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계좌가 사망과 동시에 동결되는 사태는 남겨진 가족에게 막대한 불편과 재정적 위험을 초래한다. 미국 『U.S. News & World Report』는 “고인의 은행 계좌는 공동 명의자, 지정 수익자 또는 유언집행인이 아닌 이상 접근할 수 없다”는 규정을 소개했다. 이에 따라 생전 준비가 부족하면 장례비·상속세·생활비 지출이 지연되거나 불가능해질 수 있다.
2025년 8월 15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재정 정보 전문매체 GOBankingRates는 자산관리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사망 직후에도 은행 예금을 원활히 이전·인출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정리했다. 기사에 등장하는 핵심 조언은 △지정 수익자(POD) 설정 △생전신탁(RLT) 활용 △계좌 명의·수익자 정보 일치 △접근 권한 공유 △전문가(수탁의무 재정자문인) 상담 등 다섯 가지다.
아래에서는 각 방법을 상세히 살펴보되, 복잡한 상속·신탁 용어가 국내 독자에게 생소할 수 있어 추가 설명을 덧붙인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계좌 동결’이라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유족이 신속히 생활비와 장례비를 마련할 수 있도록 대비할 수 있다.
1. POD(지급지시·Payable-On-Death) 수익자 지정
CFP 자격을 보유한 블루오션 글로벌 웰스(Blue Ocean Global Wealth) 최고경영자 마르게리타 청은 “가장 간단하면서 확실한 방법은 은행에 ‘지급지시 계좌(POD)’ 양식을 제출해 수익자를 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절차는 변호사 없이도 은행 창구·온라인 뱅킹에서 서명만으로 완료된다.
“POD를 걸어두면 사망 즉시 예금이 수익자에게 프로베이트(Probate: 법원 검인 절차) 없이 자동 이전된다. 유족은 빠르면 며칠 안에 자금을 찾을 수 있다.” — 마르게리타 청 CFP
*용어 설명 프로베이트란 법원이 고인의 유언서·채무·상속인을 검증하는 절차로, 미국에서는 수개월에서 1년 이상 소요된다. 국내에서는 ‘검인·공동상속인 협의’에 해당한다.
2. 생전신탁(Revocable Living Trust, RLT)으로 자산 묶기
실리콘비치 파이낸셜(Silicon Beach Financial) 설립자이자 대표인 크리스토퍼 스트루프는 “고액 자산가나 다계좌 보유자는 POD만으로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예금·증권·부동산을 ‘생전신탁’에 편입하면, 지정 수탁자(trustee)가 사망 직후 모든 재산을 법원 개입 없이 관리·분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LT의 장점은 언제든 해지·수정 가능하다는 점이다. 반면 설립·관리 비용이 발생하며, 신탁 서류 누락 시 ‘유명무실’이 될 수 있어 전문 변호사의 검토가 필요하다.
3. 계좌 명의·수익자 정보와 유언·신탁 일치
스트루프 대표는 “유언장이나 신탁서류를 아무리 잘 작성해도, 실제 계좌 명의(Titling)나 수익자 지정이 업데이트되지 않으면 법적 효력이 무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onsistency is protection이라는 그의 조언처럼, 법률문서·계좌정보·세금전략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불일치를 제거해야 계좌 동결·소송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4. 접근 정보를 안전하게 공유
재산 목록·ID·비밀번호·재정자문인 연락처 등 ‘디지털 금고’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 가족 또는 유언집행인에게 전달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스트루프 대표는 “‘어떤 계좌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례가 빈번하다”면서, 정보 부재가 곧 시간·비용 손실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금융재산 조회 서비스’가 있지만, 사망 후 신청·검증 단계가 길어질 수 있으므로 본인이 생전에 패스워드 관리자 앱·종이 문서·USB 등에 암호화된 목록을 보관해두면 유족이 즉시 확인할 수 있다.
5. 수탁의무(Fiduciary) 재정 전문가와 협업
스트루프 대표는 “DIY(셀프 플래닝) 방식은 법·세무·투자 간 경계에서 공백이 생길 위험이 높다”면서, 수탁의무를 법적으로 지는 재정 자문인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했다. 수탁의무(Fiduciary Duty)는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도록 법이 요구하는 책임으로, 미국 CFP Board·SEC 규제를 받는다.
그는 “세무·상속·투자를 함께 바라보는 자문인이면 ‘계좌 동결’이 아닌 ‘연속성(Continuity)’을 설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용 체크리스트
① 은행 방문 또는 온라인으로 POD 양식 제출
② 고액 자산·다계좌 보유 시 신탁 설립 검토
③ 1년에 한 번 계좌·수익자·유언 정보를 비교·정정
④ 디지털 금고·암호화 파일 등으로 접근 정보 보관·공유
⑤ 수탁의무 재정자문인에게 통합 상담 요청
국내 적용 시 유의점
한국의 경우 ‘POD 계좌’ 제도가 명시적이지 않다. 대신 ‘금전신탁·지정형 종신예금’ 등 유사 상품을 활용하거나, 상속인 금융거래조회 서비스로 예금을 이전할 수 있다. 다만 신탁·보험 상품은 세법·상속법 적용 방식이 상이하므로, 반드시 세무사·변호사와 사전 상담해야 한다.
또한 국내 은행들은 ‘가족안심신탁’과 같이 간소화된 신탁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일정 예금액(예: 1억 원) 이하라면 수수료 부담이 크지 않으므로, 고령자·1인 가구는 검토할 만하다.
전문가 의견 한눈에 보기
마르게리타 청 CFP “가장 빠른 방법은 POD 지정이다. 장례비·생활비를 당일 안에 확보할 수 있다.”
크리스토퍼 스트루프 대표 “유언·신탁·계좌가 일치해야 분쟁이 없다. 전문가를 통한 통합 설계가 필수다.”
결국 핵심은 ‘직접 통제 가능한 준비’와 ‘전문가 협업’의 균형이다. 생전에 몇 장의 서류만 작성해두면, 더 이상 유족의 계좌 접근이 ‘시간과의 싸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