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미국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 DOJ)가 캘리포니아주 대기자원위원회(California Air Resources Board, CARB)를 상대로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주(州)가 자체적으로 시행해 온 트럭 배출가스 규제를 무효화하고 집행을 중단시키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2025년 8월 1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는 금주 두 건의 고소장을 캘리포니아 북부와 동부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했다. 고소장은 CARB가 대형 트럭 및 엔진 제조사들과 체결한 ‘클린 트럭 파트너십(Clean Truck Partnership)’을 통해 연방 기준을 넘어서는 배출 규제를 계속 집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법무부는 해당 규제가 이미 연방 정부에 의해 ‘선점(preemption)’됐음에도 주 정부가 이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공식 성명에서 “
이번 조치는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전기차(EV) 의무화 중단과 규제 형평성 회복, 그리고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위한 노력의 일환
”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법무부는 캘리포니아가 연방 대기정책을 넘어서는 배출 한도를 일방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자동차·트럭 시장에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트럭 메이저 4사도 동참
이번 주 초, 다임러 트럭(Daimler Truck), 볼보(Volvo) 등 세계적 트럭 제조업체 4곳 역시 별도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기업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 6월에 ‘무효’ 선언을 내린 엄격한 배출 기준을 주 정부가 계속 강제 집행하고 있다며, 이를 차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제조사들은 “주와의 협력체제인 클린 트럭 파트너십이 실질적으로 사실상의 EV‧무공해 트럭 의무화로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동일 차종이라도 캘리포니아 주내 판매·운행용 모델에는 연방보다 훨씬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돼 생산·개발 비용이 급증한다고 덧붙였다.
연방 대기법(Clean Air Act) ‘웨이버’의 쟁점
미국 연방 대기법(Clean Air Act)은 연방 환경보호청(EPA)이 대기오염 규제 권한을 가지되, 캘리포니아주가 역사적·지리적 요인으로 보다 엄격한 자체 기준을 둘 수 있도록 ‘웨이버(waiver)’ 조항을 부여했다. 그간 여러 행정부를 거치며 웨이버가 승인‧철회되기를 반복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6월 해당 웨이버를 다시 무효화했다. 이에 따라 주(州)의 강화 규제 효력은 원칙적으로 상실되지만, CARB는 웨이버 무효 선언이 부당하다며 여전히 자체 기준을 집행 중이다.
CARB 측은 이번 소송에 대해 아직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위원회는 역대 소송에서 “캘리포니아의 고유 권한 및 기후변화 대응 필요성”을 근거로 연방 상위 규제 유지 입장을 고수해 왔다.
정치적·법률적 파장
트럼프 대통령(공화당)은 연방 대기법 상 ‘웨이버 폐지’를 통해 캘리포니아의 규제 주도권을 억제하는 동시에, 가빈 뉴섬(Gavin Newsom) 주지사(민주당)의 전기차·무공해차 확대 정책을 차단하려 한다. 뉴섬 주지사는 기후변화 대응 전략의 핵심으로 2035년까지 신차 100% 무배출화 목표를 천명해 왔다.
이에 대해 법무부 환경·자연자원국(ENRD) 애덤 거스타프슨(Adam Gustafson) 부국장 대행은 “
대통령과 연방 의회가 이미 클린에어법 웨이버를 무효화했다. CARB는 민주적 절차를 존중하고 위법한 기준 집행을 중단해야 한다
”고 밝혔다.
용어 해설
‘선점(preemption)’이란 연방 법이 동일 사안에 대해 우선 적용될 경우, 주(州) 법·규제를 배제하거나 무효화할 수 있다는 미국 헌법상 원칙을 뜻한다. ‘웨이버(waiver)’는 본래 금지되거나 제한된 행위를 특정 조건 하에서 허용하는 면제권이다. 클린에어법 웨이버는 캘리포니아만의 특수 권한으로 꼽히며, 주 정부가 전국에서 가장 엄격한 대기·배출 기준을 설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그러나 웨이버가 철회될 경우, 주는 연방 수준 이하 또는 동일 수준 규제만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자동차·트럭 제조사들이 전국 단일 규제 체계를 선호해 온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향후 절차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이 연방대법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CARB가 배출 규제에서 물러나지 않을 경우, 연방 법원은 연방-주 권한 충돌에 대한 판례를 다시 세우게 된다. 트럭·엔진 업체의 별도 소송이 병합될지, 혹은 각각 진행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업계 관계자들은 “규제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 차세대 트럭 투자 계획과 공급망 재편에 혼선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리
결국 핵심 쟁점은 캘리포니아가 연방법에 도전해 독자적 친환경 정책을 계속 추진할 수 있는가 여부다. 법무부와 트럼프 대통령 측은 시장·소비자 선택권을, 뉴섬 주지사와 CARB는 기후변화 대응과 주 자치권을 각각 내세우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