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제유가 급등

국제유가가 트럼프–푸틴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급등했다. 9월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CLU25)는 14일(현지시간) 전장 대비 2.09% 오른 배럴당 64.14달러에, 9월물 RBOB 가솔린(RBU25)은 1.87% 상승한 갤런당 2.11달러에 각각 거래를 마감했다.

2025년 8월 15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15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휴전(ceasefire)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는 국가에 대해 고율 관세(high tariffs)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는 러시아산 수출 물량을 추가로 축소해 글로벌 공급 타이트닝을 부를 수 있다는 전망이 유가 상승을 견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들어 회담을 앞두고 한층 더 매파적(hawkish)인 어조를 이어갔다. 그는 지난주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지속적으로 수입한다는 이유로 대(對)인도 수입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상향한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회담 분위기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원유 제재를 오히려 완화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WTI·RBOB란?
WTI(West Texas Intermediate)는 미국 텍사스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중질유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대표적 원유 기준물이다. RBOB(Reuters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 가솔린은 북미에서 흔히 거래되는 ‘무연 휘발유 선물’로, 가솔린 가격의 벤치마크로 활용된다.

반면 국제에너지기구(IEA)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제시한 공급과잉 전망은 여전히 투자심리를 억누르는 요인이다. IEA는 13일 보고서에서 2026년 글로벌 원유 초과공급 규모가 역대 최대인 하루 296만 배럴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EIA 역시 2025년 잉여 공급 전망치를 기존 110만 배럴에서 170만 배럴로, 2026년 전망치를 110만 배럴에서 150만 배럴로 각각 상향했다.

“2026년 미국 원유 생산이 1,328만 배럴로 감소해 2021년 이후 최초로 연간 생산이 줄어들 것” – EIA, 8월 12일 단기에너지전망 보고서 중

EIA는 낮은 유가로 인한 셰일 업체의 시추·생산 축소를 이유로 들었다. 실제 미국 내 가동 중인 오일 리그(oil rig) 수는 8월 1일 410기로 3.75년 만의 최저치를 찍은 뒤 8월 8일 기준 411기로 소폭 반등했지만, 2022년 12월 627기 대비로는 크게 줄어든 상태다.

이번 주 초 유가는 약세를 보였다. 13일 WTI 선물은 6월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주중 악재는 ▲EIA·IEA 잉여공급 전망 상향 ▲미국 주간 원유재고 급증이었다. 8월 8일로 끝난 주간에 미국 상업용 원유재고는 304만 배럴 증가해 2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EIA는 같은 보고서에서 미국 원유재고가 5년 평균 대비 5.1%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휘발유 재고는 0.25% 상회, 중간유(디스틸레이트) 재고는 15.45% 하회했다.

해상 재고 감소 역시 유가를 떠받쳤다. 해상 물류 분석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8월 8일로 끝난 주간에 7일 이상 정박 상태였던 유조선의 해상 저장 물량은 전주 대비 5% 감소한 8,052만 배럴을 기록했다.

OPEC+ 증산은 상반된 압력을 가하고 있다. OPEC+는 8월 2일 회의에서 9월 1일부터 일일 54만7,000배럴 추가 증산을 승인했다. 이는 2026년 9월까지 220만 배럴 감산을 단계적으로 복원하려는 계획의 일환이다. 7월 OPEC 산유량은 전월 대비 2만 배럴 감소한 2,831만 배럴로 집계됐다.

시장에서는 15일 열리는 알래스카 정상회담이 단기 유가 방향성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휴전 합의가 무산될 경우 고율 관세로 인한 공급 차질이 현실화될 수 있고, 반대로 휴전 성과가 도출되면 기존 제재 완화 기대가 유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속칭 ‘휴전(ceasefire)’은 포괄적 평화협정과 달리 군사작전을 일시 중단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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