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주간 자금 흐름 보고서에 따르면 8월 13일로 끝난 주간에 현금·주식·채권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모두 사상 최대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현금형 펀드에는 330억 달러, 주식형 펀드에는 264억 달러, 채권형 펀드에는 259억 달러가 각각 유입되며 위험·비위험 자산을 가리지 않는 ‘유동성 대이동’ 현상이 두드러졌다.
2025년 8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가상자산(암호화폐) 펀드에도 45억 달러, 금(金) 펀드에는 26억 달러가 유입되며 대체 자산에 대한 관심 역시 지속됐다. 투자등급(Investment-Grade) 채권에는 152억 달러가 몰려 2025년이 역대 두 번째로 큰 연간 유입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커졌고, 하이일드(고수익) 채권도 25억 달러를 끌어모았다.
올해 들어 전 세계 주식형 펀드로 누적된 유입액은 5,760억 달러로, 사상 세 번째로 큰 규모다. BoA의 수석 전략가 마이클 하트넷은 “올해 1월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이 단행한 88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는 2020년 이후 가장 가파른 속도”라며, 시장은 연준(Fed) 역시 조만간 동참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트넷은 “연준 독립성, 물가 목표 재설정, 금 가격 평가절상(금 재평가) 가능성을 둘러싼 정책 논의가 ‘혼란=화폐가치 희석(disruption = debasement)’ 구도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흐름이 미 달러화 약세로 귀결될 경우, 향후 수년간 금·암호화폐·신흥국 자산의 성과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식시장·밸류에이션 동향
하트넷은 S&P 500 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이 사상 최고치인 5.3배에 달한 배경으로 ‘Anything but Bonds’(채권을 제외한 모든 자산) 선호 현상과 인공지능(AI) 붐을 꼽았다. 이어 ① 외환가치 희석, ② 부동산보다 주식에 유리한 인구구조 변화, ③ 글로벌 소비 패턴 재균형을 ‘이번에는 다르다(It’s different this time)’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가설이 어긋날 경우 채권이 재평가되고, 비(非)미국 주식이 S&P 500을 능가하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너지시장·트럼프 효과
에너지 부문에서 하트넷은 “국제 유가(WTI·브렌트유)와 천연가스 가격은 3월 이후 이미 41% 하락해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 시나리오’를 상당 부분 선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안보 노선이 미국 소비자 물가를 낮추기 위한 저(低)유가 지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향후 에너지 가격에 추가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미국·러시아 간 북극 항로 및 미개척 자원 개발 협력 가능성은 에너지 약세장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주요 용어 해설
투자등급 채권은 신용등급 ‘BBB-’(S&P 기준) 이상인 안전자산으로, 기업·국채가 포함된다. 하이일드(저등급) 채권은 그 이하의 채권으로 수익률은 높지만 신용위험이 크다. P/B(주가순자산비율)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지표로, 1배보다 높을수록 자산 대비 성장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지역별 자금 이동
미국 주식형 펀드는 직전주의 순유출을 뒤집고 최근 일주일간 212억 달러를 흡수했다. 유럽 주식에는 7억 달러가 유입된 반면, 일본 주식에서는 7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신흥국 주식형 펀드는 21억 달러 규모의 순유출이 재개되며 위험선호 약화를 시사했다.
분석 및 전망
하트넷 팀은 달러 약세·유동성 확대·기술주 랠리가 맞물린 ‘골디락스형 위험자산 랠리’가 당분간 지속될 소지가 크다고 본다. 다만 연준의 실제 금리인하 시점·폭, 대선 결과가 좌우할 에너지 가격, 신흥국의 자본유입 지속 여부가 변수로 작용한다. 또 S&P 500의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고점이라는 점은 리밸런싱 계기가 될 수 있어 국내외 투자자는 포트폴리오 다변화·리스크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저유가 전략’은 국내 석유화학·정유 업종엔 부정적일 수 있으나, 항공·운송·소비재 기업엔 원가 안정이라는 호재로 작용한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가 유지된다면 친환경·재생에너지 투자 확대가 재차 부각될 수 있다. 결국 정책 불확실성·지정학 변수가 에너지와 관련 산업 전반의 수익성과 주가 변동성을 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