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 AI(Sovereign AI)를 둘러싼 세계 주요국 간 경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제프리스(Jefferies)가 발표한 최신 보고서는 데이터, 인프라, 알고리즘 전 영역에서 ‘전면전’에 가까운 기술 각축전이 전개되고 있음을 상세히 조명한다.
2025년 8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제프리스는 “각국이 AI 역량을 자국 내에서 독립적으로 개발·배치·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현상을 ‘주권 AI’라 명명하며, 이는 반드시 정부가 전체 지분을 소유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략적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주권 AI는 국가가 AI 기술 전주기를 장악함으로써 안보·경제·사회 전반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게 해 주는 차세대 전략 자산” — 제프리스 보고서
미국: 공공·민간 협력 모델과 수출 통제
미국은 공공–민간 파트너십과 강력한 수출 규제를 병행하는 복합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NVIDIA 반도체의 중국 수출분 15%를 연방정부가 우선 구매하도록 한 최근 조치가 대표적이다. 이는 국가 보안 이익을 지키는 동시에 민간 혁신 역동성을 보존하려는 절충 모델로 풀이된다.
중국: 12개월 격차로 맹추격
민·군 융합(Civil–Military Integration)※과 알리바바·화웨이 같은 빅테크 기업의 긴밀한 협업을 바탕으로 중국은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12개월 수준까지 좁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프리스는 “중국의 국방·산업 복합체 결합 속도가 상상 이상”이라며 “데이터 주권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입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연합: GAIA-X가 던진 과제
EU는 GAIA-X 프로젝트로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의존도를 낮추려 하지만, 규제 파편화와 완만한 혁신 속도라는 난관에 부딪혀 있다. 보고서는 “각 회원국의 데이터 규정이 상이해 통합 클라우드 형성이 지연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견국 부상: 사우디·UAE
사우디아라비아는 HUMAIN 이니셔티브 일환으로 아랍어 생성형 AI 모델 ‘ALLAM’을 선보였고, 2030년까지 100만 명을 AI 전문 인재로 양성할 계획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역시 자국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하며 두 나라 모두 2030~2035년 사이 AI 자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권 AI가 제공하는 기회와 위험
제프리스는 주권 AI가 국가 안보 강화·경제 성장·기술 혁신을 가속화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초대형 인프라 투자 비용, 지역별 데이터 편향, 인재 다양성 부족으로 인한 혁신 단절 가능성은 구조적 리스크로 꼽았다.
국제 규범은 가능할까
UN이 프라이버시·윤리·설명가능성에 대한 글로벌 기준을 정립할 수 있다는 기대가 존재하지만, 제프리스는 “지정학적 경쟁과 각국의 상이한 규제 체계 때문에 분절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용어 설명※
민·군 융합은 군사 기술과 민간 산업 기술을 상호 공유·협력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중국식 국가 전략을 의미한다.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를 통해 양 부문이 함께 연구개발(R&D)에 참여하기 때문에 기술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특징이 있다.
전문가 시각과 전망
취재진이 종합한 결과, 미국·중국·EU·중동 중견국 모두 데이터 주권 확보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향후 5년간 AI 반도체, 고성능 컴퓨팅(HPC), 초대규모 언어 모델(LLM) 시장에서 국가 단위 ‘블록화’가 한층 심화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들은 관련 반도체·클라우드·사이버보안 종목의 정부 수주 비중을 핵심 지표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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