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월 CPI 둔화 속에서도 인플레이션 압력 지속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하여 3월의 3.5%에서 소폭 둔화됐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3%로, 시장 예상치였던 0.4%를 하회하며 3월과 동일한 증가폭을 기록했다.
2025년 8월 15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번 수치는 경제 전반에 걸쳐 완만한 냉각을 시사하지만 여전히 연방준비제도(Fed)의 2% 물가목표를 크게 웃돌고 있다.
BLS는 주거비(shelter)와 가솔린 가격이 월간 CPI 상승분의 70% 이상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두 항목의 비중이 큰 만큼 향후 가격 경로가 인플레이션 전망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식료품·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core)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6% 올라 3월의 3.8%보다 둔화됐고, 전월 대비로는 0.3% 상승해 3월(0.4%)보다 진정됐다. 이는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하더라도 물가 압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한편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시장 전망을 웃도는 상승폭을 기록해 2분기에도 공급 측 인플레이션 압력이 잔존하고 있음을 부각시켰다. 이에 따라 시장은 금리 인하 기대를 재조정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50bp(베이시스포인트)※1 미만의 인하만 반영하는 모습이다.
※ 흔치 않은 용어 설명
※1 베이시스포인트(bp)는 금리 변동 단위를 나타내는 금융 용어로, 1bp는 0.01%포인트다. 예를 들어 50bp는 0.50%포인트를 의미한다.
월가의 첫 반응
물가 압력이 다소 완화됐지만 연준이 당장의 금리 인하에 나설 정도로 확신을 얻기에는 부족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평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Evercore ISI: “인플레이션 냉각 추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향후 두 달간은 고점 기저효과로 속도 조절이 예상된다. 소매 판매 지표가 부진했던 점을 고려하면, 장기 국채금리와 기대 인플레이션은 추가 하락 여지가 있다. 5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15만 명 증가, 실업률은 3.9%를 유지할 것으로 가정한다.”
RBC 캐피털마켓: “예상치에 부합한 CPI는 작지만 안도감을 주지만, 축하할 일은 아니다. 근원 물가가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연준은 올해 대부분을 관망할 것이며, 12월 첫 금리 인하를 전망한다.”
Wolfe 리서치: “우리는 연준의 매파적 정점은 지나갔다고 판단한다.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과 성장 모멘텀이 더 약화될 것이며, 9월과 12월 두 차례 금리 인하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본다.”
웰스파고(NYSE:WFC):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려면 최소 몇 차례 더 온화한 물가 지표가 필요하다. 9월 인하를 기본 시나리오로 유지하되, 만약 노동시장에 급격한 악화가 없다면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
모건스탠리(NYSE:MS): “올해 들어 처음으로 1분기 대비 약한 CPI가 나왔다. 우리는 하반기에 더 큰 둔화를 예상하며, 첫 인하는 9월로 전망한다.”
기자 관점: 시장에 주는 시사점
첫째, 미묘한 둔화 — 이번 CPI는 숫자상으로는 ‘둔화’이지만, 근원 지표가 여전히 단명한 수준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기대 대비 약세, 정책당국 입장에선 불충분이라는 어정쩡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둘째, 채권금리와 주식시장 — 인플레이션 안도와 함께 장기물 금리가 일시 하락할 수 있으나, 연준의 ‘신중모드’ 발언이 이어진다면 지속적인 랠리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특히 정책금리 민감도가 높은 성장주와 가치주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 달러화 방향성 —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된 만큼 달러지수는 당분간 견조함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신흥국 통화와 원자재 가격에 상대적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따라서 투자자는 금리 노출이 낮은 배당주나 방어적 섹터에 대한 비중 조정, 인플레이션 민감도가 높은 상품시장의 변동성 헤지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결론 및 전망
이번 4월 CPI가 보여 준 완만한 둔화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음을 어느 정도 확인해 주지만, 2% 목표 달성까지는 상당한 거리가 남아 있다.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시그널이 유지되는 가운데, 시장은 매 지표 발표 때마다 금리 인하 시기를 재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 고용·소비지표가 동시에 약화되는 ‘트리거’가 없다면, 9월을 시작으로 연내 최대 두 차례 이상의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이 지배적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물가 둔화 호재에 과도하게 베팅하기보다는, 연준의 불확실한 행보를 감안해 포트폴리오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