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술 투자 대기업인 소프트뱅크 그룹(SoftBank Group Corp.)이 자사의 모바일 결제 플랫폼 운영사 페이페이(PayPay Corp.)의 미국 예탁증서(ADS) 상장을 위해 신청서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고 15일 밝혔다.
2025년 8월 1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신청은 일본 기업 가운데 드물게 미국 자본시장의 공모를 겨냥한 사례로, 상장 시기·규모·공모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소프트뱅크는 공식 성명에서 상장 일정, 주식수, 가격대 등 구체적인 사안은 시장 상황을 감안해 추후 결정될 것
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투자자 보호와 규제 당국의 심사를 거쳐 필요한 정보를 순차적으로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덧붙였다.
로이터는 이번 주 초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소프트뱅크가 미국 IPO를 위해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을 선정했다고 전한 바 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공모 규모는 최소 20억 달러(약 2조6,000억 원)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며, 이르면 올해 4분기 중 거래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다.
소프트뱅크는 상장 이후에도 페이페이를 자회사로 유지할 계획이라며, 지배 구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룹 내부에서는 성장성이 높은 핀테크 부문의 가치를 시장 가격으로 재평가받아 자본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로이터는 2023년에도 소프트뱅크가 페이페이의 미국 상장을 검토 중이라는 정황을 최초 보도한 바 있다. 그로부터 약 2년여 만에 실제 신청으로 이어지며, 시장의 관측이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페이페이는 2018년 출범 이후 일본 소비자들의 모바일 결제 채택을 가속화하며 급성장해 왔다. 현재는 간편결제 외에도 모바일 뱅킹·신용카드·송금 등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 내 코로나19 이후 비접촉 결제 수요 확대를 등에 업고 6,0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미국 예탁증서(ADS)는 해외 기업 주식을 미국 투자자가 달러화로 매매할 수 있도록 한 증권이다. 실제 주식은 자국 예탁기관에 보관되고, 미국 은행이 이를 기초로 예탁증서를 발행한다. 투자자는 뉴욕증권거래소(NYSE)나 나스닥(Nasdaq)에서 일반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어 국제 자본조달을 원하는 기업에게 활용도가 높다.
최근 글로벌 핀테크 업계는 금리 인상과 규제 환경 변화로 상장 창구를 선별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소프트뱅크가 선택한 미국 증시는 높은 유동성과 기술 섹터 친화적 투자자층이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대형 기관투자가의 포트폴리오 편입을 통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 도쿄 소재 회계·자본시장 전문 변호사 다나카 유스케는 “페이페이가 미국 시장에 입성하면 일본 핀테크 기업의 밸류에이션 벤치마크가 새로 설정될 것”이라며 “소프트뱅크는 비상장 자산 유동화라는 목표와 함께 국내외 투자자 기반 다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공모가가 20억 달러를 넘어설 경우, 일본 핀테크 역사상 최대 규모 IPO가 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다만 상장을 둘러싼 미·중 기술 경쟁, 엔화 약세, 세계 금리 기조 등 외부 변수는 여전히 불확실성 요인으로 남아 있다. 향후 페이페이의 실적과 성장 지표가 투자 수요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페이페이는 원래 소프트뱅크와 인도 디지털 결제 플랫폼 페이티엠(Paytm)의 합작 형태로 출범했다. 이후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야후 재팬 등을 거치며 지분 구조를 단순화했고, 2022년 그룹 내 수직 계열화를 완료했다. 설립 초기 대규모 캐시백 프로모션으로 빠르게 사용자를 끌어모으며 ‘페이페이 경제권’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점유율 면에서 페이페이는 일본 QR코드 결제 시장의 45% 이상을 차지한다는 민간 조사 결과가 있다. 경쟁사 라쿠텐페이나 메루페이가 후발 주자로 추격하고 있으나, 이용자 락인(Lock-in) 효과와 방대한 결제 데이터 분석 역량이 진입장벽으로 평가된다.
소프트뱅크는 1990년대 인터넷 붐부터 공격적 투자를 이어왔으나, 최근 글로벌 긴축 기조 속에서 포트폴리오 재편에 집중하고 있다. 손정의 회장은 “투자 회수와 신성장 동력 발굴을 병행해 그룹 가치를 극대화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해 왔다.
시장 전문가들은 소프트뱅크가 영국 반도체 설계사 ARM 상장 이후 보여 준 성공 경험을 페이페이에도 적용하려 할 것이라고 본다. ARM이 나스닥 상장 직후 시가총액 650억 달러를 넘어섰듯, 페이페이 역시 미국 시장에서 ‘일본 인터넷 혁신’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평가다.
관계자는 “상장 승인까지 통상 3~6개월가량 소요되므로, 정확한 공모 시기는 가을 또는 연말께로 예상된다”며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달러 조달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향후 소프트뱅크와 페이페이는 투자설명서(Prospectus) 제출, 기관투자자 대상 로드쇼 등 필수 절차를 거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