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 속 헤지펀드, 빅테크 ‘몰빵’으로 포트폴리오 급선회

뉴욕 월가의 대형 헤지펀드들이 인공지능(AI) 광풍을 타고 다시 한 번 빅테크로 시선을 돌렸다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 디스커버리 캐피털 등 거물급 운용사들은 올해 2분기 포트폴리오를 대대적으로 재편하며 AI 생태계 핵심 기업에 대한 베팅을 확대했다.

2025년 8월 14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들 펀드는 항공우주·방위, 소비재 같은 ‘저성장’ 업종 비중을 줄이고, 시장의 모멘텀을 이끄는 기술주로 무게추를 옮겼다. 이는 올해 초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에 대한 거품 우려와 미·중 관세 갈등으로 빅테크가 조정을 받았던 흐름과는 180도 다른 행보다.

당시 급등세가 꺾이자 일부 기관은 물러섰지만, S&P 500 지수가 연초 대비 10% 상승하며 시가총액 상위 기술기업들이 지수의 3분의 1 가까이를 차지하자 판세가 달라졌다. AI 투자 열기가 재점화되면서 헤지펀드들은 다시 ‘순풍’을 맞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3F 보고서란?

미국 기관투자자들은 분기마다 <13F>라는 양식으로 보유 종목을 공개해야 한다. 이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억 달러 이상 자산을 운용하는 매니저에게 의무화한 제도로, 투자자들이 펀드의 과거 포지션을 엿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다.(단, 실시간 정보가 아니므로 참고용)

이번 13F를 통해 드러난 각 헤지펀드의 움직임은 다음과 같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

“레이 달리오가 세운 거시전략(매크로) 펀드는 2분기에 NVIDIA 보유 주식을 무려 154.5% 늘려 총 723만 주, 11억4천만 달러어치를 보유하게 됐다.”

알파벳(Alphabet)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에 대한 비중도 각각 84.1%, 111.9% 증가해 9억8,700만 달러8억5,3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 밖에 브로드컴(+102.7%), 팔로알토 네트웍스(+117%) 등 AI 인프라 관련 종목에도 공격적으로 진입했다.


디스커버리 캐피털(Discovery Capital)

라틴아메리카 시장에 낙관적인 롭 시트론은 멕시코 무선통신사 ‘아메리카 모빌’ 지분을 두 배로 늘려 9,500만 달러 규모를 만들었다. 동시에 메타 플랫폼스 지분을 두 배 이상 늘리고, 엔비디아가 지원하는 클라우드업체 코어위브(CoreWeave) 신규 매수에 나섰다. 또한 문제아로 꼽히는 유나이티드헬스(UnitedHealth) 지분도 13% 늘렸다.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Tiger Global Management)

체이스 콜먼이 이끄는 ‘타이거’는 매그니피센트 세븐 가운데 아마존, 알파벳,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메타를 집중 매수했다. 특히 아마존 주식을 400만 주 추가해 총 1,000만 주(23억4천만 달러)를 보유하게 됐다. 반도체 장비업체 램리서치(Lam Research)도 80만 주 이상 추가 매수해 5백26만 주(5억1,200만 달러)로 확대했다.


코튜 매니지먼트(Coatue Management)

필립 라퐁의 코튜는 AI 반도체 설계사 ARM(7억5천만 달러)과 오라클(8억4,3백만 달러)에 신규 진입했다. 또한 코어위브 지분을 339만 주 늘려 29억 달러 규모로 키우며 ‘AI 인프라’ 테마에 베팅했다.


론파인 캐피털(Lone Pine Capital)

스티븐 만델이 운용하는 론파인은 2분기 유나이티드헬스(UNH)에 첫 발을 들여 169만 주(5억2,8백만 달러)를 매수했다. 올해 들어 UNH 주가는 사이버 공격, 전 DOJ 조사, 전 임원 피격 사건 등 악재로 46% 급락했지만, 펀드들은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 해설 및 시사점

AI 붐은 2023년 챗GPT 등장 이후 테크 섹터 전반으로 확산됐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반도체·클라우드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고, 이는 곧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 등 대형주 실적과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헤지펀드들은 ‘모멘텀 회귀’ 전략을 통해 해당 종목 비중을 다시 키우며, 경기 둔화·금리 불확실성 속에서도 ‘성장 프리미엄’을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다만 과도한 집중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특히 13F 공시는 분기 말 시점이므로, 실제 보유 비중은 이미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는 헤지펀드 포트폴리오를 참고하되, 시장 환경 변화와 개별 종목의 펀더멘털을 주시해야 한다.

용어 설명:
매그니피센트 세븐 – 애플·MS·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메타·테슬라 7개 빅테크를 일컫는 월가 신조어다.
모멘텀 투자 – 상승(또는 하락) 추세가 뚜렷한 자산에 따라붙어 단기 차익을 노리는 전략으로,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자금은 여전히 AI와 빅테크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헤지펀드들의 ‘베팅 복귀’는 단순히 주가 상승에 편승한 것이 아니라, AI 기술이 산업 전반에 걸쳐 생산성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장기적 전망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다.