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켄스탁·부가부 등 고가 브랜드, 가격 인상에도 미국 고소득층 소비 ‘견고’

미국 고소득층 소비자버켄스탁(Birkenstock) 샌들, 부가부(Bugaboo) 유모차 등 이른바 ‘열망 소비(aspirational products)’ 품목의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지갑을 열고 있다. 반면 저소득층 소비는 정체돼 계층별 소비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8월 15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독일 샌들 브랜드 버켄스탁과 네덜란드 유아용품업체 부가부를 비롯한 고가 패션·생활용품 브랜드들은 최근 미국 관세(타리프) 인상분을 가격에 전가하고도 “판매·주문 취소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버켄스탁의 올리버 라이히어트 최고경영자(CEO)는 7월 1일부로 제품 가격을 올렸음에도 “소비자·리테일러들의 반발이나 주문 취소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요가 ‘엄청나게 강력(tremendously strong)’하다”고 강조했다.

Birkenstock Sandals

관세(tariff)란? 외국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자국 산업 보호와 무역수지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 최근 미국 정부의 중국산 제품 관세 인상은 해외 생산 기반을 둔 소비재 업체들에 비용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비·카드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최대 상업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가 분석한 7월 신용카드 사용액에 따르면, 중·고소득층은 전년 동월 대비 소비를 늘린 반면, 최저소득층(전체 소비 비중 15%)은 소비가 ‘제자리’에 머물렀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고소득층 지출이 유지되는 한 미국 전체 소비는 견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생활용품 대기업 P&G(프록터앤갬블)은 자사 제품에서 고소득층의 ‘선별적 소비’ 징후를 관찰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일정 부분 브랜드·제품이 겪을 수 있는 가격 민감도 리스크를 시사한다.

Bugaboo Stroller

부가부는 5월 미국 관세 부담을 반영해 $50~$300 가격을 올렸음에도, 타깃(Target), 노드스트롬(Nordstrom), 블루밍데일스(Bloomingdale’s) 등 유통채널이 “가격 조정에 동의했다”고 제넬 테베스 북미 최고커머셜책임자(CCO)가 밝혔다. 부가부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유모차 한 대를 1,000달러가 넘는 가격에 판매한다.

“리테일러들 역시 상황이 유동적이란 점을 이해한다.” — 제넬 테베스, 부가부 북미 CCO

핸드백 브랜드 코치(Coach)는 암울한 거시 전망 속에서도 올해 북미 지역에서 4백60만 명 이상의 신규 고객을 확보했다. 모회사 태피스트리(Tapestry)의 조앤 쿠보이세랏 CEO는 “신규 고객 다수가 Z세대(1997~2012년생)와 밀레니얼(1981~1996년생) 세대”라고 설명했다. 코치의 대표 제품 ‘타비(™) 숄더백’은 350달러 수준이다.

세대 용어 설명: Z세대(Gen Z)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 실시간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 성향을 보이며, 밀레니얼 세대는 개인 경험과 가치 소비를 중시한다.

미국 의류 명가 랄프 로렌(Ralph Lauren)도 가격 인상 효과를 반영해 연간 매출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398달러짜리 ‘폴로 베어 스웨터’ 등 고가 품목이 판매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패트리스 루베 CEO는 “하반기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price sensitivity)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시장 컨퍼런스콜에서 언급했다.

Ralph Lauren Polo Bear Sweater

전문가 시각으로 보면, ‘부의 양극화’가 명품·프리미엄 소비 시장을 지탱하는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고소득층이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하지만, 이들의 소득·자산 증가는 주식·부동산 등 금융시장의 강세와 맞물려 소비 여력을 추가로 확대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브랜드들은 ‘가격 탄력성(가격 변화에도 수요 변동이 적음)’이 높은 제품군에 집중하며, 원가 상승분 대부분을 소비자에게 이전하고 있다.

다만 고급 브랜드 역시 상품·체험 차별화브랜드 충성도 제고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소비자의 구매 결정이 ‘선택적’으로 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로이터통신 원문 “Well-heeled shoppers shrug off price hikes for Birkenstocks and Bugaboo strollers for now”(헬렌 리드 기자)를 한국어로 번역·재구성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