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가 루마니아 공화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적격 최하단인 ‘BBB-’로 유지했다. 그러나 등급전망은 ‘부정적(negative)’으로 재확인돼 향후 강등 위험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2025년 8월 1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새로 들어선 니쿠쇼르 단(Nicusor Dan) 대통령 행정부가 재정 적자 축소를 위해 세제 개편 및 지출 구조조정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재정·정치 리스크가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등급 유지 배경과 위험 요인
피치는 성명에서 “
EU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큰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조세 인상과 지출 절감이라는 구조개혁을 단행한 점은 긍정적”
이라면서도 “①고비용 재정 조정의 사회·경제적 충격, ②연정 내부 갈등, ③극우 포퓰리즘 정당의 지지 확산은 여전히 중대한 정치적 과제”라고 지적했다.
‘BBB-’와 ‘부정적’ 전망이 의미하는 것
‘BBB-’는 투자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로, 한 단계만 강등될 경우 정크본드(투기등급)로 분류된다. 전망이 ‘부정적’일 경우 향후 12~18개월 내 강등 가능성이 3분의 1 이상이라는 뜻으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차입비용 상승 위험이 확대된다.
정치적 배경: 연정 갈등과 예산 논쟁
루마니아는 올해 초 대선 재선거 끝에 중도 성향의 니쿠쇼르 단 대통령을 선출해 수십 년 만의 최악의 정치 위기를 일단락했다. 그러나 출범 두 달 만인 일리에 볼로얀(Ilie Bolojan) 총리 내각은 공공 부문 인력 감축과 국가 투자 프로젝트 삭감을 놓고 가장 큰 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PSD)과 극심한 마찰을 겪고 있다.
특히 PSD는 EU 구조기금으로 추진 중인 인프라 프로젝트와 지방정부의 재량사업예산(소위 ‘국가투자계획’)※집권당을 중심으로 지역 개발 자금을 배분하는 예산 제도 삭감을 반대하며 연정회의를 보이콧했다. 이로 인해 과반 의석 붕괴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정 지표 분석
피치는 루마니아의 재정적자가 2024년 GDP 대비 9.3%에서 올해 7.4%로, 2026년에는 6.3%까지 완만히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매우 높은 기초 적자 규모 탓에 국가부채 상향 압력을 단순 완화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근본적 건전성 회복은 요원하다고 평가했다.
성장률 전망과 경기 위험
루마니아 중앙은행·총리·재무장관은 이번 주 초 일제히 경기침체(recession) 위험 확대를 경고했다. 피치는 올해 실질 GDP 성장률을 0.7%로 제시하며 지난해 2.1% 대비 급락을 전망했다.
타 신용평가사 동향
현재 S&P 글로벌 레이팅스와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 역시 루마니아를 투자등급 최하단에서 ‘부정적’ 전망으로 평가하고 있다. S&P는 7월 임시 리뷰에서 등급을 유지했으나 “예정된 지출 삭감은 연정 안정성을 시험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무디스는 9월 정기평가를 앞두고 있다.
전문가 관전 포인트
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하락해도 국채 가산금리는 통상 30~50bp(0.30~0.50%p)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루마니아 정부·기업의 달러·유로화 채권 발행 비용이 급등할 수 있으며,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 시 해당 리스크 프리미엄을 감안해야 한다. 또 EU 집행위원회가 과도적자절차(EDP)를 본격 개시할 경우 구조개혁 강도는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등급 방어를 위한 단기적 재정 압축과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동시에 작용해, 최소 향후 1년간 루마니아 자산은 높은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정책 실천력·재정수지 추이·유럽 경기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