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가 스피릿 항공(Spirit Airlines)의 장기신용등급을 ‘CCC+’에서 ‘CCC-’로 두 단계 하향 조정했다. 이는 해당 항공사가 단기간 내 채무 불이행(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2025년 8월 15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등급 강등은 스피릿 항공이 영업 손실과 유동성 감소라는 이중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스피릿 항공이 지속적인 적자 구조와 줄어드는 현금 보유고로 인해 가까운 시일 내 디폴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스피릿 항공은 2024년 파산보호(챕터 11) 절차를 마치고 올해 초 재무구조를 재정비했으나, 이번 분기 실적 발표에서 다시 ‘계속기업(going concern) 불확실성’을 경고했다. 이는 기업이 1년 이상 영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될 때 사용되는 회계 용어다.
현재 미국 국내선 시장은 저가항공사(LCC) 간 공급 과잉과 레저 여행 수요 둔화로 극심한 가격 경쟁에 직면해 있다. 스피릿 항공은 “올 2분기에도 요금 인하 압력이 지속돼 수익성이 더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CCC- 등급이 의미하는 것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투자 적격 등급(AAA~BBB-)과 투기 등급(BB+ 이하)을 구분한다. ‘CCC-’는 투기 등급에서도 최하위권으로, ‘매우 투기적(Highly Speculative)’ 범주에 속한다. 통상 시장에서는 ‘정크(Junk) 등급’이라 부르며, 부도 위험이 임박한 수준으로 해석된다.
특히 ‘CCC+’에서 ‘CCC-’로의 두 단계 연속 하향은 재무 여력 악화가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진행됐음을 시사한다. 등급이 낮아질수록 회사채 조달 금리는 가팔라지고, 이는 곧 유동성 위기에 더 깊이 빠져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배경: 스피릿 항공의 ‘계속기업’ 경고
스피릿 항공은 이번 분기 보고서에서 “미국 국내선 공급 확대와 2분기 레저 수요 부진이 어려운 가격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언급했다. 회사는 구체적인 손실 규모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현금소진 속도가 빨라 당분간 비용 절감 및 자산 매각과 같은 추가 유동성 확보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회계·재무 전문가들은 ‘going concern’ 경고가 재무제표에 기재되면 투자자와 채권자 신뢰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차입 및 자금 유치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문가 관점 및 업계 파장
항공 섹터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등급 강등이 미 저가 항공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재확인해 줬다고 분석한다. 팬데믹 이후 증가한 항공기 리스 비용과 인건비 상승이 수익성을 잠식하는 가운데, 고금리 환경이 이어지며 차입 부담까지 커졌기 때문이다.
항공사별 수익 다변화 정책도 주요 변수다. 스피릿 항공은 전통적으로 초저가 운임 모델(ULCC)과 부가수익(수하물·좌석 지정료)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단거리 여행 수요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해당 모델의 한계가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반응도 냉담하다. 등급 강등 직후 스피릿 항공의 회사채 가격은 수 분 만에 3~4% 추가 하락했고, 주가는 장중 52주 최저치를 다시 경신했다. 투자자들은 실질적인 구조조정 계획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추가 유동성 확보가 단기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대형 항공사 또는 사모펀드가 전략적 투자 혹은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한다. 다만 실제 거래가 성사되려면 규제당국 승인과 노조 협상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용어 설명
디폴트(Default)는 채무자가 이자나 원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정크 등급(Junk)은 투자 적격 등급 아래에 위치한 투기 등급을 지칭하며, 위험은 높지만 수익률도 높을 수 있다.
Going Concern은 기업이 향후 12개월 이상 영업을 지속할 능력이 있다고 전제하는 개념이다. 이 가정이 흔들릴 경우 ‘계속기업 불확실성’ 경고가 재무제표 주석에 표기된다.
기자 해설
현재 스피릿 항공이 직면한 어려움은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닌, 저가 항공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적 난제를 보여준다. 공급이 과잉인 상황에서 방어적 가격 인하만으로는 활로가 열리지 않는다. 따라서 서비스 차별화, 장거리 노선 확대, 비용 절감 프로세스 혁신 등의 종합 대책이 요구된다.
피치의 ‘CCC-’ 라벨은 파산 위험을 공식화한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극단적 위기가 재무구조 전면 개편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향후 6~12개월간 현금흐름 개선과 재무 전략 실행 여부가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