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소시에이티드 브리티시 푸즈(ABF)가 호비스 그룹을 전격 인수하며 영국 대형 제빵 시장 내 입지 강화에 나선다. 이번 거래는 사모펀드 엔들리스 LLP가 보유하던 호비스 지분 100%를 넘겨받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양사는 공식적으로 재무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다.
2025년 8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ABF는 최근 수년간 매출이 감소한 자사 베이커리 부문(앨라이드 베이커리스)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호비스와의 통합 전략을 선택했다. 회사 측은 “대규모 투자를 통한 효율 극대화와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장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ABF 산하 앨라이드 베이커리스(Allied Bakeries)는 킹스밀(Kingsmill)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지만, 슬라이스 식빵 수요가 수년에 걸쳐 꾸준히 둔화된 데다 대형 유통업체 납품 물량까지 줄어 수익성이 큰 폭으로 악화됐다. 동일한 위기를 겪어온 호비스 역시 2024회계연도(9월 결산)에 700만 파운드(약 118억 원)1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1. 인수 배경과 전략적 의미
ABF는 1935년 웨스턴 가문이 설립한 식품·소매 복합 기업으로, 프라이마크(Primark) 패션 체인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제빵 부문 비중이 크지 않고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해 왔다. 이번 호비스 인수가 완료되면 생산·물류 거점을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회복하고, 프리미엄·스페셜티 빵 수요 증가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영국 식빵 시장은 최근 저탄수화물(high-protein·low-carb) 식단 선호, 대형마트 자체브랜드(OEM) 확대, 아티장(Artisan) 베이커리 붐 등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대량생산 식빵(so-called “mass-market loaves”) 판매는 감소세인 반면, 프리미엄·특수 빵 수요는 성장세를 이어 간다. 업계 1위 워버턴즈(Warburtons)가 이미 이러한 트렌드에 빠르게 적응했다는 점에서, ABF는 호비스와 킹스밀을 합쳐 규모·브랜드·제품 혁신의 세 박자를 동시에 맞출 계획이다.
2. 주요 수치 및 거래 조건
엔들리스 LLP는 2020년 3,700만 파운드에 프리미어 푸즈(Premier Foods)의 호비스 지분 49%를 인수하고, 나머지 51% 역시 비공개 금액으로 매입해 지분 100%를 보유해 왔다. 이번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업계 밸류에이션과 최근 실적을 고려해 7,000만~1억 파운드 수준일 가능성을 거론한다2. 거래 종결은 영국 규제당국의 승인을 전제로 하며, 시장에서는 2026 회계연도 초 마무리를 예상한다.
ABF 최고경영자 조지 웨스턴(George Weston)은 “두 브랜드를 한 지붕 아래 묶음으로써 소비자 선택권은 넓어지고, 주주가치는 극대화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을 모두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3. 전문적 통찰: 합병 시너지와 리스크
① 운영 효율 – 두 회사 모두 전국 단위의 제분·배합·제빵 라인과 물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CAPEX(설비투자) 집약적 산업 특성상 중복 설비 상각 부담을 줄일 여지가 크다. ABF가 기대하는 ‘원가 절감’ 효과는 연간 2,000만 파운드 이상으로 추정된다.
② 제품 포트폴리오 – 호비스는 전통 식빵 이미지가 강하고, 킹스밀은 건강·영양 중심 블렌디드 브레드를 보유한다. 두 브랜드 합병 시 시장 세분화(Mass→Premium, White→Wholegrain) 전략 수립이 용이하다.
③ 리스크 요인 – 가장 큰 변수는 밀·가루 가격과 유틸리티 비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곡물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원가 구조가 불안정해졌다. 또한 각종 ESG 규제로 인한 설비 재투자 압력도 존재한다. 이 밖에 소비 트렌드가 글루텐 프리·케토(저탄수) 등으로 급변할 경우, 통합 브랜드의 R&D 민첩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4. 시장 및 정책적 함의
영국 공정거래청(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 CMA)은 빵 시장 내 과도한 점유율 집중을 우려해 통합 생산시설 폐쇄·감원을 조건으로 승인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워버턴즈, ABF·호비스, 슈퍼마켓 PB(Private Brand), 소규모 아티장 베이커리로 시장이 여전히 다극화돼 있어 독과점 심사는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본다.
한편 영국 정부는 식량안보 전략의 일환으로 국내 곡물 자급률 확대와 제빵 공정 고도화를 장려 중이다. ABF-호비스 통합은 생산·수입 비중을 조정해 공급망 탄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정책 기조와 부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5. 일반 독자를 위한 용어 해설
사모펀드(Private Equity)란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되지 않은 자금만을 모아 기업 인수·구조조정·IPO 등을 추진하는 투자 형태다. 엔들리스 LLP는 영국 리즈(Leeds)에 본사를 둔 중견 사모펀드로, 제조·소매기업 구조조정에 특화돼 있다.
아티장 베이커리(Artisan Bakery)는 대량 생산이 아닌 수작업·소량 생산 방식을 고수하며, 천연 발효종·현지 곡물 등을 활용해 프리미엄 빵을 제공하는 소규모 제과점이다.
프라이마크(Primark)는 ABF가 보유한 패스트패션 소매 체인으로, 저가 전략과 빠른 상품 회전율로 유럽 15개국 이상에서 운영 중이다.
6. 향후 일정 및 전망
ABF는 연내 CMA 제출 서류를 마무리하고, 2026년 상반기 통합 법인을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워버턴즈와 PB 브랜드가 지배하던 영국 빵 시장에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며, 매출·마진 개선이 본격 가시화되는 시점을 2027년으로 전망한다.
거래 완료 시 영국 제빵 산업 최대 규모의 M&A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설비 통합, ▲브랜드 관리, ▲소비 트렌드 대응을 넘어, 영국 식품 제조업의 성장·혁신 방향을 상징하는 사례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