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BlackRock) 산하 TCP 캐피털(BlackRock TCP Capital Corp., NASDAQ: TCPC)이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 Ratings)로부터 장기 발행자 디폴트 등급(IDR) 및 회사채 등급을 종전 ‘BBB-’에서 ‘BB+’로 한 단계 강등받았다.
2025년 8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피치는 등급 하향의 주된 이유로 자산 건전성 악화와 비수익(Non-accrual) 자산 비중 확대를 지적했다. 동시에 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으로 제시돼 단기 추가 강등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평가됐다.
피치에 따르면 TCPC는 2025년 상반기에 포트폴리오 공정가치 대비 6% 규모의 순실현손실(net realized losses)을 기록했다. 이는 2024년 연간 4.6%에 이어 2년 연속 동종업계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같은 분기 비수익 투자는 공정가치 기준 포트폴리오의 4.0%, 원가 기준 10.3%까지 상승했다.
“비수익 자산 비율 확대는 대출차입자의 현금흐름 약화를 가리키며, 이는 궁극적으로 BDC의 배당 여력과 자본 완충력을 제한할 수 있다.” — Fitch Ratings 보고서
레버리지(leverage)도 경고 신호다. 2025년 2분기 TCPC의 순레버리지(net leverage)는 1.60배로, 피치가 등급을 부여한 BDC 가운데 가장 높았다. 규제 레버리지(자산대비 부채) 기준으로 산출한 자산 커버리지 쿠션은 11.6%에 그쳐, 피치는 이를 “포트폴리오 위험 대비 낮은 수준”으로 평가했다.
전문 용어 해설①
BDC(Business Development Company)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록 투자회사로, 중소·중견 비상장 기업에 자본을 공급하는 금융 플랫폼이다. 개인 투자자는 상장된 BDC 주식을 통해 사모대출 시장에 간접 투자할 수 있다.
②‘Non-accrual’ 투자란 이자가 장기간 지급되지 않거나 원금 회수가 불확실해져 회계상 수익 인식이 중단된 채권을 뜻한다.
③PIK(Payment-in-Kind) 이자란 현금 대신 신규 채권이나 주식으로 지급되는 형태를 말하며, 차주(借主)의 현금흐름 압박을 시사한다.
피치는 고금리 환경과 경기 둔화가 2025년 하반기에도 지속되면서 “BDC 전반에 추가적인 신용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TCPC의 PIK 이자 수입은 2024년 6.4%에서 2025년 2분기 11.8%로 급증해 업계 평균을 상회했다. 이는 차입 기업들이 현금 유동성 확보에 고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배당 정책 변화도 눈길을 끈다. TCPC는 2025년 1분기에 정기 배당금을 주당 0.36달러에서 0.25달러로 31% 삭감했다. 피치는 해당 조치를 “신중한(prudent) 결정”으로 평가하며, 2025년 2분기 조정 순투자이익(Adjusted NII) 대비 배당 커버리지 비율이 134%(비현금 항목 제외 시 95.2%)로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유동성 측면에서 TCPC는 단기 현금 및 신용한도를 통해 충분한 단기 자금여력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2026년 만기가 도래하는 무담보 회사채 3억 2,500만 달러와 소기업청(SBA) 디벤처 2,220만 달러가 잠재적 리파이낸싱 위험으로 지적됐다.
피치는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근거로 ▲레버리지를 회사 목표 범위로 축소 ▲무담보 조달 비중을 25% 이상 유지 ▲선순위 대출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략 지속 등을 제시했다. 또한 모회사 블랙록(BlackRock Inc.)과의 시너지가 제공하는 자금 조달력·위험 관리 역량도 긍정 요소로 평가했다.
아울러 2025년 7월 블랙록이 HPS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HPS Investment Partners)를 인수한 점은 “경쟁 지위 강화와 투자자원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를 덧붙였다.
전문가 시각
국내 BDC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미국 BDC 사례는 사모대출·대체신용 시장 참여자에게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고금리 장기화 국면에서 BDC의 자산 건전성은 현금흐름 취약 차주에 의해 빠르게 악화될 수 있으며, 비수익 자산 관리 역량이 곧 배당 안정성으로 직결된다. 투자자는 등급 변동과 레버리지 지표를 면밀히 관찰해 손실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PIK 이자 확대는 단기 실적을 부풀릴 수 있지만, 실현 가능한 현금 흐름이 아닌 점을 감안할 때 장기 투자 관점에서는 경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레버리지 1.60배 수준은 규제 한도(2.00배) 내에 있지만, 업계 최상단에 위치한 만큼 추가 자산 손상 시 자본 완충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
향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경로와 경기 모멘텀이 개선될 경우, BDC 섹터에 대한 시장 신뢰가 회복될 여지는 남아 있다. 그러나 단기간 내 금리 인하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TCPC가 목표 레버리지 범위를 달성하고 자산 건전성 지표를 개선하기 전까지는 보수적 접근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