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에서 바우슈 헬스 컴퍼니즈(티커: BHC) 주가가 11.3% 치솟았다. 이번 급등은 억만장자 투자자 존 A. 폴슨(John A. Paulson)이 이끄는 폴슨 캐피털(Paulson Capital Inc.)과 그 계열사가 제약기업 바우슈 헬스의 지분을 대거 매입한 데 따른 결과다.
2025년 8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폴슨 캐피털과 자문 펀드들은 칼 C. 아이칸(Carl C. Icahn) 및 그 계열사가 보유하던 보통주 34,721,118주를 순매수하며 지분을 확대했다. 이 거래 이후 폴슨 측이 (주요주주) 실질적으로 보유하게 된 지분은 회사 발행보통주의 약 19.13%에 달한다.
아이칸 그룹(Icahn Group)의 지분율이 특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서, 회사와 아이칸 그룹 사이에 체결돼 있던 이사 선임·지명 협정(Director Appointment and Nomination Agreement)이 즉시 종료됐다. 이에 따라 브렛 M. 아이칸(Brett M. Icahn)과 스티븐 D. 밀러(Steven D. Miller)는 바우슈 헬스 이사회에서 사임했다.
존 A. 폴슨 이사회 의장은 공식 성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나는 바우슈 헬스에 상당한 가치가 숨어 있다고 믿으며, 경영진이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에 깊은 확신을 갖고 있다. 바우슈 헬스 본체와 자회사인 바우슈 앤 롬 코퍼레이션(Bausch + Lomb Corporation) 모두의 사업 전망이 매우 고무적이다.”
회사는 “이번 거래와 관련해 아이칸 그룹이나 폴슨 캐피털 어느 쪽과도 추가적인 계약이나 약정을 체결하지 않았다”고 공시했다. 이는 대주주 간 이해관계 충돌을 최소화하고,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배경·용어 해설
폴슨 캐피털(Paulson Capital Inc.)은 헤지펀드 업계 베테랑 존 폴슨이 설립한 투자회사다. 2007~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 당시 CDS(신용부도스와프)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헤지펀드는 전통적인 주식·채권뿐 아니라 파생상품, 공매도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형 투자기구를 뜻한다.
칼 아이칸(Carl Icahn)은 행동주의 투자(Activist Investing)의 대부로 불린다. 행동주의 투자자는 대상 기업의 지배구조·배당정책·사업 구조개편 등을 요구해 주주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을 구사한다. 아이칸은 과거 애플, 이베이, 옥시덴털 페트롤리엄 등에서 공격적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사례가 많다.
이사 선임·지명 협정은 특정 주주에게 이사회 지명권을 보장해 주는 계약이다. 하지만 지분율이 하락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협정은 자동 해지되며, 해당 주주 추천 이사는 사임해야 한다. 이번 사안도 같은 구조로 작동했다.
시장 영향과 전문적 통찰
주가 반등 효과 — 폴슨의 19%대 지분 확보는 시장에 강력한 ‘신뢰 투표(Confidence Vote)’로 해석된다. 대형 투자자의 장기적 관점이 투입되면 리스크프리미엄이 축소되고, 단기 차익실현 매물보다 중장기 가치투자 성향이 강화될 수 있다.
지배구조 재편 — 아이칸 계열 두 명의 이사 사임으로, 이사회는 폴슨 측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단, 폴슨이 직접 이사 자리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백그라운드 인플루언스’에 머무를 가능성도 있다. 이는 분쟁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전략적 방향성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다.
사업 구조 — 바우슈 헬스는 안구 질환 치료제·컨택트렌즈 브랜드 Bausch + Lomb, 피부과·소화기계 치료제 ‘살릭스(Salix)’ 등을 보유한다. 최근 안구건조증, 시력교정 수술 수요 증가가 가시화되면서 자회사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IPO(기업공개) 방안이 거론되던 Bausch + Lomb의 독립 상장 시나리오는 여전히 잠재적 주가 모멘텀으로 남아 있다.
부채 부담 — 한편, 바우슈 헬스는 과거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쌓인 고금리 부채가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투자자들은 폴슨의 참여가 배당 정책·자산 매각·부채 리파이낸싱 등 재무구조 개선에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한다.
결국 시장은 폴슨의 ‘자본시장 이벤트 설계 능력’이 회사의 잠재력을 현실화할 수 있을지에 베팅하고 있다. 폴슨의 과거 트랙레코드(트럼프 호텔 채무 구조조정, 골드 투기적 매수 등)는 고위험 국면에서의 차별화된 가치 창출로 이어진 사례가 많았다. 다만 헬스케어·제약 업종 특유의 규제 리스크, 연구개발(R&D) 실패 가능성은 상존하기 때문에 투자자는 밸류에이션과 리스크 프리미엄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종합 전망
이번 거래로 바우슈 헬스 지분 구도는 ‘폴슨 vs 기타 기관·개인’으로 재편됐다. 아이칸의 상당 지분이 넘어가면서 잠재적 경영권 분쟁 변수는 줄었지만, 대신 폴슨의 전략적 방향성에 대한 시장 감시가 강화될 것이다. 특히 R&D 파이프라인 성과, 부채 관리, Bausch + Lomb 상장 여부가 향후 주가를 결정하는 ‘삼두마차’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약·바이오 섹터는 합병(M&A)과 라이선스 딜이 활발해 초기 모멘텀이 빠르게 주가에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폴슨이 단순 재무적 투자자에 머무를지, 혹은 기업 구조개편(Spin-off·세분할)과 같은 행위주의 전략을 펼칠지에 따라 변동성은 달라질 수 있다.
한편, 이번 사안은 행동주의 투자자가 철수하고, 가치투자 성향의 대형 자본이 진입하는 전형적 ‘세대교체’ 사례로도 볼 수 있다. 이는 개별 종목뿐 아니라 전체 시장에 대해 거버넌스·지배구조 트렌드를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