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발(로이터) — 미국 제2 연방순회항소법원은 1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정부가 제기한 ‘YPF 51% 지분 강제 반환 명령’ 집행정지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두 투자자가 받아낸 161억 달러 규모의 배상판결을 부분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YPF 지분을 넘기라는 1심 법원의 명령은 일시적으로 효력을 잃게 됐다.
2025년 8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뉴욕 맨해튼에 소재한 로레타 프레스카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2024년 6월 30일 내린 ‘지분 인도’ 명령을 최소 수개월간 정지시키는 효력을 가진다.
항소법원은 별도의 사유를 공개하지 않은 채 간단한 명령문만으로 집행정지를 선고했다. 다만 아르헨티나 측의 차기 서면 제출 기한은 9월 25일로 확정돼 있어, 그 전까지 강제집행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이끄는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분 강제 반환이 이뤄질 경우 “회복 불가능한 손해와 국가 경제 불안”이 뒤따를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번 결정은 그러한 우려를 일시적으로 해소하는 ‘숨 고르기’ 시간으로 평가된다.
앞서 프레스카 판사는 2023년 9월, 페테르센 에네르히아 인베르소라(Petersen Energia Inversora)와 이턴 파크 캐피털 매니지먼트(Eton Park Capital Management)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총 161억 달러의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두 투자자는 2012년 아르헨티나 정부가 스페인 레프솔(Repsol)로부터 YPF 지분을 몰수하는 과정에서 ‘소수주주 공개매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을 대리해온 곳은 소송자금 조달회사 버포드 캐피털(Burford Capital)이다. 버포드는 최종적으로 확정되는 손해배상액의 일정 비율을 투자자들과 공유하기로 계약돼 있다.
투자자 측 변호인은 로이터 통신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집행정지 명령은 최소 수개월간 유효할 전망이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YPF 관련 아르헨티나 정부의 다음 서면 제출은 9월 25일로 예정돼 있으며, 항소심 변론 및 판결까지는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
분쟁의 발단은 2012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스페인 국적의 레프솔이 보유하던 YPF 지분 51%를 국유화한다며 강제 수용했다. 문제는 아르헨티나 자국법에 따라 ‘공개매수 의무’를 사전에 공지·실행해야 했으나, 이를 무시했다는 점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외국주권면제법(Foreign Sovereign Immunities Act·FSIA)’을 근거로 “주권국가가 보유한 주식은 강제집행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투자자 측은 “상업 활동 예외(Commercial Activity Exception)”를 들며 예외 조항을 주장했다. 즉, 국가가 민간회사와 동일한 지위에서 상업적 행위를 한 경우 면책특권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도 “외교 관계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해 분쟁 해결을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며 아르헨티나 편에 서는 ‘아미쿠스 큐리에(재판부 지원 의견서)’를 제출했다.
투자자 측은 “아르헨티나가 ‘수년간 판결 집행을 회피’했다”는 점을 들어 예외 적용이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프레스카 판사는 지난 6월 30일 명령문에서 “아르헨티나 정부가 YPF 지분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으므로, FSIA 면제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동시에 “국가가 자국법을 들어 미국 법원의 판결 집행을 무력화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시했다.
아르헨티나 정부 대변인은 “항소법원의 결정에 환영 의사를 표하며, 161억 달러 배상판결도 뒤집힐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용어 해설]
FSIA(외국주권면제법)는 미국 내 법원이 외국 주권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판결을 집행할 때 적용되는 기본법이다. 일반적으로 주권국가는 미국 법원의 강제집행에서 보호받지만, 상업 활동 예외가 인정되면 면책범위가 좁아진다.
또한 소송자금 조달회사(Litigation Funder)는 원고가 소송비를 부담하기 어려울 때 자금을 제공하고, 승소 시 배상금의 일정 지분을 가져가는 구조를 말한다. 국내 투자자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모델이다.
[전문가 진단]* 항소법원의 집행정지는 아르헨티나 채권 스프레드와 외화자본 유출 압력을 완화하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반면, 투자자 신뢰 회복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존재한다. YPF 주가 역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한 변동성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밀레이 정부가 추진 중인 긴축재정·국영기업 민영화 로드맵은 이번 법적 분쟁과 맞물려 있다. 향후 항소심 판결이 뒤집혀 배상금 지급 의무가 확정될 경우 재정 운신 폭이 크게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 주요 리스크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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