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붐’ 효과, 실물경제에 벌써 반영됐나

투자 환경 전반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설비와 소프트웨어 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비투자 급증이 당장의 경제 성장률‧생산성 개선으로 직결되고 있는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8월 16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올 상반기(1~2분기) 미국 기업들의 컴퓨터 하드웨어 투자는 연율 기준 86.4%, 소프트웨어 투자는 18%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1.2%에 그쳤지만, 기업 설비투자 전체6.1% 늘어나 ‘AI 특수’가 초기 국면에 진입했다는 기대감을 자극했다.


하드웨어 수입 폭증, 그러나 생산성 향상은 ‘제자리걸음’

증권사 캡털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 자료에 따르면, 컴퓨터 및 주변기기 수입이 최근 1년 동안 60% 가까이 증가하며 국내 수요 증가분을 대부분 해외에서 충당하고 있다. 반면 미국 내 컴퓨터·전자제품 제조업이 1분기 GDP 성장에 기여한 비중은 불과 0.03%포인트, 소프트웨어 부문은 0.26%포인트에 그쳤다.

즉, 하드웨어 지출은 급증하고 있지만 일자리 확대나 노동생산성(Labour Productivity) 개선으로 이어지는 속도는 느린 셈이다. 실제로 2분기 노동생산성은 연율 2.4% 상승했으나, 이는 고용 증가세 둔화에 따른 착시 효과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최근 1년 기준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1.2%로 오히려 둔화됐다.

“과거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IT 버블 시기 생산성 호황은 자본·노동 투입보다 다요인생산성(MFP) 개선이 핵심 동력이었다.” — 캡털이코노믹스 보고서

‘선(先) 하드웨어’·‘후(後) 소프트웨어’ 구도… R&D 정체가 발목

캡털이코노믹스는 이번 ‘AI 투자붐’이 과거 IT 호황과 달리, 소프트웨어 지출 증가율이 아직 연 10%대에 머물고 연구개발(R&D) 투자도 1년 내내 정체돼 있다고 지적했다. AI가 생산성 혁신을 이끌려면 단순 하드웨어 교체를 넘어, 알고리즘 개선·데이터 라벨링·모델 학습에 필요한 R&D 예산이 동반 확대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일부 기업은 향후 부과될 수 있는 관세(관세 장벽)를 우려해 ‘선매입(Pre-buying)’에 나선 측면도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따라서 최근 수치에 AI 수요가 과도하게 반영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 시각 — ‘실물경제 효과’까지는 최소 2~3년 필요

필자는 AI 투자 사이클을 ‘① 인프라(하드웨어) → ② 플랫폼(클라우드·모델) → ③ 애플리케이션(산업별 솔루션)’으로 구분해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 미국 경제는 ① 단계가 막바지에 이르렀으며, ②·③ 단계에서야 본격적인 생산성 레버리지가 구현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제조업·헬스케어·물류현장 밀착형 산업에서는 고성능 GPU, 대규모 언어모델(LLM)만으로는 가시적 효과가 제한적이다. 현업 데이터 재정비,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 직원 재교육 등이 병행돼야 총요소생산성(총합적 효율성) 상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감안하면, 실질 GDP 성장률이 AI 덕분에 3%대를 회복하려면 최소 2027~2028년은 돼야 한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용어 설명

노동생산성(Labour Productivity)근로자 1인당 산출물을 의미한다. GDP를 노동투입(근로시간 또는 인력수)으로 나눈 지표로, 경제의 효율성을 평가할 때 핵심 척도로 활용된다.

다요인생산성(Multifactor Productivity, MFP)은 자본·노동 외에 기술·조직혁신·경영 효율 등 무형요소가 산출에 기여한 정도를 측정한다. IT 버블 시기 MFP가 크게 개선되면서 미국 경제는 ‘생산성 황금기’를 경험했다.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소프트웨어 투자가 올해 하반기부터 가속화할지 주목된다. GPU·서버 구매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AI 서비스 구축·통합에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R&D 예산이 반등해 특허 출원·논문 발표가 증가하면 ‘AI→생산성’ 전이 경로가 가시화될 수 있다. 이는 향후 12~18개월간 모니터링해야 할 핵심 변수다.

셋째,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하드웨어 공급망이 지정학 리스크·관세 정책 변화에 따라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공급망 다변화와 ‘리쇼어링(Reshoring)’을 동시에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결론

요약하면, 2025년 상반기 미국 경제에서 관찰된 AI 관련 설비투자 급증은 분명 통계적으로도 뚜렷하다. 그러나 생산성·GDP 성장률에 미치는 실질 효과는 아직 제한적이며, 소프트웨어·R&D 투자 확대 없이는 과거 IT 붐과 같은 ‘생산성 대도약’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투자자와 정책 입안자 모두 단기 실적보다는 중·장기적 혁신 생태계 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