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싱가포르 발(Reuters) — 중국 채권 트레이더들이 최소 10년 만에 가장 혹독한 시장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낮은 데다 가격 변동성까지 미미해져, 수익률을 찾아야 하는 펀드매니저들은 대체 채권·혼합자산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2025년 8월 15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장기간 이어져 온 중국 국채 강세장이 올해 들어 경기 둔화와 통화정책 동결로 제동이 걸렸다. 이로 인해 차익거래 기회가 사라지고, 트레이더들은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도 작년과 같은 성과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린다.
대표적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올 들어 1.6%에서 1.9% 사이를 오가며 사실상 ‘박스권’에 갇혔다. 추세도, 변동도 뚜렷하지 않다 보니 “할 일이 없다”는 푸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올해는 물이 완전히 잔잔하다. 포트폴리오 배분을 궤도에 올려줄 추세가 없고, 트레이더들은 잔물결만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는 형국이다.” — 황쉐펑(黃雪峰) / 상하이 안팡(Anfang) 프라이빗펀드 리서치 디렉터
실제로 10년물 금리는 올해 들어 고작 10bp(0.10%p) 상승했을 뿐이다. 4월 이후 하루 변동폭도 대체로 1~2bp 안팎에 머문다. 이는 2024년 87bp, 2023년 28bp 하락했던 과거에 비하면 극명히 대비된다. 당시엔 팬데믹 이후 안전자산 선호가 폭발하며 막대한 트레이딩 차익이 발생했었다.
‘지독한 평면 시장’은 많은 운용사를 허를 찔렀다. HEXA자산운용의 리하이타오(李海涛) 매니저는 “커폰(이자) 금리가 떨어지고 변동성까지 잠잠해져 작년 실적을 뛰어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채권형 펀드 300여 개가 올해 평가손실을 기록했고, 순수 채권형 지수 수익률은 연초 이후 0.74%에 그쳐 10년 만에 최악의 연간 성과가 예상된다.
경쟁 격화는 수수료 인하와 리서치 지원 확대 경쟁으로 번지며 중·소형 운용사들을 압박한다. 베이징 소재 한 공모펀드 매니저는 “상위 50위 밖 운용사들은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졌다”고 토로했다.
티엔티엔펀드 플랫폼에 따르면 채권형 공모펀드에서는 7월 이후 순유출이 이어졌다. RisingAMC 허펑 순수 채권펀드와 항셍전해 헝리 순수 채권펀드가 대표적 대규모 환매 사례다.
‘가격 전쟁’ 경계에 베팅 포지션 전환
경기 침체 우려가 여전하지만, 베이징 당국은 디플레이션 탈피와 ‘가격 덤핑’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추가 금리 하락에 베팅하기도 어렵다. 이에 일부 트레이더들은 거래 빈도를 높여 ‘틱(tick) 단위’ 변동성을 노리고, 다른 이들은 새로운 자산군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북부 지역 한 지방은행 채권 트레이더는 “올해 거래물량 자체를 KPI로 추가했지만, 거래를 많이 한다고 수익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익명을 조건으로 전했다. 그의 연간 목표 수익률은 작년과 비슷한 4% 수준이다.
‘Fixed Income Plus’ 전략 확산
펀드매니저들은 이른바 ‘고정수익 플러스(Fixed Income Plus)’ 전략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는 전통적 채권 외에 대체자산을 편입해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업계 집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해당 전략 펀드 순자산총액은 2569억 위안 증가해 1조4900억 위안에 달했고, 이는 상반기 전체 공모펀드 성장분의 약 15%를 차지했다.
리 매니저가 운용하는 HEXA 채권펀드 중 하나는 2분기 전환사채를 편입해 순자산 11.3%를 채웠다. 안팡의 황 디렉터 역시 듀레이션(만기 전환 기간)을 늘리고, 홍콩 시장에서 거래되는 고수익 딤섬본드를 가산해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용어 설명
전환사채(Convertible Bond)는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이 붙은 채권으로, 금리 수준은 일반 회사채보다 낮지만 주가 상승 시 자본차익을 얻을 수 있는 채권·주식 ‘하이브리드’ 상품이다.
딤섬본드(Dim Sum Bond)란 홍콩에 상장돼 위안화로 표기·결제되는 역외 중국계 채권을 뜻한다. 내륙(onshore) 시장과 달리 상대적으로 금리와 변동성이 높아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 신용물에 접근할 때 주로 활용한다.
고정수익 플러스 전략은 국채·회사채 뿐 아니라 대출채권, 상환우선주, 리츠(REITs), 하이일드 신용물 등으로 분산투자해 ‘채권의 안정성’과 ‘대체자산의 수익성’을 동시에 노리는 운용 기법이다.
기자 관전평
전문가들은 ‘변동성 실종’이란 극단적 상황 속에서도 유동성 관리와 리스크 프라이싱 능력이 운용사의 차별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국 국채시장의 저변동성 구조가 계속된다면, 향후 대체채권·크로스오버 전략이 더욱 주류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당국의 물가·통화 정책이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면, ‘얇은 변동성에서 수익을 짜내려는 단기 매매’는 위험 대비 효용이 낮아질 수 있다. 결국 시장 참가자들은 새로운 가치 발견을 위해 신용 리서치 고도화, 금리 헤지, 글로벌 자산배분 등 보다 종합적 역량 강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환율 기준: 1달러=7.1814위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