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중국의 7월 경제 지표가 전반적으로 둔화되면서 산업생산·소비·투자 전 부문에서 내수 수요의 구조적 약화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25년 8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고정자산투자(FAI)는 연초 이후 누적 기준 전년 대비 1.6% 증가에 그쳐 직전치 2.8%에서 눈에 띄게 둔화됐다. 월간 기준으로는 2021년 이후 처음으로 5.2% 감소하며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특히 인프라 투자(-2.0%)와 제조업 투자(-0.3%) 모두 음(-)의 성장률을 기록해 투자심리 위축이 뚜렷했다.
부동산 부문에서는 더블딥(double dip)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새 주택 가격은 7월 전월 대비 0.31% 하락하며 26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고, 70개 대도시 중 상승을 기록한 곳은 단 6곳에 그쳤다. 주거용 부동산 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14.1% 줄었고, 주택 준공도 30.6% 급감했다.
소매 판매·산업 생산 모두 기대치 하회
7월 소매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7% 증가해 6월의 4.8%와 시장 예상치 4.6%를 모두 밑돌았다. BofA는 “자동차·문화·사무용품·가구 부문에서 가장 급격한 둔화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고빈도 데이터에 따르면 8월 자동차 판매 역시 추가 위축 조짐이 뚜렷해, 소비 개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가전제품 판매는 정부 보조금 효과로 비교적 견조했으며, 외식업 매출도 소폭 상승했다. 다만 국가·지방 공공기관 공무원에 대한 ‘공적 회식 제한’이 지속되면서 외식 업계 전반에는 여전히 압박이 가해졌다.
7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5.7% 증가해 6월(6.8%)보다 둔화됐다. 제조업·광업 생산이 모두 느려진 반면, 전력·수도·가스 등 공익사업 공급이 다소 회복됐다. PC·휴대전화·석탄 생산은 감소했지만, 발전설비·철강 제품은 호조를 보였다.
고용시장도 계절적·구조적 압력 동시 노출
전국 도시 실업률은 6월 5.0%에서 7월 5.2%로 상승했다. 올해 사상 최대 1,220만 명의 대학 졸업자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면서 계절적 공급 압력이 더해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이자 보조와 같은 제한적 정책만으로는 내수를 되살리기 어렵다” — BofA 보고서*
BofA는 이자 보조·대출 우대 등 단기 부양책이 이미 시장에 ‘예고(telegraphed)’돼 효과가 희석됐다고 평가했다. 기관은 추가 완화 가능성에 대해 “가까운 시일 내엔 낮다”면서도, 9~10월경 대외 수요가 더 급격히 둔화할 경우가 새로운 정책 창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 해설: 고정자산투자(FAI)란?
FAI는 도로·철도·발전소 등 인프라스트럭처와 기계·설비·부동산 등 유형 자산에 대한 총투자를 의미한다. 제조·건설·부동산 경기를 압축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중국 경제의 선행지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투자 증가율이 둔화되면 기업의 생산 확장 의지가 약화된다는 신호로 해석돼, 고용·임금·소비 등 실물경제 전반에 부정적 연쇄 효과를 미칠 수 있다.
기자 견해 및 시장 함의
중국 당국은 2023년 말부터 ‘내수 진작’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해 왔지만, 7월 지표는 경기 모멘텀 회복이 여전히 불안정함을 여실히 드러낸다. 특히 부동산·제조업·인프라 투자가 동반 위축되는 ‘투자 3중고’는 고용과 소비에 직결돼 향후 분기 성장률을 제한할 수 있다.
현재로선 통화 완화보다 재정 지출 확대와 구조 개혁을 통한 수요 창출이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재정 여력과 부동산 부채 문제를 감안할 때, 강도 높은 정책 패키지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결국 4분기 이후 중국 정부가 “투자+소비 투트랙” 전략을 얼마나 과감하게 실행할지가 글로벌 원자재·증시 변동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