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티커: AMAT)가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투자 원칙을 기반으로 한 Validea의 분석에서 만점을 받았다. 이번 평가는 기업의 장기 수익 예측 가능성과 재무 건전성, 밸류에이션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Patient Investor’ 모형(일명 워런 버핏 전략)을 적용해 산출됐다.
2025년 8월 15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Validea가 추종하는 22개 ‘구루(guru)’ 모델 가운데 버핏 전략이 AMAT에 매긴 점수는 100%로 집계됐다. 일반적으로 80% 이상이면 관심 종목, 90% 이상이면 강한 매수 후보로 간주되는데, 만점은 드문 사례다.
이번 리포트는 ‘대형 성장주(Large-Cap Growth)’에 속하는 AMAT가 반도체 산업 내에서도 예측 가능한 장기 수익 구조를 확보하고 있으며, 저부채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합리적인 밸류에이션에 거래되고 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종목 선정 기준은 총 10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항목은 동일 비중이 아니라 버핏의 철학을 반영해 가중치가 달리 책정된다.
주요 평가 결과
Earnings Predictability: PASS
Debt Service: PASS
Return on Equity: PASS
Return on Total Capital: PASS
Free Cash Flow: PASS
Use of Retained Earnings: PASS
Share Repurchase: PASS
Initial Rate of Return: PASS
Expected Return: PASS
Validea는 “모든 항목이 통과(〈strong〉PASS〈/strong〉) 판정을 받은 종목은 극히 드물다”며 “AMAT의 재무 구조와 현금 흐름, 자본 효율성, 주주환원 정책 모두가 버핏식 장기투자의 엄격한 요구사항을 충족한다”고 평가했다.
버핏 전략이란 무엇인가
‘Patient Investor’ 모델은 버핏이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를 통해 수십 년간 시장을 상회한 비결을 정량화한 방식이다. 핵심은 ① 장기간에 걸쳐 예측 가능한 이익 성장, ② 레버리지(차입)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구조, ③ 익숙하고 이해하기 쉬운 사업 모델, ④ 합리적인 가격이다. 쉽게 말해 ‘좋은 가격에 훌륭한 회사를 사서 오래 보유하라’는 원칙을 체계화한 것이다.
AMAT는 전 세계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수적인 증착(CVD, PVD), 식각, 계측 장비를 공급한다.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 모두에서 고객군이 넓어, 경기 변동에도 이익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2025회계연도 기준 부채비율이 30% 초반에 불과해 동종 업체 대비 보수적인 재무 레버리지를 유지하고 있다.
숫자로 보는 AMAT
시가총액: 약 1,350억 달러*
최근 3년 연평균 매출 성장률: 15%
최근 3년 평균 영업이익률: 29%
자기자본이익률(ROE): 49%
총자본수익률(ROTC): 32%
자유현금흐름(FCF): 75억 달러2024 회계연도
주당배당금: 1.28달러, 배당성향 15%
자사주 매입: 2024년에만 44억 달러 집행
*2025년 8월 14일 종가 기준.
잘 알려지지 않은 용어 해설
• 자유현금흐름(Free Cash Flow):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에서 투자지출(CAPEX)을 제외하고 남은, 주주에게 환원하거나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진짜 현금’을 의미한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FCF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여력을 높여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핵심 지표다.
• 자기자본이익률(ROE): 기업이 주주가 투자한 자본으로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15%를 상회하면 우량 기업으로 평가되는데, AMAT의 49%는 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한다.
• 버핏의 ‘예상수익률(Expected Return)’: 현 시점에서 주가 대비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총수익률(배당 포함)을 뜻한다. 버핏 모델 기준 15% 이상이면 매력적이다.
전문가 시각
AMAT가 만점을 받은 것은 단순히 일회성 숫자 효과가 아니라,반도체 공급망에서 장비 부문의 구조적 성장성과 경영진의 주주친화적 자본 배분이 결합된 결과로 풀이된다. 주당순이익(EPS)은 메모리 시장의 사이클 변동에도 10년간 연평균 18% 성장했다. 이는 버핏이 강조하는 ‘예측 가능한 수익’ 요건을 충족한다.
다만 반도체 장비 업황은 고객사의 설비투자(CapEx)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경기 침체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고객 투자 사이클이 둔화될 경우 실적 가시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또한 주가가 최근 12개월 사이 45% 상승하며 Forward PER(주가수익비율)은 23배 수준으로 높아져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이 다소 축소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 정책 확장, AI·고성능 컴퓨팅(HPC) 수요 증가, 미국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미국 CHIPS Act) 등 거시적 환경이 우호적으로 작용할 여지는 크다. 기술적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장기 보유 관점에서는 버핏 전략이 제시하는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현금 창출력’이 여전히 빛을 발할 수 있다는 평가다.
결론
Validea의 분석 결과는 AMAT가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에 부합하는 드문 반도체 장비주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모든 핵심 지표가 PASS 판정을 받은 만큼, 보수적이면서도 장기 관점을 중시하는 투자자라면 관심을 가질 만하다. 다만 단기 가격 변동성, 산업 특유의 장비투자 사이클 변동은 위험 요인으로 남아 있다. 결국 투자자는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 한도를 점검한 뒤, 버핏이 강조하듯 ‘이해하기 쉬운 사업’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장기 보유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