8회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Fed Watch Tool: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선물·옵션 가격을 바탕으로 시장의 금리 예상 확률을 산출한 지표다.
Breakeven Inflation Rate: 물가연동채(TIPS)와 일반국채 금리 차이로 파악한 시장의 장기 물가 기대 수준이다.
전문가 시각
기자는 이번 소비자심리 급락과 연준의 매파적 신호가 주가 밸류에이션 부담을 키울 것으로 본다. 다만 기업 실적 호조와 대선·통상 이슈에 따른 정책 기대가 완충재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향후 2~3개월간은 물가·고용 지표가 ‘소프트랜딩’ 시나리오를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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