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발】 캐나다 최대 항공사 에어캐나다(Air Canada)와 1만 명에 이르는 승무원①을 대표하는 캐나다공공노조(CUPE)가 협상 타결에 실패하면서, 오는 토요일 새벽 1시(동부시간·EDT) 파업 돌입이 임박한 상황이다.
2025년 8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연방정부가 양측에 협상 복귀를 거듭 촉구했음에도 쟁점이 된 ‘무급 근로 보상’·‘임금 인상률’을 둘러싼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다.
에어캐나다는 파업 전날인 금요일(현지시간)까지 최대 500편을 사전 취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약 10만 명의 승객이 대체 항공편 확보에 나서는 등 대규모 혼란이 불가피하다. 실제 항공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에 따르면, 목요일 오후 10시(EDT·금요일 오전 2시 GMT) 기준 이미 27편이 취소됐다.
파업이 미칠 파급 효과
에어캐나다와 저가 자회사인 에어캐나다 루즈(Air Canada Rouge)는 평상시 하루 평균 13만 명가량을 수송한다. 특히 에어캐나다는 ‘비(非)미국 항공사’ 가운데 미국 노선 최다 운항 기록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파업은 북미 전역의 항공 수요와 관광업계를 정면으로 타격할 전망이다.
관광 성수기인 여름 시즌 한복판에 일어나는 대규모 운항 차질은 캐나다 경제에도 부정적이다.
“이번 파업은 국적사(國籍社) 이미지 실추는 물론, 관광·호텔·소매업 전반에 연쇄 충격이 예상된다”
는 업계 관계자의 말을 통해 항공업계 외부로의 여파가 제기된다.
‘교착 상태’ 빠진 임금·근로조건 협상
노조가 가장 크게 문제 삼는 것은 ‘비행 중 시간’②에만 급여를 지급하는 업계慣例다. 승무원들은 탑승객 탑승·기내 정리·대기 시간도 ‘근무’로 포함해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미 지역 항공사 승무원들은 최근 임금 협상에서 이러한 관행 개선을 핵심 의제로 내세우고 있다.
한편 에어캐나다는 노조 요구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아리엘 멜룰-웨슐러(Arielle Meloul-Wechsler) 최고인사책임자(CHRO)는 목요일 성명에서 “실질적인 협상이 전제된다면 언제든 대화에 나설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 측은 “회사 측이 이미 ‘로크아웃(lock-out)’③을 통보한 상태”라며 교섭 중단 책임을 회사에 돌렸다.
‘귀국 비행’ 협상도 결렬…승객 2만5천 명 추가 발 묶일 위기
목요일 밤 양측은 해외 체류 중인 승무원·승객을 고국으로 귀환시키기 위한 ‘귀국 비행’ 한시 합의를 추진했으나, 끝내 최종 서명에 실패했다. 에어캐나다는 X(前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해당 합의 무산으로 2만5,000명의 승객이 추가로 발이 묶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회사 측은 “통상 대비 두 배에 달하는 승무원이 목요일 야간근무에 출근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조는 조합원 공지문에서 “귀국 비행 자체엔 동의했으나, 회사가 토요일 비행 시 단체협약 효력을 부정해 협상이 깨졌다”고 반박했다. 노조에 따르면 파업 개시 시점부터 기존 단체협약은 효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승무원 보호 장치가 사라진다.
연방정부, ‘강제 중재’ 카드 만지작
패티 하이두(Patty Hajdu) 캐나다 고용부 장관은 그동안 양측에 수차례 ‘교섭 복귀’를 요청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에어캐나다는 정부에 강제 중재(binding arbitration)를 요청하고 있으나, 노조는 ‘단체행동권 침해’라며 반발한다.
이번 사태는 마크 카니(Justin Trudeau가 아닌 현재 기사 상 캐나다 총리로 기재된 Mark Carney)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유당(Liberal Party) 정부에도 첫 중대 노동 현안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정부가 ‘항공운송 필수 서비스’를 이유로 공권력 개입에 나설 경우, 노사관계 전반에 일대 파장이 예상된다.
용어 풀이 및 배경 설명
① 승무원(Flight Attendant) : 기내에서 안전·서비스를 담당하는 객실 승무원을 가리킨다.
② ‘비행 중 시간’(Block Time) : 항공기가 출발 게이트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도착 후 게이트에 정지할 때까지의 시간을 의미한다. 북미 항공사들은 전통적으로 이 시간만을 ‘유급 근무’로 인정해 왔다.
③ 로크아웃(Lock-out) : 사용자가 노동조합에 대항해 직장 폐쇄로 대응하는 조치다.
전문가 시각과 전망
항공노사 관계를 연구하는 일부 학계 전문가들은 “항공사와 승무원 간 임금 격차가 팬데믹 이후 인력난으로 인해 더욱 부각됐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미국 델타항공·유나이티드항공 등은 2023~2024년 기간 최대 21%의 임금 인상을 단행하며 인력 이탈을 막았다. 이에 따라 캐나다 국적사인 에어캐나다에도 ‘글로벌 수준’의 보상 구조가 요구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필자 역시 단계적 임금 인상과 근무 시간 정의 재조정을 병행하는 방식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승무원이 기내 탑승 전후로 수행하는 안전 점검, 보딩 지원 업무는 승객 경험과 직결되는 핵심 절차이므로, 이를 정식 근로 시간으로 인정해주는 게 국제적 추세다. 에어캐나다가 미국 메이저 항공사와 유사한 복합 임금 체계를 도입한다면 장기적 비용 부담은 증가하더라도, 인력 확보와 서비스 품질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파업 장기화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하다. IATA 통계에 따르면 북미지역 항공사 1편 취소 시 평균 12만~15만 달러의 직접 손실이 발생한다. 500편이면 약 6,000만~7,500만 달러 규모다. 여기에 브랜드 가치 하락, 보상금 지급, 여객 이탈 등 간접 피해를 고려하면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노조 집행부와 경영진 모두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려면, 정부의 중재 전격 수용 또는 단체협약 임시 연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결국 협상 시계는 토요일 새벽 1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파업 개시 전 극적 타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캐나다 하늘길은 당분간 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