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알래스카 단독 정상회담…우크라이나 전쟁 해법 ‘테이블 위에 모든 옵션’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 2017년 7월 7일 독일 함부르크 G20 정상회의 부대 행사에서 대화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오른쪽)와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 2017년 7월 7일 독일 함부르크 G20 정상회의 부대 행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Mikhail Klimentiev | AFP | Getty Images

러시아의 국가 지도자 푸틴이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앵커리지에 위치한 엘멘도르프–리처드슨(Elmendorf–Richardson) 합동 군기지에서 미국 백악관 수장 트럼프와 대면 회담에 돌입함에 따라,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전 세계가 숨죽여 회담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2025년 8월 15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이날 현지시간 오전 11시 30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15시 30분)에 공식 회담을 시작한다. 회담 장소로 선택된 엘멘도르프–리처드슨 기지는 미 공군과 육군이 함께 사용하는 전략 거점으로, 양국이 군사·안보 의제를 집중 논의하기에 상징적인 공간으로 평가된다.※엘멘도르프–리처드슨: 2010년 미 공군 엘멘도르프 기지와 미 육군 포트 리처드슨이 통합돼 탄생한 미 합동 기지

정상회담 직후 두 정상이 이끄는 대표단은 업무 오찬(working lunch)을 함께할 예정이며, 회담 결과를 정리하는 공동 기자회견이 이어질 계획이다.

이번 기자회견은 올해 최대의 관심 행사 중 하나가 될 것이며, 3년 6개월 넘게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 시점이 가까운지, 혹은 여전히 요원한지를 가늠할 지표가 될 것”이라고 CNBC는 분석했다.

백악관은 회담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평화적으로 종결하기 위해 모든 선택지를 소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런 ‘모든 선택지’가 우크라이나에 유리할지 불리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번 회담에서 논의될 핵심 사안은 휴전과 더불어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유럽 안보·러시아 경제·지정학적 동맹 구조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설득해 휴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러시아 점령 지역의 지위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문제도 큰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2021년 6월 16일 스위스 제네바 빌라 라 그랭주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기하고 있다.
사진=Brendan Smialowski | AFP | Getty Images

한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엇갈린 관계를 이어오고 있으며, 이번 알래스카 회담에도 초청받지 못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 동맹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 능한 푸틴 대통령의 요구에 굴복해 러시아가 점령지 통제권을 유지하고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희망을 축소시키는 대가로 러시아의 군사공세 중단을 수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회담 일정 및 형식

모스크바는 이번 정상회담의 세부 일정을 워싱턴보다 먼저 공개했다. 백악관은 이번 주에야 두 정상이 일대일(one-on-one) 형식으로 만난다고 확인했지만, 크렘린은 예정보다 앞서 “테테아테트(tête-à-tête) 형식이라며 통역사만 배석한 비공개 단독회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테테아테트: 프랑스어로 ‘머리를 맞대다’는 뜻에서 유래한 단어로, 소수 인원만 참석하는 1:1 밀실협상을 의미한다.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 유리 우샤코프는 “민감한 사안이 논의될 것이므로 협상단 인원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측 대표단은 우샤코프 보좌관을 비롯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안드레이 벨루소프 국방장관,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 키릴 드미트리예프 국부펀드 대표푸틴의 최측근 몇 명만 동행한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모두가 알다시피 이번 회담의 중심 의제는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이라면서도, “평화와 안보 보장을 위한 보다 광범위한 과제국제·지역 현안도 다룬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러 간 경협 확대”를 언급하면서 “거대한 잠재력이 있으나 아직 충분히 활용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이번 회담이 단순히 군사·안보 의제에 그치지 않고, 제재로 위축된 러시아 경제 회복을 위한 돌파구 모색이 병행될 것임을 시사한다. 특히 에너지·원자재·항공우주 등 전략 산업 협력이 잠재적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용어·배경 설명

G20 정상회의: 세계 주요 20개국이 참여해 경제·정치 현안을 논의하는 다자 정상회의다.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 기지: 알래스카 최대 도시 앵커리지 북동쪽에 위치한 미군 기지로, 북극권 방위의 핵심 전초기지다. 전투기·전략수송기·미사일방어 레이더가 배치돼 있으며, 미·러 간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군사적 상징성이 부각된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1949년 창설된 서방 군사동맹체로, 회원국은 ‘집단방위’ 원칙 아래 한 국가가 공격받으면 전원이 대응한다. 우크라이나는 2008년부터 가입 의사를 밝혀 왔으나, 러시아는 자국 안보를 위협한다며 강력 반대해 왔다.


전문가 관전 포인트

첫째, 비공개 단독회담이라는 형식적 특징이 협상 투명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통역 외에는 공식 기록 인원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두 정상의 정치적 결단과 개인적 신뢰가 합의문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옵션’을 언급한 점은 외교적 유연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필요하다면 제재 완화 또는 안보 보장 형태의 절충안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 경우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유럽 안보 아키텍처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셋째, 러시아 경제는 서방 제재로 인해 고립되었지만, 원자재 및 에너지 시장에서 여전히 글로벌 영향력이 강하다.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경제 협력 인센티브를 제시하느냐가 휴전·평화 프로세스의 중대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넷째, 유럽연합(EU)중국 등 제3국은 이번 회담 결과에 따라 지정학·경제적 이해가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EU는 자국 안보와 에너지 공급망 재편, 중국은 러시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조정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다섯째, 국제 안보질서 차원에서 이번 회담은 미·러 간 핵군축 재개 논의 가능성도 열어둘 수 있다. START(신전략무기감축조약) 후속 협정이 공백 상태인 만큼, 군비경쟁 재점화를 막을 외교 채널 복원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